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어제 내린 비> 송현주 감독
Q1. 노상방뇨는 아니지만 아무튼 노상방뇨와 방광염.. 인생이란 웃프네요. 제목이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합니다.
시놉 단계에서 프로듀서님이 제안해 준 제목인데요. 정서는 전혀 다르지만, 동명의 노래와 영화가 있습니다. 어제 내린 비가 진짜 비를 말하기도 하지만, 영환이 이 등신이 지하철에서 한 바보짓을 중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끝까지 유지하게 되었어요. '웃프다'는 게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이길 바랬는데 이런 감상을 얘기해주시니 기쁩니다.
Q2. 올해 본 단편영화중에 단연 제일 좋았습니다. 작품을 보고나서 어제 내린 비 보다도 그 비를 털고 일어나는 민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이 영화가 굉장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세련되게 힘을 주는 영화요! 특히 지하철에서 지상철로 올라오는 순간과 작품의 미술(트로피칼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감독님 작품 꼭 챙겨볼거에요!!!! 팬이예요!! :)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완성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스스로 묻고 있는 거예요. 나 이 영화 왜 만들었지, 왜 이런 캐릭터를 데리고 이런 일을 겪게 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런 민조를 보고 싶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인생은 계속해서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테고, 때때로 터지는 슬프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애먼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허공의 발길질 같은 무용한 일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래야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 몸부림이 좀 구차하더라도 긍정하고 싶습니다. 감사해요. 열심히 만들게요. 또 봬요.
Q3. 지하철에서 지상철로 올라오는 그런 순간은 어떻게 촬영하신건가요?
미술을 하시면서 제일 신경써서 집중하셨거나 메인테마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하철과 지상철 실내는 모두 남양주 종합촬영소 세트에서 촬영했고, 앞뒤로 붙는 짧은 인서트 컷만 실제 지하철에서 촬영했습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 세트는 거의 이십 년이 되어가는 오래된 세트여서 걱정이 많았는데요. 모든 팀이 고생해주었지만, 특히 조명팀이 열차가 이동하는 방향에 맞춰 빛을 조절해준 것이 화면에 잘 담긴 것 같아요.
미술 감독님과 컨셉을 딱 정해서 얘기를 나누진 않았는데요. 주인공인 민조가 다른 인물들과 붙기보다는 혼자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민조가 무언가 구체적인 액션을 할 수 있는 소품을 곳곳에 두자, 또 돌아가는 선풍기라든지 옷이나 패브릭의 패턴 등으로 화면을 너무 단조롭지 않게 만들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비가 내린 이후로 한동안 찌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설정이어서 자연스럽게 더운 날씨가 강조될 수 있는 색감이 뚜렷한 소품과 의상들을 골랐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 장면에서는 노후한 세트를 전부 미술로 커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선 분산용으로 보조출연자분들에게 색감이나 패턴이 있는 옷을 입고 와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나네요.
Q4. 어제 내린 비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윤혜리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영화를 잘 이끌어가주는 요소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배우님과 연기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실 때 어떻게 주로 소통하셨는지,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다면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같이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윤혜리 배우님이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어요. 저와 혜리 배우님의 실제 성격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심전심이 빨랐던 것도 같고요. 프리 때 한번은 캐릭터 일기를 적어서 보여주셨는데 정말 한 줄 한 줄 너무나 공감해서 온몸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었습니다. (둘 다 낯을 가려서 실제로는 못 함.) 촬영 때도 걱정이 되는 부분은 정확하게 의견을 표해줬기 때문에 편집할 때 좀 더 진중하게 제 선택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웃기고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기억나면 좋겠는데 저는 초보 연출자였고 현장에서 주로 너갱이가 나가 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다만 혜리 배우님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코미디 연기랄까, 극의 아이러니와 유머러스한 포인트를 잘 알고 살려줘서 그저 감사했어요. 사랑합니다. 좋은 남자 만나세요..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FF 메신저
<어제 내린 비> 송현주 감독
Q1. 노상방뇨는 아니지만 아무튼 노상방뇨와 방광염.. 인생이란 웃프네요. 제목이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합니다.
시놉 단계에서 프로듀서님이 제안해 준 제목인데요. 정서는 전혀 다르지만, 동명의 노래와 영화가 있습니다. 어제 내린 비가 진짜 비를 말하기도 하지만, 영환이 이 등신이 지하철에서 한 바보짓을 중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끝까지 유지하게 되었어요. '웃프다'는 게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이길 바랬는데 이런 감상을 얘기해주시니 기쁩니다.
Q2. 올해 본 단편영화중에 단연 제일 좋았습니다. 작품을 보고나서 어제 내린 비 보다도 그 비를 털고 일어나는 민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이 영화가 굉장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세련되게 힘을 주는 영화요! 특히 지하철에서 지상철로 올라오는 순간과 작품의 미술(트로피칼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감독님 작품 꼭 챙겨볼거에요!!!! 팬이예요!! :)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완성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스스로 묻고 있는 거예요. 나 이 영화 왜 만들었지, 왜 이런 캐릭터를 데리고 이런 일을 겪게 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런 민조를 보고 싶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인생은 계속해서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테고, 때때로 터지는 슬프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애먼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허공의 발길질 같은 무용한 일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래야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 몸부림이 좀 구차하더라도 긍정하고 싶습니다. 감사해요. 열심히 만들게요. 또 봬요.
Q3. 지하철에서 지상철로 올라오는 그런 순간은 어떻게 촬영하신건가요?
미술을 하시면서 제일 신경써서 집중하셨거나 메인테마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하철과 지상철 실내는 모두 남양주 종합촬영소 세트에서 촬영했고, 앞뒤로 붙는 짧은 인서트 컷만 실제 지하철에서 촬영했습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 세트는 거의 이십 년이 되어가는 오래된 세트여서 걱정이 많았는데요. 모든 팀이 고생해주었지만, 특히 조명팀이 열차가 이동하는 방향에 맞춰 빛을 조절해준 것이 화면에 잘 담긴 것 같아요.
미술 감독님과 컨셉을 딱 정해서 얘기를 나누진 않았는데요. 주인공인 민조가 다른 인물들과 붙기보다는 혼자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민조가 무언가 구체적인 액션을 할 수 있는 소품을 곳곳에 두자, 또 돌아가는 선풍기라든지 옷이나 패브릭의 패턴 등으로 화면을 너무 단조롭지 않게 만들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비가 내린 이후로 한동안 찌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설정이어서 자연스럽게 더운 날씨가 강조될 수 있는 색감이 뚜렷한 소품과 의상들을 골랐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 장면에서는 노후한 세트를 전부 미술로 커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선 분산용으로 보조출연자분들에게 색감이나 패턴이 있는 옷을 입고 와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나네요.
Q4. 어제 내린 비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윤혜리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영화를 잘 이끌어가주는 요소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배우님과 연기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실 때 어떻게 주로 소통하셨는지,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다면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같이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윤혜리 배우님이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어요. 저와 혜리 배우님의 실제 성격이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심전심이 빨랐던 것도 같고요. 프리 때 한번은 캐릭터 일기를 적어서 보여주셨는데 정말 한 줄 한 줄 너무나 공감해서 온몸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었습니다. (둘 다 낯을 가려서 실제로는 못 함.) 촬영 때도 걱정이 되는 부분은 정확하게 의견을 표해줬기 때문에 편집할 때 좀 더 진중하게 제 선택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웃기고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기억나면 좋겠는데 저는 초보 연출자였고 현장에서 주로 너갱이가 나가 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다만 혜리 배우님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코미디 연기랄까, 극의 아이러니와 유머러스한 포인트를 잘 알고 살려줘서 그저 감사했어요. 사랑합니다. 좋은 남자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