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보글보글> 이이다
Q1. 시놉을 보고 귀여운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놀랐어요. 물속 시체에서 온 보글보글이었나요. 죽은 자는 누구인가요?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보글보글을 구상할 당시에 단편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를 품은 이미지로부터 이야기를 출발하게 되었는데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강변에서 낚시 내기를 하는 연인과 그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 그리고 시체요.
시나리오 초고는 살인 후 이별을 직감한 연인들이 마지막 의식을 치루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연인의 행복했던 추억들과 물건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체를 은닉하기 위한 현실 감각이 돌아오면서 서로를 향한 책임 전가와 죄책감이 드러나게끔 했고 한 때 사랑하는 사이였던 연인들의 비겁함과 그 민낯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연성의 문제도 있었고 (...) 영화의 방향성을 더 컴팩트하고 미스테리한 (한 마디로 불친절한) 영화로 가져가기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구상했던 캐릭터의 전사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인 <보글보글>은 가라앉는 그들의 추억과 시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맞습니다.
죽은 사람은 영화 속 짧은 대사로 나오는 ‘아저씨’ 인데요. 이 인물이 누구인지, 어쩌다 영서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설정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배제하게 된 지금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드네요. 두민의 대사 “우리처럼 아득바득 사는 애들 역겹다고.”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어떤 경제적인 이유로 엮여있는 인물이라 알아주시고 자유롭게 해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 이런 불친절한 영화를 만든 제 불찰이네요. 흑흑.
Q2. 박가영, 이주협 배우님께 :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이 내내 감도는 분위기 덕분에 끝까지 몰입하면서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헤어진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랑을 나누다가도 이내 돌변해 죽일듯이 상처입히다가 돌연 사과하는 등, 두 인간이 가진 애증의 관계를 극대화해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 인상깊었습니다. 두 배우님께서는 이런 급변하는 대사와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셨는지, 어려웠던 점이나 흥미로웠던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가영 배우) 우선, 영화를 흥미롭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번 읽어도 행동들과 감정선이 이해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치만 시나리오가 무척 묘하고 매력있게 느껴져서 영서를 알아가고 싶었어요.
감독님, 그리고 두민 역할의 배우님과 같이 얘기를 많이 하고 준비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또 현장에서 그 순간순간들에 함께 집중해가다보니 어쩌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 아니라, 굉장히 순간순간에 솔직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분들마다 아주 다르게 다가오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분명 쉽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무척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헤헷
이주협 배우) 프리단계에서는 두민과 영서 사이에 시나리오상 드러나지 않는 어떤 역사가 있었을지 상상을 해봤었고요.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 가영배우님과 가볍게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아무래도 질문해주신 부분들이 잘 연결되려면 두민과 영서가 처한 상황적 특수성과 둘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는 가영배우님이 너무 영서 그 자체로 잘 느껴져서(!) 감독님이 제시한 선 위에서 상대배우와 최대한 즉흥적으로 합을 맞췄던 것 같습니다.
Q3. 이이다 감독님께 : 영화 내내 의문이 이어지다가 후반부의 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렁크에 있던 그것이 두 사람의 심연 혹은 미련을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정말로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사실 아직도 받아들이는 데 혼란이 옵니다. 마지막 결말부를 통해서 관객에게 어떠한 느낌(허망함, 불안함, 충격, 혼란 등등)을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 트렁크에 있던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시체를 의미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시체와 묶어 강에 던지는 물건들을 그들의 사랑, 불안, 죄책감과 같은 감정과 연관 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기억과 감정이 무거워질수록 (물리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시체는 더욱 깊게 가라앉을 것이고 결국 이미 이별한 영서와 두민에게는 끝난 사랑과 시체 둘 다 깊은 곳으로 사라져야 할 것들이니까요.
귀여운 제목과 상반되는 결말처럼 ‘아이러니’가 저에게는 제일 중요한 영화의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관객들이 느끼시는 충격과 혼란 또한 저에게는 굉장히 감사한 감상입니다. 관객들이 놀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영화관을 나오시면서 한 번쯤 곱씹어보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중간 중간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보글보글> 이이다
Q1. 시놉을 보고 귀여운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놀랐어요. 물속 시체에서 온 보글보글이었나요. 죽은 자는 누구인가요?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보글보글을 구상할 당시에 단편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를 품은 이미지로부터 이야기를 출발하게 되었는데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강변에서 낚시 내기를 하는 연인과 그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 그리고 시체요.
시나리오 초고는 살인 후 이별을 직감한 연인들이 마지막 의식을 치루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연인의 행복했던 추억들과 물건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체를 은닉하기 위한 현실 감각이 돌아오면서 서로를 향한 책임 전가와 죄책감이 드러나게끔 했고 한 때 사랑하는 사이였던 연인들의 비겁함과 그 민낯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연성의 문제도 있었고 (...) 영화의 방향성을 더 컴팩트하고 미스테리한 (한 마디로 불친절한) 영화로 가져가기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구상했던 캐릭터의 전사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인 <보글보글>은 가라앉는 그들의 추억과 시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맞습니다.
죽은 사람은 영화 속 짧은 대사로 나오는 ‘아저씨’ 인데요. 이 인물이 누구인지, 어쩌다 영서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설정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배제하게 된 지금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드네요. 두민의 대사 “우리처럼 아득바득 사는 애들 역겹다고.”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어떤 경제적인 이유로 엮여있는 인물이라 알아주시고 자유롭게 해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 이런 불친절한 영화를 만든 제 불찰이네요. 흑흑.
Q2. 박가영, 이주협 배우님께 :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이 내내 감도는 분위기 덕분에 끝까지 몰입하면서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헤어진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랑을 나누다가도 이내 돌변해 죽일듯이 상처입히다가 돌연 사과하는 등, 두 인간이 가진 애증의 관계를 극대화해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 인상깊었습니다. 두 배우님께서는 이런 급변하는 대사와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셨는지, 어려웠던 점이나 흥미로웠던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가영 배우) 우선, 영화를 흥미롭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번 읽어도 행동들과 감정선이 이해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치만 시나리오가 무척 묘하고 매력있게 느껴져서 영서를 알아가고 싶었어요.
감독님, 그리고 두민 역할의 배우님과 같이 얘기를 많이 하고 준비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또 현장에서 그 순간순간들에 함께 집중해가다보니 어쩌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 아니라, 굉장히 순간순간에 솔직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분들마다 아주 다르게 다가오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분명 쉽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무척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헤헷
이주협 배우) 프리단계에서는 두민과 영서 사이에 시나리오상 드러나지 않는 어떤 역사가 있었을지 상상을 해봤었고요.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 가영배우님과 가볍게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아무래도 질문해주신 부분들이 잘 연결되려면 두민과 영서가 처한 상황적 특수성과 둘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는 가영배우님이 너무 영서 그 자체로 잘 느껴져서(!) 감독님이 제시한 선 위에서 상대배우와 최대한 즉흥적으로 합을 맞췄던 것 같습니다.
Q3. 이이다 감독님께 : 영화 내내 의문이 이어지다가 후반부의 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렁크에 있던 그것이 두 사람의 심연 혹은 미련을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정말로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사실 아직도 받아들이는 데 혼란이 옵니다. 마지막 결말부를 통해서 관객에게 어떠한 느낌(허망함, 불안함, 충격, 혼란 등등)을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 트렁크에 있던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시체를 의미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시체와 묶어 강에 던지는 물건들을 그들의 사랑, 불안, 죄책감과 같은 감정과 연관 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기억과 감정이 무거워질수록 (물리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시체는 더욱 깊게 가라앉을 것이고 결국 이미 이별한 영서와 두민에게는 끝난 사랑과 시체 둘 다 깊은 곳으로 사라져야 할 것들이니까요.
귀여운 제목과 상반되는 결말처럼 ‘아이러니’가 저에게는 제일 중요한 영화의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관객들이 느끼시는 충격과 혼란 또한 저에게는 굉장히 감사한 감상입니다. 관객들이 놀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영화관을 나오시면서 한 번쯤 곱씹어보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중간 중간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