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구석 위
Top Right Corner
이찬열 | 2025 | 극 | 28분 22초 | 국내경쟁
바다 앞에 선 사람들.
- 프로그램 노트
<오른쪽 구석 위>의 자막은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와 잡지 ‘소년’의 조각들을 거두며 이야기를 펼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인 A, B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다. 그저 바다라는 공간만이 관련성을 희미하게 드러낼 뿐이다. 그렇게 누구의 말일지 모를 자막은 영화 일부가 되어 글자 너머에 있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는 것들을 잇도록 한다. 마치 공책 귀퉁이에 적힌 글귀가 누군지 모를 이에게 말을 건네듯이, 서로의 안과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 이어지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서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 또 다른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좌표는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지는 방정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좌표의 한 점을 바라보는 눈에는 언제나 그 점이 중심일 테니, 자기 좌표를 확인하는 마음은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마음과도 그리 멀지 않은 것일까. <오른쪽 구석 위>는 그 좌표점을 오른쪽 구석 위로 옮기고, 그렇게 넉넉히 내어준 자리에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한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한창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