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8회 경쟁부문 <악당출현> 리뷰


악당출현


[악당출현]의 인물 묘사들은 생각보다 직접적이지 않다. 사실 중국집 배달부인 희준을 제외하고 같은 배달부 친구나 영화의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선배 성용은 희준을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소재료(혹은 맥거핀)으로 보인다. 그저 배달 일을 근근히 할 뿐인 희준의 얼굴에는 그닥 감정묘사 따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끈쩍한 여름 날씨에 흠뻑젖은 하얀 셔츠와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가를 달리는 모습들을 보게 되면 묘하게 희준이 느끼는 일상에 대한 권태스런 감정들과 동시에 그가 삶을 대하는 이기적인 태도가 묻어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요소들은 마지막 신들에서 “큰 한방”을 위해 차곡히 쌓아온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젊은 세대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악당출현]은 분명 장르적 문법에 있어 잘 만든 수작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외면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희준이라는 주인공이 그러나 내면은 견고하지 못한 채 불안과 살아남기 위한 이기심으로 가득찬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중 어느 누구도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기에 안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이석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