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정말 그것이면 다 될까? 아들은 엄마에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맥북이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말로 엄마에게 맥북을 사 달라 조른다. 엄마에게도 ‘맥북이’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엄마의 마음은 복잡하다. 중년 여성의 삶을 그려낸 <맥북이면 다 되지요>로 제 18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작품을 올린 장병기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A. 올해 32살로 인문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 영화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영상 관련 교육을 국비지원으로 들었고 그곳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장편 영화 스텝으로 처음 영화 일을 시작했다.


Q.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시작한 것인가? 따로 영향을 주신 분은 없나?

A. 그렇다. 학교 다닐 때도 과제가 많으면 영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 그것에 대한 글을 써서 과제로 제출했다. 그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지만, 당시에는 직업으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거 같다. 이후 진로선택을 하게 될 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시작하게 된 거다.


Q. 첫 단편영화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 영화소개 부탁드린다.

A. 주인공은 극 중 엄마다. 그녀는 조기 완경 진단을 받는 인물로 주변에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그걸 스트레스로 인지 못하는 인물이다. 주변의 스트레스에 무뎌져서 그것이 굳은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완경은 그녀가 처음으로 가족 안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상황을 타계하려고 노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Q. 영화의 소재를 어디서 얻었나?

A.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하루는 카페에서 글을 쓰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모두가 맥북을 가지고 있더라. 막연히 맥북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머니의 부재 또한 느꼈다. 왠지 어머니가 지금도 계셨다면 내가 극 중 아들과 같은 말을 했을 거 같았다. ‘영화를 하려면 맥북은 있어야 한다.’ 라며 억지스럽게 말하고 나도 당연히 맥북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런 과정이 있어서 쓰게 됐다.


Q. 가족들이 좋게 말하면 철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한심하게 느껴진다. 재미있게도 엄마를 위로하는 이는 말이 통하지 않는 소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A. 어린 시절의 제 가족의 모습이 반영된 거 같다. 저희 가족은 어머니 혼자 여성이었는데,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한 번도 어머니를 여성으로서 존중해주지 않았던 거 같다. 이런 것을 반영해서 영화 속에서도 엄마를 위로하는 가족이 없는 것으로 설정했다.


Q. 사춘기 딸이 남성적인 캐릭터로 느껴진다.

A. 시나리오 단계에서 동료들이 의아해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 부분이다. 그래도 딸이고 여성인데 어머니의 그런 부분을 알고 감싸주거나 이해하고 좀 더 다가가야 하지 않느냐고 해서 저도 많이 고민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자면 극적으로 캐릭터를 잡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완경에 대한 감정 같은 것들도 주변 동료에게 조언을 구했을 거 같다.

A. 처음에 글을 쓰면서는 완경기 증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글을 다 쓰고 리뷰를 받는 과정에서 여성 스텝들과 동료들에게 많이 혼났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다. 완경이 찾아온 이후의 감정에 대해서도 동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 물론 아직도 그분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거 같다.


Q. 중년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타깃을 따로 생각하고 영화를 그린 것인가?

A. 그렇지는 않다.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감독이 여성일 것이라 추측했다 하더라.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이 영화는 굉장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쓰였고, 촬영됐고, 편집됐다고 생각한다. 여성분이 찍었다면 감정적인 부분을 더 밀착해서 섬세하게 그리고 부각시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투박한 방식을 보인다. 완전히 철없는 남자가 찍은 영화라는 것이 제 생각이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여성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외려 남성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각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길 바란다.


Q. 영화를 찍으면서 부각시키고 싶은 장면이 있었나?

A. 연출을 처음 하다 보니, 촬영이나 결과물에 대해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영화를 찍고, 어떤 톤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도 선명하게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고집하는 부분을 보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지만 시선은 좀 더 담담하고 객관적이게 보이길 바란다.

극 중 유일하게 클로즈업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엄마가 화를 내기 직전 냉장고를 바라보며 홀로 누워있는 장면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혼자 토라져 화장대 앞에 앉아 있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지만 가족들은 집중해주지 않던 그 모습을 영화에선 냉장고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그렸다. 이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축약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Q. 이후 엄마가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밝혔을까?

A. 안 했을 거 같다. 천 생리대를 깁지 않는 걸 봤을 때, 딸 정도나 조금 더 빨리 눈치 챌 수는 있지만, 엄마가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집안의 남자들이 알아채지는 못할 거 같다.


Q. 영화의 주제를 한 문장 정도로 정의하자면?

A. 너무 일반적인 말이 되지만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 정도가 아닐까? 근데 이게 예전에는 용납됐지만 옳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 중에서 이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좀 더 과장되게 이야기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해 달라.

A. 시나리오 공모전, 제작 지원 프로그램에 당선이 돼야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완성된 것은 아니다. 가까운 목표는 지원을 받아 영화를 한 편 더 찍는 것이다. 먼 목표나 미래는 계획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면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기고 힘이 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Q. 이야기를 나눠보니 상업영화 보다는 독립영화와 좀 더 가까우신 거 같다.

A. 그걸 선명하게 구분하고 살진 않지만 지금 현재 선택하라면 독립영화에 가깝다. 아직까지는 하고 싶은 영화를 찍고 싶다. 규모 같은 것이 보장되지만 타협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규모가 작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찍는 걸 선택하고 싶다. 상업영화를 하기 싫다 이런 것은 아니다. 제가 찍고 싶은 영화가 어느 정도 상업성을 가진다면 금상첨화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보다 경력이 훨씬 많은 감독님도 참여하셨다. 스텝들 모두 저보다 선배였다. 저보다 경력이 훨씬 많은 감독님도 참여하셨다. 그분들이 정말로 많이 도와주셨다. 처음이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분들에게 많이 의지하며 찍었다. 제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누리고 있는 거 같아서 그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글/취재 이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