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2025. 8.21 (목) 19:00 CGV대구한일 3관 (11층)
몬스트로 옵스큐라 Monstro Obscura
2025 | 극, 실험 | 17분 6초
CAST 김인경, 최종범, 홍승기
STAFF 감독/각본/편집/미술 홍승기 | 프로듀서 이든샘 | 촬영 정한서 | 동시녹음/음악 김원엽 | 사운드 김재환
1996년, 서울. 영화필름의 현상 폐수가 하수도로 흘러들고, 괴물이 깨어난다. 필름 속 수많은 영화는 괴물의 기억이 되고, 그는 사라진 과거를 안고 도심 속을 떠돈다.
- 프로그램 노트
<몬스트로 옵스큐라>는 20세기 초 할리우드 B급 영화에 대한 향수(창작자가 경험하기 힘들었을 시대이기에 가상적인 향수)를 드러낸다. 신화로 남겨진 것들을 재생하여 현재의 결핍을 메우길 꿈꾼다. 그 꿈은 시대착오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하다. 물리적 필름의 죽음을 넘어서 이제 우리는 그 필름이 오래 거주했던 영화관이란 장소의 위기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내레이션의 말마따나 볼품없고 하찮은 것이 되어버릴까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시네필의 견딜 수 없는 악몽과도 같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되리라 믿었던 시네필의 꿈이 괴물이 되어 나타난다. 그러한 소망적 예언이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세상은 영화가 되었는데 우리가 원하던 방식대로 되지 않았거나 우리가 망각하거나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제 꿈을 이루지 못해 다시 돌아온 ‘어둠’은 자기 소멸에 이르러서라도 그 꿈을 보고자 하는 것만 같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한창욱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 KOREA’s FUNNIEST HOME VIDEOS
2025 | 다큐멘터리 | 14분 31초
당근마켓에서 5만원에 디카(*니콘 쿨픽스 S6400, 정상작동!)를 구입했다. 운이 좋았다. 평소 내가 운이 참 없다고 생각해온 나는, 이 디카로 홈비디오를 찍고 싶어졌다. 내 유일한 가족인 나의 할머니를, 더 늦기 전에.
- 프로그램 노트
우리는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막연한 믿음에 불과할 뿐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여전히 확신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는 AI 생성 영상과 음성이 영화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사례 하나를 내민다. 닿을 수 없는 시공간에 가상으로나마 닿고, 생명 없는 것들에 삶을 불어 넣는 시도. AI 영상이 품고 있는 수만 가지 가능성 중 하나가 우리에게 유의미하게 제시된다. 그것을 통해 이 영화는 너무도 사적인 기록물을 만든다. 하지만 너무도 사적인 그 기록은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의 한계 안에서, 반드시 기록해야만 하는, 기록하고픈 대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 수 있다는 것, 그 기회가 행운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분명 삶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다. 제목의 ‘퍼니스트funniest’는 그 기록이 적어도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것이라는 점을 자신 있게 역설한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한창욱
월드 프리미어 World Premiere
2025 | 극 | 33분 46초
노정현 감독의 장편영화 <사람의 보풀>이 촬영 후 6년 만에 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앞두고 있다.
- 프로그램 노트
영화 현장에 대한 애환은 독립, 단편영화제의 단골손님이기도 하고, 관객에게는 익숙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이기도 하다. <월드 프리미어>는 그 맛이 조금 다르다. ‘영화를 만드는 삶’에 대한 애환이다. 아, 스태프가 아니고 감독의 입장에서 말이다. 다소 고장이 난 인물이 있다. 안하무인격 인물인가 생각이 들다가도 불현듯 마주친 현실 앞에서는 줄행랑을 치기 바쁜 걸로 보아 현실감각이 있는 것 같다. 현실의 부족함 앞에 주저앉으면, 진짜로 멈춰버릴 것 같아서 흐린 눈을 뜨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그래서 고장이 났다. 그래. 이 인물이 눈을 크게 뜨고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때는 바로, 자신의 영화를 보여줄 때이다.
영화는 있잖아. 조금이라도 더 크게 보여주기 위해서 43인치 TV를 손으로 들고 가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아니, 어리석은 게 아니라, 비.효.율.적. 글쎄, 중요하다니까?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장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