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등불


영화는 한 가정집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아기와 함께 있는 부부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평온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아내를 찾는 전화 한통이 지금까지 함께했고, 앞으로도 쭉 함께할 부부의 일생에 균열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미열> 은 한 부부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다시 그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 자체의 구성 방식은 꽤 평범하다. 하지만 그 평범함의 테두리에, 느껴질 듯 말 듯 한 열기가 덧대어져 있다. 물론 때에 따라 약간의 온도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 쉽게 달아오르거나 금방 가라앉지 않는, 어떤 고조된 감정 상태를 충실히 유지한다. 카메라는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약한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에게 다가간다. 그런 조그만 효과가 가져다주는 조심스러움, 즉 다짜고짜 다가가서 끌어안는 게 아닌, 충분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 이런 형식과 태도는 관객의 섣부른 판단을 막는 것과 동시에, 쉽게 문제를 해결짓지 않음으로써 인물들로부터 금방 시선을 돌리는 일이 없게 한다.

약한 열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과도기다. 큰 병으로 악화될 수도 있고, 열이 내려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는 시기다. 이럴 때 내 곁에 있어주는 당신이, 내가 갖고 있는 열을 나눠서 들어 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을 것 같다.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어느새 아픔은 사라지고, 그 열기가 앞으로 같이 걸을 이 길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될 테니까.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