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의 수다 한 잔


인터뷰 <혜영> 김용삼 감독



Q. 어떻게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셨는지 궁금하다.

A. 대학 진학할 때 까지만 해도 영화제작에 큰 관심은 없었다. 기존에 다니던 학과와 영화과랑 통합 되면서 영화 이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을 듣기 전 까지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몰랐는데, 영화이론을 공부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내가 영화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Q.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제일 매력적으로 느껴지시는지.

A. 사실 영화라는 것은 우리가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였고, 나 또한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봤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영화 분석 글들을 보며 ‘꿈보다 해몽’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를 공부하고 다시 영화를 보니, 감독들이 실제로 그런 것들을 생각해서 장면 하나하나를 구성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 신기했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나의 의도, 상징을 표현하는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감독으로서의 삶이 궁금하다.

A. 기존의 상업 영화감독님들은 경제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만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를 찍는 감독들의 삶은 다르다. 오히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취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 영화 제작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 했지만, 영화와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욕구와 갈망이 더 증가 되는 것 같다. 지금은 회사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시나리오를 쓰거나 영화 구상을 한다.


Q. 이번 영화 혜영에 대해서, 이전 작품 ‘가족오락관’과 ‘혜영’은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사랑’에 대해서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A. 사랑을 말하기 앞서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예전부터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 했을 때, 영혼이 있다던가, 이성적이라던가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사실 그런 것들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인 호르몬의 반응이고 영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만나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연인과의 뜨거운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 필연적이고 결국 ‘정’ 때문에 만난다는 것이 더 정확하고, 친구 같은 연인, 친구 같은 사랑 그것이 최고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Q.‘혜영’에서는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연인과의 관계를 표현했는데, 이렇게 공간을 한정한 이유가 있는지.

A. 공간을 한정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제작 방식 때문인데, 제작비가 한정적이었기도 하고, 방에서는 밤낮 구분 할 필요 없이 촬영을 할 수 있고 사운드 작업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혜영’의 모티브가 되었던 친구의 성향 자체가 예민한 친구였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한 경험적인 것들이 영화에 반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영화를 찍는 스타일 때문인데,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되고 대조되고 하는 상황들을 자주 사용하고 이러한 장치가 관객들로 하여금 해석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혜영의 경우 밖에서 찍은 건 footage 영상밖에 없는데, 이것들이 실내의 장면과 대조 될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


Q. 실내에서 두 사람의 랩배틀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것도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

A. 원래 시나리오에는 랩배틀 장면이 없었는데, 혜영 역할을 한 문혜인 배우가 ‘나가요’라는 작품에서 랩을 하는 캐릭터인데, 실제로 문혜인 배우가 랩을 잘하기도 하고. 스토리 라인과 상관없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제일 잘하는 장기를 영화에 넣고 싶었다.


Q. 감독님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은 매를 맞거나 구박당하는 “지질함”을 공유 하고 있는데, 그렇게 주인공을 설정한 이유가 있나.

A. 제가 코미디적인 요소를 사용 할 때 말로 하는 언어 유희적인 코미디 보다는, 몸으로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더 좋아한다. 제가 ‘기타노 타케시’ 감독 영화를 좋아 하는데,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장면이 컷을 전환할 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 제 영화에도 그런 효과를 추가하고 싶었다. ‘가족오락관’을 만들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는데, 내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되었고, ‘혜영’에도 ‘가족오락관’의 장점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


Q. 즐거운 감정이 지나간 이후에, 영화에 전반적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감독님은 언제 가장 외롭다고 느껴지시나요?

A. 요즘은 외로움에 대해서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여자 친구가 생각날 때가 있는데 이것이 외로움인지 마음 한켠에 침전물처럼 쌓여있는 추억이 생각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집에 혼자 있는게 너무 행복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 연애는 하고 싶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한데, 연애를 하면 분명 즐겁긴 할 텐데, 시간이 지나면 분명 여자 친구와 트러블이 생길 거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애가 이제 예상이 되다 보니, 외롭다고 해서 섣불리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다.


Q.‘혜영’이라는 영화의 어떤 면을 관객들이 봐줬으면 하는지.

A. 관객들이 내가 의도한 바를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들 때 대사부터 시작해서 인물의 배치, 의상, 샷의 배치와 같은 것들을 다 생각하고 꼼꼼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것을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냥 재밌게 봐주셔도 좋지만, 내 의도를 다 읽어 줄 수 있는 ‘인텔리’ 관객이 있으면 좋겠다. 마치 날카로운 메스로 시신을 해부하듯이, 관객들이 의사가 되어 내 작품을 살펴보면 좋겠지만, 이것은 내 욕심일 것 같다. 즉 여러 번 보았을 때 읽히는 게 더 많아지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Q. 대구단편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안다.

A. 제가 처음 만든 작품인 “나프탈렌이 되어줄래”를 애플시네마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 당시 같은 섹션에서 경쟁 작품들을 보면서 내 영화의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달았다. 영화제를 통해서 많이 배웠고 나 자신도 공부를 많이 했었다. 그 피드백을 반영하여 만든 영화가 ‘가족오락관’이다. 운 좋게도 ‘가족오락관’과 그 다음 작품인 ‘졸업과제’가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소멸불가’부터 이번 ‘혜영’까지, 내가 만든 단편 5개가 모두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만큼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영화제이다.


Q. 감독님이 생각하는 단편영화만의 매력이 있다면,

A. 제일 좋은 점은 정해진 섹션 안에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뷔페 같은 느낌도 드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저도 연출을 하지만 작품 계획에 대한 생각이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지금 만들고 싶은 작품은 2개 정도가 있는데, 1편은 단편이고 1편은 단편과 장편 중 어떤 식으로 영화를 찍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나도 내 계획을 잘 모르겠다.


글/취재  박익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