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회 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불온한 검은 피> 리뷰

불온한 검은 피  In cold blood  (박준석, 2017, 실험, 24min, 국내경쟁)


실험 영화는 때로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영상이 주는 의미와 뜻을 추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만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불온한 검은 피>는 영화가 담겨 있는 필름을 조작하고 있다. 괴상하게 번지는 긁힌 자국이 화면을 어지럽힌다. 원본 영화의 화면 위에 흰색 자국이 가득하다. 영화를 볼 때면 그 자국들은 뚜렷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원래 그런 영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필름에서 어떤 대상을 긁을 때 그 대상은 화면에서 제거되면서 동시에 강조된다. 대상은 자세한 형태를 잃는 대신 강렬한 흰색을 갖는다. 필름을 ‘만져서’ 연출자는 필름에 개입하고 있다. 필름은 연출자에 의해서 원본 상태를 잃지만 동시에 새로운 색을 덧입는다. 필름의 ‘완성된’ 영화적 의미는 이제 연출자의 장난에 불과하다. 대상이 제거되면서 강조되는 이중성 속에서 의미는 놀이 속에 놓인다.

연출자는 원본 영화를 새롭게 하며 영화를 창조한다. 다만 이 창조는 완성보다 놀이에 가깝다. 더는 영화가 고고한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하는 추론의 장이 아니다. 오히려 장난으로 어지럽혀진 놀이터이다. 그리고 어지럽혀진 놀이터를 바라는 사람은 진지한 어른이 아니라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다만 덧씌워진 색과 의미들을 다시 자신의 의미로 재해석해 보라. 그것이 이미 놀이터로 초대된 당신이 영화를 즐기는 단순한 방법이리라.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