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회 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철원에서> 리뷰

철원에서  A Border Line  (김혜정, 2018, 극, 17min, 국내경쟁)


삶은 기다려주지 않아

철원이라는 공간이 낯설지 않을 사람은 아마 진짜 철원 사람 뿐일 것이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낯선 공간, 낯선 타인들. 초등학교 영화 수업을 하러 철원까지 온 예술 강사 남희는 먹고 살기 위해, 다른 말로 살아남기 위해 이 모든 불편과 외로움을 감수한다. 한때는 극단에서 배우 생활도 했던 그녀였지만, 썩 훌륭한 연기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동료 직원과 밥을 먹을 때도,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그녀는 항상 쓸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삶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생각될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좀 더 버티거나, 아니면 포기하거나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삶은 우리를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영화에서 남희는 정류장에 5분이나 일찍 도착하지만 버스는 이미 그녀를 떠나버린 상태다. 삶은 기다려주지 않고, 항상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하루하루 버티는 우리는, 인생이라는 시험에서 N수생이다.

그럼 결국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철 지난 노랫말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다가가 힘껏 끌어안아 줄 것인지. 영화란 어쩌면 대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과의 거리감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이다. 철원에 있는 그녀와 영화를 보는 우리는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비록 삶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엔딩 크레딧 뒤편에서 여전히 그녀를 기다릴 수 있다. 나와 함께 기다려볼 생각은, 없는지.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