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 20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06] 8월 23일 ‘영화로 먹고 산다는 것’ 제작클래스 현장


‘영화를 한다는 것은’

8월 23일 제작클래스 현장 속으로 





 8월 23일 오후 4시 30분, 오오극장은 별안간 젊은 영화 제작자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오늘의 주인공 영화제작자 이준동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로만 먹고 사는 그에게 전해 듣는 경험과 태도 그리고 응원을 받기 위해 많은 신입 영화제작자들이 한데 모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제정주 프로듀서의 인사말을 필두로 하여 제작클래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Q. (제정주 프로듀서) 이준동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기에 앞서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께서는 대구 출신입니다. 현재 나우필름의, 파인하우스필름 두 영화사의 대표로 제직 중이십니다. 

더불어 배우도 겸하고 계십니다. 박권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싶다>가 첫 출연이시죠?


A. 처음에는 대구에서 연극을 했습니다. 그러나 연극을 해서 먹고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다른 일을 하다 기반이 잡히면 다시 도전하려 했습니다. 저는 제가 30대까지 영화를 할 거라고 꿈에도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박권수 감독의 감독 프로덕션 <그 섬에 가고싶다>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희 사무실로 쓰던 곳에서 프로덕션을 개설하고 저의 경험을 살려 대기업과 각종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첫 영화 <그 섬에 가고싶다>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당시에는 영화 보험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카메라 한 대가 2억인데 말이죠. 불안했던 저는 삼성과 계약을 체결하여 200만원을 들여 장비 보험을 넣었습니다. 실제로 촬영 중에 카메라가 부셔진 적이 있어요. 독일에서 제시한 수리비용이 2000만원이 넘었습니다. 그때 미리 보험을 들어 놓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제정주 프로듀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 사업팀이 개설되기 시작했습니다. 97년 cgv 강변점 멀티플렉스 관을 시작으로 이전에 비해 체계적으로 제작되는 이른바 ‘기획영화’의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감독님께서는 93년 이후 2002년 이스트필름에서 공동 제작한 영화 <오아시스>의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하셨죠? 


A. 제가 이 영화에 참여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연극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영화는 오락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후 박광수 감독과 같은 사회파 감독의 사례를 목격하며 영화도 충분히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시작하려면 오로지 영화에만 매달려야 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8년간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돈을 벌다, 비로소 45세에 이르러서야 제 인생의 10년 후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만 지나면 저는 더 이상 도전할 수 없는 나이였습니다. 그래서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그 첫 행보가 <오아시스>입니다. 



Q. (제정주 프로듀서) 대표님께서 다시 영화를 시작했을 때 이창동 감독님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A. 엄청 말렸습니다. 설득하고 또 설득했습니다. 우리 집안의 삼 형제는 모두 소위 '딴따라'입니다. 저희 큰 형님께서 연극을 하셨습니다. 당시에도 연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형제 중에서는 그나마 제가 돈벌이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제가 영화를 시작한다니 모두가 말릴 수밖에요. 그럼에도 저는 제 인생의 10년 뒤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을 때 영화 말고 다른 일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지른 거죠.



Q. (제정주 프로듀서) <오아시스> 이후, 박흥식 감독님의 <인어공주>, 한미합작 영화 <두번째 사랑>을 제작 하셨죠. 2008년 홍현기 감독님의 <물좀주소>를 제작하셨습니다. 

당시 충무로의 제작비는 기본적으로 35억을 웃돌았는데, 7억의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장편영화를 제작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여행자>는 한불 합작영화입니다. 한국에서 4억, 프랑스에서 4억 총 8억이 들었어요. <버닝은>은 한일 합작영화입니다. 영화는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해외영화계와 합작하여 영화를 만드는 일은 매우 소중합니다. <물좀주소>는 총 제작비 7억, <여행자>도 8억. 독립영화 수준입니다. 독립영화는 무엇이고 상업영화는 무엇입니까? 독립은 어디서 파생된 '독립'일까요? 상업 배급 시스템의 유무에 따라 독립과 상업영화가 갈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와 배급이 합쳐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같이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50억 정도를 투자해서 이 영화를 제작해도 되겠다, 싶은 영화는 상업적 투자 및 배급을 받습니다.

이에 배제된 작품들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받아 제작됩니다. 여기 앉아 계신 대다수의 제작자 분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영화 시장은 세계 5위로, 그 규모가 굉장히 거대합니다. 우리나라 영화의 점유율 또한 1억 5천만을 훌쩍 넘습니다. 1인당 영화 관람 편 수로는 세계 1위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점점 더 상업적으로 변해가고 예술적으로 깊은 영화는 영화시장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양극화된 구조가 한국영화 산업의 실제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나는 어떻게 영화를 제작할 것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Q. (제정주 프로듀서) 제작자로써 소재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텐데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이런 영화를 제작할 것이다’같은 감독님의 소신도 궁금합니다.

A. 제 소신과 별개로 여러분들께서도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아주 안 풀리는 나날이 반복 되다가 훗날 다시 읽었을 때 '이야, 이거 천만 영화 되겠는데' 싶은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물좀주소>는 이런 경험에서 비롯되어 상업영화로 기획을 시작했지만 결국 독립영화로 끝난 케이스입니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는 IMF 상황 속 젊은 청춘들이 의기소침 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들을 코믹한 방식으로 가볍게 그려나가되, 그 속에서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되도록 마음을 경건히 가다듬고 기획한 영화입니다. 상업적 취향이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은 확실했지만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독립영화의 수준으로 기준점을 낮춰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는 여전히 만들어져야합니다. 



Q. (제정주 프로듀서) 대표님께서는 영화 제작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어떠한 시대적 변화를 겪고 계신가요?

A. 한국 영화산업은 90년대부터 시스템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처럼 구세대와 신세대의 완전한 교체가 이루어진 곳은 없습니다. 사회 변혁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각종 세력들이 영화의 잠재적 영향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영화 산업이 점자 규모가 커지게 된 겁니다. 당대가 담겨있지 않은 영화는 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태도 또한 현실을 담아 완성도 있게 제작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Q. (관객1) 독립영화의 경우, 하드디스크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소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상업영화의 장악력은 점점 더 커지는 와중에 이를 해결할만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에 대해 저희 영화제작자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다른 디지털 플렛폼을 활성화할만한 방안을 구축하고자 하나,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도발적이고 기이한 독립영화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잘 작동되지 않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마음처럼 노력의 답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Q. (관객2) 최근 유튜브의 접근성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A. 고민을 했고, 현재 시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 관계와 같은 현실적 방안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Q. (관객3) 한국영화 시장에서 대기업의 독과점은 인위적 압력보다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구조 같은데, 다른 국가에서는 어떤 구조인지 궁금합니다.

A. 프랑스의 경우 영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제작비를 최소로 하고 있죠. 미국의 경우 독립영화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작될 수 있는 펀딩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독과점이 매우 심한 편입니다. 프랑스는 스크린 장악력을 최대 30%로 규정하여 독과점을 제한합니다. 자본주의를 동의하되 공정한 환경의 조성은 국가의 역할입니다.

 

Q. (제정주 프로듀서) 장래의 영화 제작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감독님의 덕담을 끝으로 제작클래스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A. 형편이 어렵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진짜 욕망인지, 가짜 욕망인지 판단하는 일은 스스로의 몫입니다. 자문하고 해답을 얻으세요. 





데일리 - 진현정

촬영 - 이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