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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게


8/22(목) 16:00 메가박스 만경



낯 뜨거운 고백으로 먼저 시작하자면 ‘영화에게’ 섹션은 사실 제목이 아닌 상영작 네 편을 먼저 확정하고 그 다음 제목을 짓게 된 경우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수많은 개인적인 고민과 함께 사무국과의 격렬한 토론이 동반되었다. 영화를 향한 연서, 영화, 좋아하세요?, 영화가 뭐길래, 이거 마시면 나랑 영화하는 거다….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건, 어쩌면 영화에 대해서라면 늘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니면 반대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스스로도 알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영화에게, 라는 짧은 제목으로 마무리된 건,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고 그저 일대일로 영화와 마주하며 같이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던 마음이 담긴 결과다. 

이 네 편의 영화들은, 어떤 누군가의 영화에 대한 마음 그리고 그것과 함께 대화를 시도한 기록이다. <영화편지>에는 영화에 대한 추억과 그것을 향유하는 마음이, <단편영화 유니버스>에는 자기가 만들어낸 영화 속 캐릭터와 자기가 이끌던 영화 현장에 대한 마음이, <영화전대 춘화레인저>에는 영화를 만드는 즐거운 마음과 이에 대비되는 그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봉준호를 찾아서>에는 누군가와 누군가의 영화를 좋아하는 끝없는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마음은 결국 누군가의 영화가 되었고, 이제 한데 모여 묶인 이 영화들이 지금 여기서 당신의 응답을 기다린다. 나를 웃게도 울게도, 기쁘게도 고맙게도, 힘들게도 외롭게도 만드는, 영화라는 것에 대하여.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1-1 영화편지 To Cinema

2022 | 극 | 24' 53'' | 영화에게


  • DIRECTOR_유시형 (배급사 필름다빈) film_dabin@daum.net
  • CAST_송희준, 김태희, 고용석, 양현성, 임효진
  • STAFF_감독/각본 유시형 | 프로듀서 김동환 | 편집 유시형, 황민하 | 촬영 김현석 | 미술 신한섭 | 동시녹음 노승국 | 음악 펑시 | 사운드 고아영(포스트K)


헤밍웨이는 여섯 개의 단어만 쓰고도 사람들을 울릴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살짝 줄여본 이 영화의 시놉시스도 꽤 만만치 않다. ‘영화가 금지된 시대에, 영화를 생각하고 추억한다’ 영화는 어디선가 흘러온 다섯 남녀가 각자의 방식대로 영화를 추억하고, 그러다 종래에는 다같이 모여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후다닥 영상을 끄고 숨죽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영화편지>는 검열 같은 단어를 운운하며 스스로를 정치화시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스크린 속 풍경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오래오래 보여주고, 영화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그들 주변의 공기를 최대한 담아내는 길을 택한다. 영화에게 보내는 편지, 영화에게서 온 편지, 또는 영화로 만든 편지. 어느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여전히 영화라는 것이 이 세상에 유효하다고 믿는, 믿고 싶은 아니 믿어 의심치 않는 수많은 누군가의 마음들로 쓰여진 절절하고도 애달픈 연서(戀書)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1-2 단편영화 유니버스 Short Film Universe

2022 | 극 | 29' 51'' | 영화에게


  • DIRECTOR_이한 distribution@postfin.co.kr (배급사 포스트핀)
  • CAST_이민구, 김지수, 조석인, 성산희, 이정현
  • STAFF_감독/각본/편집 이한 | 프로듀서 제갈원 | 촬영 최영우 | 조명 김건, 이동훈 | 미술 이한 | 동시녹음/사운드 홍준범


세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이한 감독의 전작 상영회. 상영이 끝나고 GV가 이어지지만, 졸린 눈 비비며 깨어난 관객들 사이에서 질문은 나오지 않고 이한은 감독 은퇴를 선언한다. 비루한 현실에 괴로워하며 술을 잔뜩 퍼마시고 들어간 다음날 아침, 자신의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들 8명이 현실 속으로 튀어나와 감독의 방문을 두드린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익숙한 설정 위에서 <단편영화 유니버스>는 애정과 애증을 가로지르며 기분 좋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왜 나는 극중 이름도 안 주고 ‘동생 역’ 으로 크레딧에 적어놓았냐며, 또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감독을 혼내는 캐릭터들의 활약상이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으로 스크린을 물들인다. 그러는 한편, 이것은 더이상 영화만을 바라보며 살 수 없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자기가 만든 캐릭터들에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었던 한 영화감독의 처절한 내적 분투기이기도 하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너를 알아줄 거라는, 동료 영화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와 함께 영화 현장 그 자체에 대한 존중과 예찬의 마음이 빛난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1-3 영화전대 춘화레인저 Movie Rangers

2022| 극 | 26'53'' | 영화에게


  • DIRECTOR_안정민 ahn_nl@naver.com
  • CAST_박혜진, 장요훈, 남명렬, 장용철, 이동찬
  • STAFF_감독/각본 안정민 | 프로듀서 김재호 | 편집 안정민, 김재경 | 촬영/조명 김재경 | 미술 이이다 | 음악 강홍준


낡은 비디오 대여점 <영상시대>의 가게 주인 춘화 (레드)에게는 사실 영화감독이라는 숨겨둔 꿈이 있었다. 영화과 -그러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자신에 대한 불신이 많은- 학생인 요훈 (핑크)을 끌어들인 춘화는 청계천 공업사 사장 종구 (블루), 알랭 들롱의 광팬인 슈퍼 주인 병식 (그린), 그리고 단 한편의 영화를 남기고 사라진 은퇴한 감독 광렬 (옐로우)과 함께 전대물을 찍기 위한 특급 촬영팀을 구성한다. 그러나 촬영 당일, 마치 크랭크 인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어디선가 나타난 우주 괴수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뭔가를 만들고 이루어내는 데서 오는 즐거움은 영화라는 것이 제작되는 이유이자 첫 번째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언제라도 작아지고 나약해질 준비 또한 되어있기에, 요훈은 영화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춘화를 보며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저렇게 즐겁지 않을까봐 두려워한다. 그저 재밌는 걸 만들고 싶은 누군가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좋아하는 걸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영화전대 춘화레인저는 오늘 영화로 세상을 구하러 간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1-4 봉준호를 찾아서 Searching for Bong 

2015 | 극 | 21' 11" | 영화에게 


  • DIRECTOR_정하림, 이지연, 박건식 anfruf24@naver.com
  • CAST_정하림, 이지연, 박건식
  • STAFF_각본 정하림 | 프로듀서 정하림, 이지연, 박건식 | 편집 정하림, 이지연 | 촬영 정하림, 이지연 | 동시녹음 정하림, 이지연


봉준호 감독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이루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설국열차>와 <옥자> 사이인 2015년도에 만들어졌지만, 이후 <기생충>이 세계를 접수하고 K-무비가 영화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한 지금 이 다큐 역시 그야말로 ‘떡상’할 일만 남아있다. 누군가와 그 누군가가 만들어 낸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는, 그 가장 뜨겁고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어쩌면 예술이란 것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은 아닐까. 한 번이라도 누군가의 팬을 자처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영시간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하며 즐거웠던 기억은? 이란 학생들의 천진한 질문에 뭐지? 아씨 기억이 안 나네.. 라며 답변하는 봉준호 감독의 전설적인 짤을 탄생시키기도 한 작품.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