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463 Poem of the lost> 리뷰

463 Poem of the lost (권아람, 2018, 다큐, 20min, 국내경쟁)


대문자 역사(History)는 흐른다. 그리고 기억은 흐르지 않는다. 기억은 입을 틀어 막힌 채,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463 Poem of the lost>는 공식 역사가 포착하지 않은, 기억을 좇는 영화다. 기억은 그 존재의 무게가 0으로 수렴할지라도, 완전한 0이 될 수 없다. 말과 글, 그리고 장소에는 기억이 붙어 있다. 권아람 감독은 이러한 기억의 잔여를 좇는다. 

감독의 내레이션처럼, 기억을 좇을수록, 기억의 체계는 흩어진다. 이제는 매끈한, 일종의 테마파크가 되어버린 장소에도 유령들은 이따금, 모습을 비춘다. 기억의 체계, 시간의 누적 방식은 누적되지 못한 기억을 통해 흐려진다. 권아람의 <463 Poem of the lost>는 흐르는 시간과 멈춘 기억을 한 번에 배치함으로써, 장소에 이중의 시간성을 부여한다. <463 Poem of the lost>는 소음을 담론으로 만들고, 매끈한 면에 거친 상처를 낸다. 만일, 다큐멘터리의 존재 이유가 민족지적 관음이 아니라, 시각 질서의 재편성이라면 권아람의 영화는 그 본질에 모자름이 없다.

기억의 현재화는 ‘개인’에겐, 드문드문 성취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억한다.’는 말은 위선이다. 기억은 대문자 역사의 흐름을 재편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때야 비로소 현재화된다. 권아람 감독의 내레이션, “기억한다, 기억한다고 쓴다.”에 존재하는 유보(留保)가 아프고, 또 아름다운 이유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금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