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ff choice 1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8/28(월) 13:30 오오극장
전대미문의 대 역병 이후 쪼그라든 극장과 그를 기반으로 소개되던 영화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관련 비상대응이 일상으로 전환되면서 회복을 꿈꿨지만 이미 시작된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다. 우리에게 극장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복합상영관 체제의 붕괴 속에서 독립예술영화와 작은 극장들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보다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함께 휩쓸려버린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급진적 과도기는 그리 길지 않은 영화와 극장의 역사에서 거듭 반복되어 왔고, 비주류 영화와 극장이 흥성했던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견뎌야 할 것인가, 과연 대안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하지만 회피가 불가능한 변화에 대응하는 도전 또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 역병 이전부터 존재해온 난관과 이후 심화된 위협을 연대기 순으로 돌아보며 거창한 담론 이전에 우리에게 작은 극장과 별난 영화들은 어떤 존재였던가. 코미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상영작 속에서 관객은 공통된 원 체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객원 프로그래머 김상목)

DC1-1 작은 영화관 Independent Film
2018 | 다큐멘터리 | 07' 52'' |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DIRECTOR_ 김정연 00_yeon@naver.com
CAST_ 유재균, 김성호, 김성태, 이햇님, 강하은
STAFF_ 감독/각본/편집/촬영/사운드 김정연
독립예술영화와 전용극장을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캠페인은 대개 왜 그래야 하느냐는 반론에 부딪힌다. 속상한데 더 힘든 건 반론을 펴기엔 공유 지반이 부재하다는 결정적 문제다. 소수의 열광적 취향일 뿐, 굳이 공적 지원대상이 되거나 순수예술처럼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는 독립예술영화의 현실이다. 하지만 척도를 바꿔본다면 사실 그 옹색한 입장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개선은 불가능하다. 발상의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 영화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제작 당시 현역 고교생이던 감독은 친구들과 함께 도심 구석에 위치한 한 극장을 찾는다. 공간의 이름을 그대로 옮긴 또 다른 다큐멘터리의 배경이기도 한, 이제는 사라진 춘천의 ‘일시정지 시네마’다. 감독은 친구들에게 독립영화와 극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시도한다. 그와 병행해 극장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왜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성공할 가망도 안 보이는 일을 계속하는지 질의한다. 대개 극장 당사자들의 입장 소개에 치중하는 비슷한 경향성과 궤를 달리하는 작업이 그렇게 완성된다. 평범해 보이지만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결과물이다. (김상목)

DC1-2 관객, 직원, 시네마테크 At cinematheque places
2018 | 극 | 12' 38'' |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DIRECTOR_ 이신희
CAST_ 이태경, 안제현, 최희진, 양동현
STAFF_ 감독/각본/편집 이신희 | 프로듀서 이병길 | 촬영 심형진 | 조명 김해룡 | 미술 정진형, 정서연 | 동시녹음 박재민 | 사운드 김규태
극장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영화제나 독립 예술영화 전용극장, '시네마테크'라 불리는 상영공간들은 상영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입장을 제한한다. 평범한 관객과 구분되는, 흔히 '씨네필'이라 분류되는 특정 유형 관객들은 극장 내 잡담이나 소음, 휴대폰 불빛에 무척 예민하기에 이런 규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영화는 국내 단 3곳뿐인 시네마테크 중 부산 영화의 전당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감독 본인이 과거 이런 극장의 입장 통제 상황에서 몰래 상영관에 잠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가상의 숨바꼭질을 재연한다. 극장 직원은 규정 위반 관객을 통제해야 할 직업적 의무와 함께 남들은 있는지도 모를 작품에 대한 애정을 양면으로 지닌다. 극중 관객이 직원에게 읍소하듯 이 순간을 놓치면 자신은 영영 그 영화를 볼 기회를 잃고 만다는 읍소는 감독의 당시 심경 그 자체일 테다. 과거 비밀결사처럼 소수의 취향을 공유하던 시절 감성과 '유도리'를 함부로 발휘했다 낭패 볼 고충이 충돌하는 현재의 시네마테크 구조 안에서 감독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김상목)

DC1-3 영화, 관 Cinema Coffin
2017 | 극 | 16'24'' |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DIRECTOR_ 이로경
CAST_ 신정섭, 임다슬, 최호영
STAFF_ 감독/각본/편집/촬영/음악 이로경 | 조명 권건회 | 동시녹음 이성욱
CONTACT_ rainydayspictures@gmail.com (배급사 호우주의보)
영화의 시작은 기대에 부풀어 독립예술영화 극장을 찾았다 심드렁한 반응에 상처를 받았던 체험을 연상시킨다. 관객의 문의에 시큰둥한 매표소 직원의 무신경에서 저러니 오래 못 버티고 문을 닫지 하는 성토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비밀을 감춘 듯 당황해 하면서도 직원은 발권한다. 관객은 매점에서 팝콘을 찾지만 이 극장엔 팝콘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변에 다시 의아해한다. 직원은 대신 '강냉이'를 권하고 관객은 비닐 '봉다리'에 든 강냉이를 든 채 텅 빈 상영관으로 향한다. 직원은 다급하게 영사실로 향한다. 초로의 영사기사는 관객이 들었다는 소식에 당황해한다. 영화는 미스터리 형태로 출발해 비록 쇠락했지만 보전 가치가 있는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을 향한 애정 가득한 고전 코미디의 흥취로 귀결되는 작업이다. 그 절정은 오랜 시간 기다려왔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미래의 관객이 상상으로 출현하는 찰나다. 물론 냉정한 현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이제 곧 사라질 공간에 층층이 쌓아올린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고, 그런 극장에 끌리는 이들이 있다면 부활하리란 희망을 전하고픈 욕망의 발현. (김상목)

DC1-4 6D 극장 6D Theater
2015 | 극 | 21' 29" |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DIRECTOR_ 조현민
CAST_ 전민규, 서현우, 권주영, 한하나, 김지은, 차지원, 하윤경
STAFF_ 각본 조현민 | 프로듀서 이인엽 | 편집 신서영 | 촬영 유재현 | 조명 한만욱 | 미술 권슬기 | 동시녹음 이가영 | 사운드 한가영
CONTACT_ centralpark.co@gmail.com (배급사 센트럴파크)
‘아서 왕’ 전설은 예정된 패배의 서사다. 로마 식민지로 '문명화'된 로만 브리튼은 제국의 위기와 함께 주둔군이 철수하면서 과거 동족이던 픽트 족과 바다건너 앵글로 색슨 족에게 침략당해 사투를 벌인다. 여기에 중세 영국에 뿌리내린 프랑스 기사문학 영향으로 성배 탐구 전설이 더해진다. 결국 쟁쟁한 기사들의 모험은 실패하고 브리튼은 반란으로 몰락하고 만다. 영화는 그런 아서 왕 전설의 후반부를 차지한 성배 찾기를 뚝 떼어와 현실의 씨네필과 결부시킨다. 리얼 월드를 거부하고 극장에서 영화보기에 탐닉한 주인공은 스크린 속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을 극한의 ‘6D’ 영화체험에 직면한다. 초반의 코믹한 묘사에서 <몬티 파이튼의 성배>를 떠올리겠지만 오히려 본 작품은 <액스칼리버> 후반부의 잔혹한 풍자와 가깝다. 그런 스크린 속 풍경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주인공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현실을 외면한 채 영화로 도피해버린 씨네필 문화, 그리고 현대인이 잊고 지내는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연민한다. 판타지에서 출발해 리얼리즘에 도달하는 도전은 고스란히 극장 밖과 안의 경계를 허문다. (김상목)

DC1-5 시네마 클럽 Cinema Club
2022 | 다큐멘터리 | 26'56'' |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DIRECTOR_ 정윤지
STAFF_ 감독/각본/편집/촬영/동시녹음 정윤지 | 프로듀서 김희진 | 음악 이수빈 | 사운드 김범유
CONTACT_ rainydayspictures@gmail.com (배급사 호우주의보)
코로나19가 터지고 극장은 문을 닫거나 엄격한 거리두기로 명맥을 유지했다. 원래도 관객에게 잊혀진, 상업영화가 아닌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던 몇몇 작은 극장들은 더 외로워졌다. 이들 극장을 찾던 소수 중 일부이던 감독은 처음에는 극장의 쾌적한 환경을 즐기지만 이내 외로워진다. 감독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부지런한 감독은 전국을 헤매기 시작한다. 화면에 광주극장,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서울극장, 씨네아트 리좀,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차례로 등장한다. 감독은 그 극장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그들은 오랫동안 묻어둔 답을 들려준다. 어떤 이는 극장이 춥다며 직원이 건네준 담요의 포근함과 실제로 추웠던 실내 덕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추억을, 누군가는 번잡한 도심에서 마치 미로 찾기처럼 복잡한 과정으로 마침내 도달했던 비밀통로의 기억을 소회한다. 각자의 기억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그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의 대체 불가능한 매혹에 대해 읊조린다. 스마트 폰 액정으로 <시민 케인>을 보기 vs 극장 스크린으로 축구경기를 여럿이 함께 보기 중 그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김상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