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제 19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9] 8월 14일 인터뷰 <신기록> 허지은 감독이 말하는 여성 사회에서의 신기록

8월 14일 화요일, 다시 찾아온 무더운 여름 밤 속에서 영화 <신기록>을 연출한 허지은 감독을 만나보았다. 

그녀가 말하는 신기록(New record) 가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허지은 감독>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신기록 만든 허지은 이고 이경호 감독님과 공동연출로 <신기록>을 제작하였습니다지금은 광주에서 영화 만들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신기록은 어떤 작품인가

신기록은 그 각각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아파트 근처 운동장에서 같이 만나게 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고요.

서로가 겪는 폭력의 상황을 공감하고 알아채고 대면하게 순간을 그린 영화입니다.


Q.3 신기록 제작 계기가 궁금하다

음 이 이야기는 이경호 감독님이 목격하신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요신기록에 나왔던 내용처럼 이경호 감독님이 거주하시는 아파트 단지 내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요어떤 사람이 자살 소동을 벌였고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주민들 사이 틈에 감독님이 끼여있었는데 그 소동이 끝난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부부 싸움을 했나봐’ 라고 가볍게 이야기 되는 것을 들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걸 듣고 이런 부분을 가볍게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고민에서 영화가 출발하게 된 것 같아요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발견 했을 때 

누군가는 그걸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흔한 일로 치부해버리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싶었고 어떤 사람은 알아채고 

어떤 사람은 왜 알아채지 못할까라는 라고 했을 때 그 문제를 알아채는 인물을 만들어서 

타인의 고통에 근접할 수 있고 공감해볼 수 있는 순간을 그려내보고 싶기도 했고요




Q.4 여성이 살아가면서 받게되는 폭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느꼈다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캐릭터들은 폭력에 적극적으로 맞서라고 충고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태도,혹은 폭력을 우회적으로 피하는 요령 등을 전달하는데 주변 캐릭터들로부터 드러내고 싶은 바가 있는지?


주인공 '소진'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진 것도 아니고 직접적인 스토킹을 당하는 것도 아닌 그냥 어떻게 보면 구애를 하는 과정이지 않냐 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사소하다고 느낄 법한 일인데 그 일이 본인한테는 자기 생활 반경을 좁아지게 하는 큰 불안으로 다가오는 상황이고 별 일이 아니라 치부되어 

더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서 그 인물이 느끼는 고립감을 더 부각시키고 싶었어요그 과정에서 '현숙'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을 더 공감가지며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설정을 했고 또 사람들은 되게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예를 들면 누가 봐도 눈앞에 벌여진 폭력에 대해서는 아 저렇게 심하게 맞고 있구나

당하고 있구나 라고 공감을 하지만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것에서는 '니가 좀 예민한거 아냐 과장하는거 아냐' 라고 판단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꼬집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상황에 처한 인물의 답답함과 불안이 클 수 있겠다 라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 동생 등 생활 반경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거에서 더 점점 밀려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Q.5 '김영민'이라는 캐릭터는 보이지 않고 메시지와 주변 캐릭터들의 언급으로만 등장한다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처음부터 등장은 염두해두지 않았었고 전화 목소리만 따로 따로 후시 녹음할 계획이였는데 태경 배우의 표정이나 섬세한 연기로 상황을 너무 잘 표현해서

 더욱 원활하게 진행된 것 같아요.(웃음) 또 직접 찾아와서 나에게 얼굴을 대면하고 구애를 하고 아니더라도  '내가여기까지 내가 너 운동하는 곳에 찾아왔었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너네 집 앞에 물건을 두고 갔어'이런 것 만으로도 엄청난 위협을 느끼는 여성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6 현숙이 버티고 버티다 지칠 때 쯤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소진은 현숙에게 손(도움)을 내민다3자의 도움이 아닌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소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결말을 제시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진은 현숙의 폭력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현숙이 소진의 일상 속에 들어오게 되고 목격하게 되면서 현숙이 가진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에서 시작된 결말이구요일단 이해받지 못하는 두 사람이 운동장에서 각자 버티기경찰 시험 등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운동을하고 그런 상황에서 둘을 만나게 했을 때 어떤 상황이 생길까? 둘은 어떤 식으로 공감받고 서로를 관찰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까?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결정적으로 뛰어올라가는 사람의 어떤 모습을 계속 상상하면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용기에 대해 잘 표현할수 있는 방법도 많이 고민했구요또 제 경험을 빌어 말씀드리자면 제가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완전히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할 순 없지만 비슷하게 부당하다고 느꼈던 일들이나 상황을 거쳐왔던 순간들이 있었어요그 순간들 때문에 다른 여성들도 당했던 피해에 대해서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런 제 경험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도 있었고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다른 여성들도 강남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 장소에서 저 시간에 일어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하면서 같이 맞서 싸웠던 사례가 있었어요

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상황에서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힘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Q.7 작품 속 '현숙'은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현숙은 신고를 한다거나 그 자리를 피하는 행동이 아닌 자신의 아파트 그것도 바로 집 앞 난관에 매달린다

그녀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매달리기’ 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그것도 사실 저희는 현숙이라는 인물이 신고 등 모든 것을 다 해보았지만 실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는게 정말 힘들다고 알고 있어요초기에 벗어나는 것이 거의 천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응이 어렵고 

그렇게 반복되는 실패에 벗어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피해 당사자가 이성을 잃거나 제대로 사고력을 상실하는 때까지 오게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자료조사를 하면서 그런 연구결과나 기사에서도 본 내용이기도 하구요그래서  현숙이라는 인물이 모든 것을 다 해보았지만 실패를 하고 자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남지 않았고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잃어가는 과정일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거쳐서 설정하기도 했고 

실제로 현숙 역을 연기한 배우와 이런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었어요.


Q.8 소진과 현숙의 상황은 얼핏 비슷해보이나 그 상황을 겪는 두 인물의 설정은 폭력의 강도 등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소진은 현숙과 달리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려 애쓰고 애쓴다오히려 여성의 절망을 보여 줄 때는 두 인물 설정을 비슷하게 할 것 같앗는데 대비되는 인물 설정 계기가 궁금하다.


소진과 현숙을 타임라인 위에 놓고 본다면 현숙은 폭력 안에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고 소진은 그 순간을 막 겪게 시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숙의 경우에는 폭력이라는 상황 속에서 학습된 무기력 이라는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이고 소진은 경찰 공무원이라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러 법적 절차의 체계를 

잘 아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싫다고 했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강도가 강하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거잖아요.  

자신이 법을 공부하면서 체계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시험을 보러가는 날 아침에도 문제를 보면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표정만 짓고 말았던 것처럼 그래서 소진이라는 인물이 현숙의 상황을 목격하고 

나가면서 현숙의 손을 잡으러 올라가는 것 자체가 큰 저 사람을 도와주는 동시에 나를 구하러 가는 큰 순간이라 생각했고요

아직은 더 힘이 남아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상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9 비유를 하자면 지금도 신기록 달성하기 위해 자신 혹은 외부와 싸우고 있는 여성 혹은 다른 분들이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그 분들게 한 마디 말씀 부탁드린다.

오늘도 저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판결 기사를 보고 또 다시 무기력에 빠져있다가 김지은씨가 발언하신 것을 보고 다시 정신을 차렸어요

이제 버티고 굳건히 살아서 끝까지 죄를 지은 사람이 정당한 벌을 받는 순간까지 버티면서 싸우겠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그걸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지만 피해자가 그걸 버티고 감내하는 순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같이 연대해서 싸우고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저도 소진처럼 매달려 있는 현숙을 주저없이 뛰어올라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분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마지막은 극적이지만 반면 일상적이다.(관객리뷰단 발췌어쩌면 우리는 영화 같은 일상을 '현숙'처럼 버티며 '소진'처럼 도망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나와 같은 일을 겪고있는 또 다른 나에게 우리는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저 사람도 나와 같다는 작은 용기 하나로 우리도 '소진''현숙'처럼 서로에게 닿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글 : 김은경

사진 : 권하진



영화제 끝나기 전이 영화 꼭 봐야할 이유


데일리 은경) 우리가 살아가느 사회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이 사회 속에서 누군가는 끝까지 적극적으로 도망을 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 법을 배운다이런 그들을 보고 그만하면 됐어’ ‘이미 충분히 했잖아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나는 도망치는 사람일까매달린 채로 간간히 버티는 사람일까이 모든 기록을 지켜보며 참견하는 사람일까나는 이 중 누구이며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성찰해 볼 수 있는 영화

데일리 남희) 여성의 해방에 대한 외침은 신기록에 불과한 것일까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여성의 해방감은 아직도 무기력하다고 느껴진다어떤 여성들은 아직도 자신을 옥죄어 오는 것들에 해방되지 못한 채 난간에만 매달려 잇을 수 있다신기록은 코르셋처럼 아직도 여성을 옥죄어오는 것들에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비유하고 있는 듯 하다.

관객리뷰단) http://www.diff.kr/review/?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zt9&bmode=view&idx=1095820&t=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