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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감독전


8/27(일) 13:30 아카데미

이다영 감독은 <정원씨> (2019), <작년에 봤던 새> (2020), <한비> (2021), <햇볕을 볼 시간> (2022)으로 이어지는 작업을 통해 기성세대가 쌓아올린 넘어서기 불가능해 보이는 사회적 장벽에 직면한 청년세대의 초상을 그린다. 데뷔작 <정원씨>는 부당한 직장 갑질을 지켜보는 학습지교사, <작년에 봤던 새>에선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떠나야 하는 이주민, <한비>에선 지인의 죽음을 견뎌야 하는 남은 자들, <햇볕을 볼 시간>에선 불안정한 환경 속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은 노동 소외와 강제개발, 소중한 이의 죽음, 위태로운 현실조건 같은 민감한 쟁점을 피하지 않지만, 그 표현 방식은 김수영의 시 「풀」처럼 풍파를 참고 견디는 민초들의 인내를 소박하게 응원하는 형태로 완성된다. 영화 속 세상 역시 현실처럼 팍팍하지만 모두가 '내가 제일 불행해!' 절규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진실을 나누고자 한다. 그런 외유내강의 태도로 함께 이 잔인한 세상을 견뎌내자며 손을 내밀고 기운을 나누려는 선의가 빛과 온기를 영화 전체에 입힌다.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객원 프로그래머 김상목)

DC3-1 작년에 봤던 새 The Bird We Saw Once

2020 | 극 | 31'32'' | 이다영 감독전


DIRECTER_ 이다영 

CAST_ 강진아, 김미진, 조정민, 어성욱

STAFF_ 감독/각본/편집 이다영 | 프로듀서 김현규, 이민형 | 촬영 조은진 | 동시녹음 신기완 | 음악 고화정 | 사운드 김현규

CINTACT_ rainydayspictures@gmail.com (배급사 호우주의보) 


<작년에 봤던 새>는 신 공항 건립으로 인해 이주해 꾸려온 근거를 잃고 떠나게 된 여성과 그로 인해 일자리와 친구까지 전부 잃게 될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다. 영화는 장벽에 부딪치며 으르렁대는 방식이 아니라 패배가 예정되어 떠나고 잊힐 이들의 애잔한 정서로 인도한다. 작년에 봤던 새, 알아듣기 힘든 방언을 구사하는 주민들, 금방 바람에 떨어져나갈 공항 반대 벽보, 주인들의 기억이 덕지덕지 묻어난 카페와 냉장고, 그리고 보금자리를 잃고 떠날 운명의 두 여성, 마지막으로 근현대사 내내 상처받아온 아름다운 섬과 ‘한라봉’산의 이국적 정경이 하나로 합쳐진다. 행운의 반전이나 정의의 승리는 기대할 수 없지만, 길 잃은 작은 새는 기억 속이 아니라 분명히 지금도 어딘가에서 현실을 살아내고 있음을 전한다. 그런데 반전. 작년에 봤던 그 새는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현재 한반도 하천생태계 정점의 포식자다. 그 새들이 투영된 주인공들 또한 시련에 고통 받을지언정 결코 패배하지 않고 계속 그들의 생존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김상목)

DC3-2 한비 The Gleaming

2021 | 극 | 22'50'' | 이다영 감독전


DIRECTER_ 이다영  

CAST_ 김예지, 노재원, 정은경, 강진아        

STAFF_ 감독/각본/편집/사운드 이다영 | 프로듀서 이민영 | 촬영 조은진 | 동시녹음 김현규 | 음악 루모스 뮤직

CONTACT_ rainydayspictures@gmail.com (배급사 호우주의보) 


<한비>는 전작들과 달리 사회적 쟁점을 주 배경으로 활용한 등장인물 간 관계, 특히 감독의 장기인 떠난 자와 남는 자의 구도에 집중한다. 해수와 전 남친 한성, 한성의 어머니 진경은 함께 해수에겐 동료-선배, 한성에겐 누나, 진경에겐 딸인 '한비'가 안식 중인 수목 장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셋은 각자가 기억하는 한비에 대해 공유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그 기억들은 상충한다. 해수는 한비와 함께 '기능이 끝난' 유리조각을 활용한 예술품을 만들어 왔다. 유리조각에 반사된 빛은 다양한 각도로 굴절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등장인물들의 개별 발화로만 출현하는 한비는 그가 만들던 빛의 조화처럼 고정되지 않는 스펙트럼으로 기억된다. 그 차이를 인식한 해수는 자신만의 기억을 간추려 한비에게 편지를 전한다. 그 순간 마술 같은 찰나가 찾아든다.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존재 또한 사라지지 않는 걸까? 해수가 필사적으로 쫓는 빛의 기억은 그 자체로 기억투쟁이다. 해수의 눈동자와 유리를 통과한 빛이 프리즘처럼 만나는 빛의 제국은 오래도록 둘만의 영토로 간직될 테다. (김상목)

DC3-3 햇볕을 볼 시간 Cacti

2022 | 극 | 29'33'' | 이다영 감독전


DIRECTER_ 이다영  

CAST_ 김예지, 노재원, 한세하        

STAFF_ 감독/각본/편집/사운드 이다영 | 프로듀서 한세하 | 촬영/조명 조은진 | 동시녹음/사운드 김현규 | 음악 루모스 뮤직

CONTACT_ rainydayspictures@gmail.com (배급사 호우주의보) 


재경과 현수는 오래된 커플이다. 재경은 출연예정이던 영화가 연기되었음에도 작품을 위해 외발자전거 연습에 매진한다. 동네 이웃에게 구한 캠코더로 둘은 일상을 기록한다. 재경은 주인의 월세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전하지만 달리 대책은 없다. 언뜻 청년세대 묘사에 치중하는 근래 유행을 답습하듯 보이지만 현실 나열에 그치지 않는 변주를 선보인다. 특별할 것 없던 둘의 일상이 응축되면서 방향이 또렷해진다. 감독의 전작들도 극단적 상황과 거리가 멀지만 <햇볕을 볼 시간>은 그중 특히 '사건'이라 할 만한 게 없다. 둘 사이엔 일시적 의견충돌 외엔 큰 불화랄 게 없고, 찰나의 다툼 역시 사과와 위로, 그리고 산책으로 종결된다. 영화는 몇 개의 아이콘을 주인공들과 병치시킨다. 외발자전거는 위태로운 청년세대가 처한 물리적 환경이다. 선인장은 주인공들이 세상과 싸우는 방식이다. 조금씩 늘어가는 재경의 외발자전거 실력은 노력의 시간이 허투루 흘러가진 않는다는 표식이다. 중고 캠코더에 담긴 영상은 그들의 삶이 기억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낸다. (김상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