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8회 경쟁부문 <공원 생활> 리뷰


공원 생활


여러분에게 공원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거리를 걷다 별 생각 없이 지나가든 주말에 조깅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든 비교적 나무가 울창하고 쉬어간다는 휴식의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공원생활>의 분위기는 휴식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흑백의 어두움이 주는 으스스함은 물론이고 흙먼지가 묻은 캐릭터들의 슬픈 표정과 음악은 그 공포의 분위기를 더한다. 게다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학대당하고 죽어간다. 공원이 삶과 휴식의 공간이 아닌 죽음과 타락의 공간으로 나타난다.

단편영화는 무엇일까? 단순히 길이가 짧다는 것만으로 정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영화가 발명되지 얼마 되지 않은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10분짜리 <달나라 여행>은 1~2분 정도의 매우 짧은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던 당시 영화계에서 오늘날의 블록버스터 대작영화처럼 인식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러닝타임은 정말 상대적인 기준일 뿐이다. 그리고 단편영화만의 정체성과 매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런 영화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개성과 매력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바로 대중들이 익숙한 장편 상업영화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공원생활>이 바로 그렇다. 앞서 얘기했듯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공원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하면서 주인공이나 서사가 없고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오직 단편영화이기에 구현 가능한 영상들을 보여준다. 단편영화의 색깔을 확실히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극장을 방문해보시길.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정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