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의 시간이 모두 겨울잠이었기를
영화계에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권력이다. 상업 영화라면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의 자금과 투자가 있어야 제작이 가능하고, 그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소수의 대박 영화가 아니고서야 모든 스탭들과 나누기 어렵다. 또한 그 쥐꼬리 같은 봉급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해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는 것, 열정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유행어가 쓰이기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 역시 영화를 찍어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일했던 영화사 대표에게 받지 못한 월급을 받아내기 위해 경찰서에도 찾아가보고, 동생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인격모독을 당해가면서 까지 막노동을 하기도 한다. 그의 이야기는 러닝타임 내내 우울하기 그지없으며, 평범하다. 영화가 결코 잔잔하거나 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극적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점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바다. 너무도 평범하고 흔한 일들을 영화로써 관람한다는, 그런 생각에 지루해하는 나. 우울한 삶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보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바로 성주인 것이다. 임금 체불, 생활고, 노동현장에서의 인격적 모독. 이 중 한 가지라도 겪어보지 않은 청년이 과연 존재할까. 포털 사이트에 ‘임금’만 쳐도 ‘노동부 임금체불 신고’가 뜨는 세상이다. 성주에게 주어진 긴 겨울잠 같은 시간들을 나열해 보아도, 이제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어려워진 우리.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자조적인 생각이 앞서는 것이 안타깝다.
영화 속에서 내내 내침 당하고 무시 받으며 움츠러들던 모습이 절정에 다다르고, 긴 울분을 터뜨리고 나서야 고단한 겨울잠을 끝낸 성주. 나는 그가 겨울잠이라 믿은 시간들이 정말 겨울잠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벼랑 끝에 몰려 더 이상 숨 쉴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와도 놓지 않고 내 영화를 찍겠다 말하는 성주에게, 새로운 봄이 찾아 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주진하)
그동안의 시간이 모두 겨울잠이었기를
영화계에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권력이다. 상업 영화라면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의 자금과 투자가 있어야 제작이 가능하고, 그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소수의 대박 영화가 아니고서야 모든 스탭들과 나누기 어렵다. 또한 그 쥐꼬리 같은 봉급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해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는 것, 열정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유행어가 쓰이기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 역시 영화를 찍어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일했던 영화사 대표에게 받지 못한 월급을 받아내기 위해 경찰서에도 찾아가보고, 동생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인격모독을 당해가면서 까지 막노동을 하기도 한다. 그의 이야기는 러닝타임 내내 우울하기 그지없으며, 평범하다. 영화가 결코 잔잔하거나 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극적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점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바다. 너무도 평범하고 흔한 일들을 영화로써 관람한다는, 그런 생각에 지루해하는 나. 우울한 삶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보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바로 성주인 것이다. 임금 체불, 생활고, 노동현장에서의 인격적 모독. 이 중 한 가지라도 겪어보지 않은 청년이 과연 존재할까. 포털 사이트에 ‘임금’만 쳐도 ‘노동부 임금체불 신고’가 뜨는 세상이다. 성주에게 주어진 긴 겨울잠 같은 시간들을 나열해 보아도, 이제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어려워진 우리.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자조적인 생각이 앞서는 것이 안타깝다.
영화 속에서 내내 내침 당하고 무시 받으며 움츠러들던 모습이 절정에 다다르고, 긴 울분을 터뜨리고 나서야 고단한 겨울잠을 끝낸 성주. 나는 그가 겨울잠이라 믿은 시간들이 정말 겨울잠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벼랑 끝에 몰려 더 이상 숨 쉴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와도 놓지 않고 내 영화를 찍겠다 말하는 성주에게, 새로운 봄이 찾아 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주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