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안녕, 곰씨> 리뷰

안녕, 곰씨  Hello, Mr.bear  (정인혁, 2017, 극, 34min, 국내경쟁)


힘을 내요, 슈퍼 베어

<안녕, 곰씨> 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곰인형 탈을 쓰고 다니는, 주인공 “곰” 과 그를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돕는 “흡혈인 (뱀파이어의 우리말이 맞다) 출사모임”의 세 멤버 “배” “전” “순” 의 이야기이다. 인형탈을 쓴 주인공의 자아성찰기라는 점에서 <프랭크>, 뱀파이어 소재의 페이크 다큐 장르라는 점에서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앞의 영화들이 갖지 못한 <안녕, 곰씨> 만의 무기는 무엇보다 정확한 현실감각을 기반으로 펼쳐진 날카로운 은유다. “흡혈인 문화축제” 에 보낼 홍보영상을 찍고, 흡혈인이라는 사실을 부모님에게도 아직 말하지 못했으며, 일부 기독교 세력들로부터 배척당한다는 일화들이 가리키는 이들의 위치는 (물론 보는 입장의 차이가 있겠지만) 언뜻 자명해 보인다.

허구의 상황을 현실처럼 보이게끔 연출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은 어쩌면 지금의 세상에서 이 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탈출구인 것처럼 느껴진다.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을, 현실로서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영화적으로 구성해 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 장르의 힘을 빌려 주인공에게 직접 한마디의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안녕, 곰씨> 는 오늘도 세상의 폭력 앞에 인형탈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우리 곁의 누군가들에게 영화로 보내는 작은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