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폭염> 구지윤 감독
Q1. 이하은, 홍사빈 배우님께 :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크게 터트리는 모습보다는 감정을 억누르고 억누르다가 조금씩 삭히며 내보내는 모습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가 더 슬프고 처연하게 느껴기지도 했고요. 배우로서 영화 내내 이러한 연기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연기를 하시면서 어떤 것을 가장 많이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하은 :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가희, 그러한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겨누게 되어버리고 결국엔 그러한 자기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이야기의 한줄기를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중심을 잡아놓고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사랑과 자기애는 거울처럼 비추며 타인과의 교감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요. 가희가 왜 타인과의 교감이 힘들어졌는지. 어떠한 경험들이 모여서 가희에게 어떠한 흔적들을 남겼는지. 촬영을 하기 전엔 그런 것들을 많이 상상하며 찾아가려 감독님과 상대배우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씬 사이사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희의 모습들까지 가희가 어땠을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상대배우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며 촬영을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
홍사빈 : 일단 질문해주신 분께 다시금 찍었던 영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사전에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현장에서 감독님이랑 대화하며 찍은걸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연기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경수의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고 찍은 영상을 보면서 앞으로 그려나갈 경수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작업을 진행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장 안에서 배우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표현하고 의욕적으로 더 표현하려는 순간들이 생기곤 하는데, 감독님과 여러 스텝 분들이 영화의 선과 캐릭터의 진중함을 잘 잡아주신 덕분에 가희와 경수의 반짝거리는 마음들이 화면 속에 잘 드러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 답변이 만족스러우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려운 시기에 영화를 봐주시고 이렇게 질문까지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관객 분들이 영화를 봐주시는 순간,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는 멋진 경험을 만들어 주신 대구단편영화제 스텝분들과 관객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Q2.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의견을 전달하실 때 정말 정교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들이랑 소통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연기가 아니라 실제 인물들이지 않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하며 잘 보았습니다. 폭염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더욱 가졌으면 좋겠고 앞으로의 작품도 응원합니다.
구지윤 :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응원이 큰 힘이 되어 저에게 닿았습니다.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은 텍스트에 얽메이지 않을 것 이었습니다.
각본과 연출을 모두 본인이 맡게 되면 글에 대한 애정, 글을 쓸 적에 상상했던 머릿속의 이미지, 심지어는 배우가 뱉게 될 대사의 토씨 하나에 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에 강박을 가지게 되며 객관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기피하고자 하는 게 <폭염>을 작업했을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객관화된 입장에서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온전하게 편한 환경만을 만들어주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연출자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한 것을 연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출자 본인이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했고, 연기하는 배우들은 참 답답했겠다 싶어 미안한 마음도 잔뜩이지만,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 넣어준 배우들 덕분에 멋진 연기를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Q3. 영화에서는 잠깐만 비춰져서 우리가 주인공 둘을 응원할 수 있지만 감독님은 이 둘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가질거라고 생각하시며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 머릿속의 에필로그를 듣고 싶습니다!
구지윤 : 아득한 기억입니다. <폭염>의 첫 고를 쓸 적에 가희는 혼자서 엔딩을 맞이했습니다. 왜 나는 이런 엔딩으로 이야기를 끝낼 수 밖에 없을까를 고민했고, 분명하게 가희에게 다른 엔딩을 선물하고 싶었지요.
가희의 삶엔 영화를 만들적 저의 삶이 녹아있고 또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번의 수정을 거치며 지금의 엔딩을 완성하기까지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엔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그 이미지를 소유하고 싶던 2019년의 저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누군가 가희와 경수는 함께 살고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나의 주변엔 괜찮은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가희의 여름이, 미래를 함께 해볼래? 라고 묻는 사람과 함께일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과 함께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며 지나가고 있다고 믿어보겠습니다. 세상 모든 가희를 응원합니다.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폭염> 구지윤 감독
Q1. 이하은, 홍사빈 배우님께 :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크게 터트리는 모습보다는 감정을 억누르고 억누르다가 조금씩 삭히며 내보내는 모습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가 더 슬프고 처연하게 느껴기지도 했고요. 배우로서 영화 내내 이러한 연기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연기를 하시면서 어떤 것을 가장 많이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하은 :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가희, 그러한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겨누게 되어버리고 결국엔 그러한 자기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이야기의 한줄기를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중심을 잡아놓고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사랑과 자기애는 거울처럼 비추며 타인과의 교감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요. 가희가 왜 타인과의 교감이 힘들어졌는지. 어떠한 경험들이 모여서 가희에게 어떠한 흔적들을 남겼는지. 촬영을 하기 전엔 그런 것들을 많이 상상하며 찾아가려 감독님과 상대배우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씬 사이사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희의 모습들까지 가희가 어땠을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상대배우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며 촬영을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
홍사빈 : 일단 질문해주신 분께 다시금 찍었던 영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사전에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현장에서 감독님이랑 대화하며 찍은걸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연기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경수의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고 찍은 영상을 보면서 앞으로 그려나갈 경수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작업을 진행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장 안에서 배우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표현하고 의욕적으로 더 표현하려는 순간들이 생기곤 하는데, 감독님과 여러 스텝 분들이 영화의 선과 캐릭터의 진중함을 잘 잡아주신 덕분에 가희와 경수의 반짝거리는 마음들이 화면 속에 잘 드러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 답변이 만족스러우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려운 시기에 영화를 봐주시고 이렇게 질문까지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관객 분들이 영화를 봐주시는 순간,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는 멋진 경험을 만들어 주신 대구단편영화제 스텝분들과 관객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Q2.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의견을 전달하실 때 정말 정교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들이랑 소통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연기가 아니라 실제 인물들이지 않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하며 잘 보았습니다. 폭염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더욱 가졌으면 좋겠고 앞으로의 작품도 응원합니다.
구지윤 :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응원이 큰 힘이 되어 저에게 닿았습니다.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은 텍스트에 얽메이지 않을 것 이었습니다.
각본과 연출을 모두 본인이 맡게 되면 글에 대한 애정, 글을 쓸 적에 상상했던 머릿속의 이미지, 심지어는 배우가 뱉게 될 대사의 토씨 하나에 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에 강박을 가지게 되며 객관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기피하고자 하는 게 <폭염>을 작업했을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객관화된 입장에서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온전하게 편한 환경만을 만들어주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연출자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한 것을 연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출자 본인이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했고, 연기하는 배우들은 참 답답했겠다 싶어 미안한 마음도 잔뜩이지만,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 넣어준 배우들 덕분에 멋진 연기를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Q3. 영화에서는 잠깐만 비춰져서 우리가 주인공 둘을 응원할 수 있지만 감독님은 이 둘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가질거라고 생각하시며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 머릿속의 에필로그를 듣고 싶습니다!
구지윤 : 아득한 기억입니다. <폭염>의 첫 고를 쓸 적에 가희는 혼자서 엔딩을 맞이했습니다. 왜 나는 이런 엔딩으로 이야기를 끝낼 수 밖에 없을까를 고민했고, 분명하게 가희에게 다른 엔딩을 선물하고 싶었지요.
가희의 삶엔 영화를 만들적 저의 삶이 녹아있고 또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번의 수정을 거치며 지금의 엔딩을 완성하기까지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엔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그 이미지를 소유하고 싶던 2019년의 저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누군가 가희와 경수는 함께 살고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나의 주변엔 괜찮은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가희의 여름이, 미래를 함께 해볼래? 라고 묻는 사람과 함께일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과 함께 새로운 나날을 맞이하며 지나가고 있다고 믿어보겠습니다. 세상 모든 가희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