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뱃속
The Mountain’s Insides
윤재원 | 2024 | 극 | 39분 2초 | 국내경쟁
신입 생태해설사 미령은 일터인 소이산을 오르다 우연히 베테랑 선배 해설사 명희를 만나게 된다. 둘은 함께 산을 오르며 탐방객 안내를 위한 대본을 연습한다. 그 시간 동안 이들은 각자 자신의 기억 속 전쟁과 상실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 프로그램 노트
신입 생태해설사 미령의 여정을 따라 낯선 곳에 발을 들이면, 오랜 시간 인간과 단절된 채 자연의 회복이라는 경이를 흡수한 철원 소이산의 시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은 익숙하지만 어딘가 꿈을 꾸고 있는 듯하고, 여기도, 저기도 아닌 것 같다. 사람의 발길이 묻지 않은 자연의 안쪽에서 시간은 어떤 경계 바깥으로 향한 것처럼 이상하게 흐르고 역사와 기억이 혼재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이를 ‘생태해설사’라는, 자연과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경계의 인물을 통해 드러낸다. 미령은 배태랑 해설사 명희와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해설의 언어를 습득하며 경계 안쪽의 시간에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미령의 언어 속에서, 소이산은 연습과 픽션이 혼재된 무대가 된다. 해설사는 전달하는 사람이자, 꿈꾸는 사람이고, 기나긴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말하는 사람이다. <산의 뱃속>은 무대의 이야기와 기억, 역사와 꿈이 교차하는 순간의 중층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김예솔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