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단편교류전
Fragments
8/22(목) 18:30 메가박스 만경
대구단편영화제는 2015년 일본단편 4편을 초청상영한 이후 10년 만에 해외단편을 초청했다. 동시대 아시아 작품의 현재를 조망할 수 있도록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등 초청국가를 다양화하였고, 탁월한 연출과 반짝이는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엄선하였다. 이번 아시아단편교류전은 조각 또는 파편을 뜻하는 영단어 ‘Fragments’에서 부제를 가져왔다. Fragment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각자의 개성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네 편의 작품을 느슨하게 엮어준다. 단절된 개인, 관계 밖에 놓인 외로움이라는 서늘한 공기는 모든 작품의 기저에 공통으로 깔려있다. 사회 또는 구조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점유하지 못한 채 파편으로 맴도는 인물들을 그리는 태도와 시선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감상의 재미를 더해주리라 믿는다. 이번 아시아단편교류전을 위해 아시아 권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4인의 감독들이 소중한 작품을 내어주었고,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숏쇼츠필름페스티벌&아시아는 작품수급 및 자료 제공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 이번 교류전은 공간과 문화의 차이 속에 내재된 국경 없는 고민과 사유, 그리고 작품 완성도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치열함이 녹아있는 훌륭한 해외단편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사무국장 이승우

DC3-1 Please Hold the Line
2022 | 극 | 18'30'' | 아시아단편교류전
- DIRECTOR_Tan Ce Ding tanceding91@gmail.com
- CAST_Kendra Sow, Chen Puie Heng, Billy Ng, Ruby Faye
- STAFF_감독/각본/편집 Tan Ce Ding | 프로듀서 Yap Khai Soon, Edward Lim | 촬영 Kenz Koh | 조명 Loo Jun Yang | 미술 Jess Ooi | 동시녹음 Liew Cheong Jin | 음악 Moniange Quint | 사운드 Mohsin Othman, Eusoff Han
말레이시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소재로 다룬 Tan Ce Ding 감독의 <Please Hold the Line>은 그곳에서 일하는 어린 여성 노동자 한 사람의 일상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기계처럼 일하며 전화를 돌리는 그녀의 뱃속에는 생명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로 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그녀는 직접 범죄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The Girl’ ‘The Dad’ 등으로 명명되고 있다. 4:3 화면비의 압박을 묵묵히 견뎌 낸, 배우 kendra sow의 건조하면서도 정확한 연기가 특히 인상적인 작품. 덥고 습한 동남아 특유의 기후를 여실히 담아낸 촬영술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3-2 Into Thin Air
2022 | 극 | 12'27'' | 아시아단편교류전
- DIRECTOR_ Marc Oller marc.oller.sanchez@gmail.com
- CAST_Satsuki Azuma, Louis Rault Watanabe
- STAFF_감독 Marc Oller | 각본 Ana Cano, Marc Oller | 프로듀서 Xavi Vara | 편집 Aika Miyake | 촬영 Zack Spiger | 조명 Tanaka Jun | 동시녹음 Kemen Longo | 음악 Angel Sound Studio | 사운드 Carnaby Studios
도쿄에 사는 젊은 여성 모모는 남자친구인 타카시로부터 잠수 이별을 당한다. 하루아침에 나의 일상에서 삭제되어버린 누군가의 존재감을 감각한다는 점에서 고레에다의 <환상의 빛>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영화는 그런 상실과 혼란의 감정들을 오히려 화려한 촬영과 음악 안에 거침없이 녹여내며 자신의 자리를 전통적인 일본 영화의 정서 안으로 들여놓길 거부한다. 이는 감독인 Marc Oller가 스페인 출신이며, 일본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스태프 및 그밖의 제작기반을 구성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마구치 류스케와 미야케 쇼로 요약되는 현시점의 일본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을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론 오히려 미묘하게 비껴 가는 듯한 이 영화는 일본적인 것들과 전혀 일본적이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빚어진 독특한 퍼즐 조각이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3-3 Deep Bones
2023 | 극 | 24'59'' | 아시아단편교류전
- DIRECTOR_Tomoichiro Setsuda setu1006@gmail.com
- CAST_Shigehisa Nedu, Mari Yasukawa, Ririha Miyahara
- STAFF_감독/각본/프로듀서 Tomoichiro Setsuda | 편집 Daisuke Sugawara | 촬영 Takahiro Tsutai | 조명 Kenji Ishida | 미술 Yasuaki Harada | 음악 Shinya Hashimoto
생물선생 코바야시는 실험실에 전시할 표본을 만들기 위해 교내에서 자주 동물의 사체를 끓이곤 한다. 살이 다 날아가고 뼈만 남으면, 그 뼈를 진열장에 전시하는 것이다. 몸이 약해 학기 중엔 병원 신세이고 방학에만 혼자 학교에 나오는 학생, 그리고 그녀를 걱정하는 예전 담임까지 총 세 사람만이 아무도 나오지 않는 여름의 학교를 지킨다.
<Deep Bones>는 어딘가 불완전하고 온전치 못한 이들의 기묘한 결핍을 보여주면서도, 이들의 아픔을 어디까지나 따뜻한 눈빛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너른 품을 가진 영화다.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는 그러나 절대 인물들을 내버려두지도 않는, 섬세하고 인간적인 결을 간직한 영화. 의외의 독특한 유머 감각 또한 돋보인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

DC3-4 Chuff Chuff Chuff
2023 | 극 | 6'59'' | 아시아단편교류전
- DIRECTOR_Koi Wang Chao chaokoiwangfilms@gmail.com
- CAST_Zheng Yin Zhen, Ng Chi Wai, Tortoise Ah B
- STAFF_감독/각본/편집 Koi Wang Chao | 프로듀서 Sinye Wu | 촬영 Lee Ling | 조명 Kyo Yam | 미술 51 Wu | 사운드 Ellison Lau Chi Keong
독특한 발상과 (짧지만) 강렬한 에너지, 엔딩의 여운 등 <Chuff Chuff Chuff>를 ‘단편영화의 정석과도 같은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대만에서 온 작고 반짝이는 공예품 같은 이 영화는 한편으론 마치 누군가의 꿈에 들어가 영화를 찍은 것만 같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기운 또한 갖추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청년은 자신의 집이 기차로 변해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잠 이후의 현실 또한 꿈 같기는 매한가지고, 꿈과 현실의 구분 또는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가운데 영화는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시네마의 시작은 결국 ‘기차의 움직임’ 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되새겼을 때, 감상적인 결론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영화가 꾸는 꿈’ 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단 하루 동안 하나의 공간에서 촬영을 끝냈다는 매력적인 뒷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좋은 영화의 조건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