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을 꽃을 산다
Those who leave buy flowers
남소현 | 2025 | 극 | 29분 38초 | 국내경쟁
베를린에 사는 은하는 7년간의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준비 중이다. 23kg의 짐을 싸며 은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갈지 선택한다.
- 프로그램 노트
현실을 감내하며 버티던 이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새출발을 결심하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의 ‘떠남’은 조금 다르다. 이미 떠나온 사람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7년 전 베를린에 온 은하는 다시 한국에 돌아갈 채비를 한다.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린 들뜸은 사라지고, 다를 바 없이 씁쓸한 기억과 추억을 안은 채. 은하가 새로운 입주자에게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친구들을 빼앗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난 시간의 들뜸이 무색하게 사라져 버린 현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은하는 이 사실을 서툴지만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되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떠나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타지 생활에 위안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풍경을 다음 사람에게 선물함으로써. 은하는 비로소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김예솔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