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시인의 말실수> 리뷰

시인의 말실수  Hearty Silence  (김주안, 2017, 극, 20min, 국내경쟁)


제목이 신선하다. 극적인 장면을 상상했지만 영화는 비교적 차분했다. 영신의 집과 서점, 그리고 가게 … 관객은 영신의 시선을 쫓아간다. 영신은 지나간 연인의 흔적을 찾는 동시에 이미 출판된 시를 고치려 한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언급되는 연인 태수에 대한 마디마다 영신은 시어를 써내려간다. 고치려는 시의 구절이 될지, 새로 쓰는 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영신은 걸음걸음마다 쓴다.

장소에 대한 연출이 돋보인다. 영신의 집이 가진 분위기나 서점, 거리, 버스정류장과 같은 장소가 주는 느낌이 편안해 몰입을 돕는다. 영신이 붙들고 있는 마음과 지우고 새로 쓰고픈 시를 보며 관객들은 자신이 가진 경험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때론 놓지 못해 쥐다가 부서지는 것들. 혹은 지워 낸 흔적이 사라지지 않아 쉽게 새로 쓸 수 없는 것들… 영신은 다시 들른 서점에서 ‘어차피 제가 쓴 것’이라는 말을 내뱉고 묘한 표정을 짓는다. 어차피 내가 쓴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파할 것도, 다시 찾지 못해 안달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여러 번 등장하는 시집 ‘다정한 침묵’도 제 몫을 제대로 한다. 마음을 지우려 하지만 다시 쓰지 못하는 영신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시집들을 가방에 넣는다. 하지만 기록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지우려는 시도에서 새로운 마음이 써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쨌든 써내려 가는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나는 그녀가 새로운 시집을 쓰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김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