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로 옵스큐라
Monstro Obscura
홍승기 | 2025 | 극, 실험 | 17분 6초 | 국내경쟁
1996년, 서울. 영화필름의 현상 폐수가 하수도로 흘러들고, 괴물이 깨어난다. 필름 속 수많은 영화는 괴물의 기억이 되고, 그는 사라진 과거를 안고 도심 속을 떠돈다.
- 프로그램 노트
<몬스트로 옵스큐라>는 20세기 초 할리우드 B급 영화에 대한 향수(창작자가 경험하기 힘들었을 시대이기에 가상적인 향수)를 드러낸다. 신화로 남겨진 것들을 재생하여 현재의 결핍을 메우길 꿈꾼다. 그 꿈은 시대착오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하다. 물리적 필름의 죽음을 넘어서 이제 우리는 그 필름이 오래 거주했던 영화관이란 장소의 위기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내레이션의 말마따나 볼품없고 하찮은 것이 되어버릴까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시네필의 견딜 수 없는 악몽과도 같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되리라 믿었던 시네필의 꿈이 괴물이 되어 나타난다. 그러한 소망적 예언이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세상은 영화가 되었는데 우리가 원하던 방식대로 되지 않았거나 우리가 망각하거나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제 꿈을 이루지 못해 다시 돌아온 ‘어둠’은 자기 소멸에 이르러서라도 그 꿈을 보고자 하는 것만 같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한창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