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종말의 주행자> 리뷰

종말의 주행자  Apocalypse Runner  (조현민, 2018, 극, 39min, 국내경쟁)


B급 영화라는 말은 A급보다 ‘질 낮은’ 영화를 지칭한다. 물론 다른 기준들도 포함하는 말이긴 하지만 ‘등급’에 대한 관점이 큰 편이다. 그리고 ‘등급’은 영화가 얼마나 ‘충실히’ 제작되었는지를 평가한다. 즉, B급 영화는 기준 미달의 오답인 것이다. 하지만 오답이면 어떤가? B급 영화는 영화 혹은 예술에 대한 ‘정답’을 거부하는 기조를 보여준다. 작가 정신과 오답은 우리의 관점을 다시 환기한다.

<종말의 주행자>의 주인공인 ‘칼을 든 평론가 박동식’은 현실과 영화를 구분하지 못한다. 현실이 영화가 된 인물에게 가상과 실제는 도치된다.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실제인지 모를 사건들이 생겨난다. 보고 있는 관객의 입장 또한 도치된다. 평소 관객은 기준과 관습에 따라 영화를 해석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관객은 다만 하나의 신기루를 보고 있을 뿐이다. 관객은 더 이상 영화에 주도권이 없다.

이 신기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객 자신이 된다. 하지만 신기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만 자신의 유희를 즐겼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B급이나 A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무색하다. 다만 어떤 부담도 없이, 어떤 기준도 없이, 이 영화를 보고 있는 현재를 즐기기 바란다. 부단히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을 따라가자.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