시온
ZION
2025 | 극 | 28분 10초 | 국내경쟁
여기, 계속해서 달아나고, 쫓기는 소녀가 있다. 무엇으로부터 쫓기고, 또 달아나고 있는 걸까. 소녀는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 프로그램 노트
맨발의 소녀가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긴다. 다급하게 출구를 찾는 소녀의 이름은 시온. 그가 헤매는 장소는 학교인 듯, 집인 듯 보이는 이상한 공간이다. 숨 막히는 가족의 식사 자리에서 시온은 기도문을 읊는 것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학교의 같은 반 친구 수진이 등 돌려 떠날 때도 그는 말없이 구원을 상상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어디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시온은 다시 꾼 꿈에서 어린 자신과 마주친다. 광각렌즈가 만들어낸 왜곡된 화면을 반복하는 <시온>은 집과 학교를 오가는 현실 위에 꿈과 환영, 찰나에 스쳐 가는 과거의 단상을 겹쳐 놓는다. 영화는 일관되게 울적한 정서의 이미지로 시온이 단순히 불안한 사춘기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음을 묘사한다.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타박받고, 말하지 않기를 요구하는 가족 안에서 숨죽여 온 시온은 마침내 말하기를 선택한다. 그것이 온전한 해방을 약속하지는 못할지라도.
제27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유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