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메신저


올 여름 대구 단편영화제에서의 관객분들의  '질문' 그리고 '소감'을 대신 전달 드리고 

감독님들과 배우님들의 '답'이 도착하였습니다!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의 여운과 함께 

GV의 아쉬움을 달래보세요! :)







<틴더 시대 사랑> 정인혁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틴더 시대 사랑> 정인혁


Q1. 영화 보는 내내 몸을 격하게 들썩이며 끝까지 재밌게 봤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무엇인지, 영화를 만들면서 이것 하나만은 타협하지 말고 지켜야겠다고 생각하신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뻔한 이야기를 낯선 전개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뻔한 사람이다 해도 자세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르고 이상하거든요. 우리 모두는 각자 뻔하면서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이상하고 특별한 성격과 생각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그런 다양함을 영화적 표현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를 단순하게 보면 흔하디 흔한 10대 성장물이지만, 모든 인물들이 특별한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장르가 바뀝니다. 아마 이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강박적으로 클리셰를 변형시켜보고 싶었고, 또 저만의 스타일은 무엇일지 실험하며 알아가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은 해피엔딩이었어요. 피드백을 주시는 교수님이 가장 많이 지적하셨던 점이 엔딩이었어요. 영화의 전개상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끝내는 게 말이되냐며 끝까지 바꾸길 주장하셨지만 전 이 주인공이 결국엔, 반드시,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게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바이며 혹은 제 스스로 살아가는 모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세상이 나를 아무리 미워해도 굴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Q2. 틴더시대사랑 / 보자마자 단번에 사랑에 빠진 작품입니다. 저에겐 올해 최고의 단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었어요. 감각 넘치고 개성이 강한만큼, 자연스럽게 감독님의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혹시 차기작을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 궁금하고, 만약 없다면 버킷리스트처럼 '죽기 전에 꼭 만들고싶은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또, 정말 사소하고 쓸데없는 질문인 것 같지만 연주가 수많은 주종 중에 와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애정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큰 힘이 되네요. 현재 차기작 계획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단편이 될지 장편이 될지 모르는 이야기들을 써보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이 완성되지 않아 자세히 설명 드리기엔 무리가 있지만, 사회가 정상적이라 여기는 가족에 대한 해체를 말하는 이야기. 가스라이팅으로 점철된 유해한 연애가 얼마나 위험하고 과소평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중입니다. 이 두 이야기 모두 꼭 사회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이라, 가까운 시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완성시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정보인데 저는 각 캐릭터가 마시는 주류를 설정해놓았어요. 옥상씬은 모두가 만취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 ‘연주’는 10대이지만 자신은 누구보다도 어른스럽다 생각하고 이 학교가 우스워요. 자신은 남들과는 다르다 생각하고. 그렇기에 술을 마실 때 단순한 맥주 소주가 아닌 뭔가 알 수 없지만 일단 고급스러워 보이는 와인에 관심이 있었을 것 같아요. 또 ‘선생님’ 캐릭터는 어른이지만 술을 그렇게 잘 마실 것 같진 않았어요. 하지만 힘든 상황에 뭐라도 취해야 할 것 같으니 그나마 가벼운 (이 점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맥주를 설정했고, 옥상에 올라올 때 맥주병을 들고 올라옵니다. ‘주술하는 아이(진희)’는 등장인물중 가장 독특한 성격에 이국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주류 선택에 있어선 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옥상에 올라올 때 소주병을 들고 올라옵니다. 추락하는 슬로우 단독씬에선 아이의 얼굴 앞으로 소주병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아마 이중에 가장 술을 잘마시고 애주가는 ‘주술하는 아이’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Q3. 감독님만의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방법 하나는 어떤 것인지 묻고 싶고 10대들에게 또 다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자신을 사랑하다가도 금세 방법을 잃고, 새로운 방법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다 어느순간 다시 바닥을 치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모든 상황은 다르고 매번 감정은 다르기에 어떠한 방법이 있다 말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저의 일기, 혹은 바람과 같습니다. 영화에서 말하길 ‘너를 좋아해 줘. 너가 아님 누가 너를 좋아해주겠니’라고 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쉬운 말이면서도 그것이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가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습니다. 영화속 연주 또한 지금의 소동은 지나갔지만 앞으로 또 얼마나 큰 위협이 닥칠지 모릅니다. 이 점은 10대뿐만 아니라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이 있을것이고, 존재를 위협하는 사건과 사람들은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기를 바라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좀 이기적이게 나의 행복만을 바라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