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감정을 공유한 관계일수록 끝을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공유하는 것이 많아지고 그것에 의미가 담길수록 관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늘 줄타기하듯 곡예를 부리며, 우리는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말 한마디로 관계를 모두 정의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제일 친한, 같은 말들은 쉽게 누군가의 이름 앞에 붙었다 떨어진다. 그렇게 우리의 가장 친한, 제일 가까운 누군가를 만드는 일은 내가 뱉는 말 한마디로 굳어진다.
감정의 깊이가 깊을수록, 사람들의 눈에 가까워 보일수록, 지냄에 불편함이 없을수록. 사람마다 그 기준은 상이하겠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의 기준 속에서 소중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만든 것이어서 더욱 취약한 구석이 많다. 단단히 쌓아올린 관계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불안한 존재에 감정을 담고, 의미를 입혀 그럴싸하게 만들어놓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럴싸한 소중한 것은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인 주제에, 서로에게 기대아닌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그 기대가 관계의 끝을 결정짓는다.
쉽게 깨지지 않을 관계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기 힘들다. 서로가 각자 만들어 놓은 기준 속에서 우리는 소중하고 친밀한 관계지만, 그 관계가 깨지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고작 우리의 동의, 그 뿐이기 때문이다. 나의 동의, 상대의 동의.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것. 사소한 질투와 무관심, 오해 따위의 것들로도 부서지고 심지어 산산조각이 나 버릴 수 있는 관계.
영화가 민경과 민영이 공유한 많은 것들을 애써 설명하지 않은 데에는 그것들이 모두 일일이 설명되지 않을, 보이지 않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지만 그래서 더욱 불안정한 사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정의였다고 한들 ‘친한’ 사이의 두 사람의 관계가 고작 사소한 어긋남에 조용히 사라지고 마는 것은 그래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울고불고 싸우며 조각나는 관계보다 오히려 설득력 있는 전개다. 우리가 늘 주위에서 보고, 듣고 또 겪는 그것들처럼 말이다. 가까울수록 우리는 자꾸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전하지 않아도 전달 될 것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주진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감정을 공유한 관계일수록 끝을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공유하는 것이 많아지고 그것에 의미가 담길수록 관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늘 줄타기하듯 곡예를 부리며, 우리는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말 한마디로 관계를 모두 정의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제일 친한, 같은 말들은 쉽게 누군가의 이름 앞에 붙었다 떨어진다. 그렇게 우리의 가장 친한, 제일 가까운 누군가를 만드는 일은 내가 뱉는 말 한마디로 굳어진다.
감정의 깊이가 깊을수록, 사람들의 눈에 가까워 보일수록, 지냄에 불편함이 없을수록. 사람마다 그 기준은 상이하겠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의 기준 속에서 소중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만든 것이어서 더욱 취약한 구석이 많다. 단단히 쌓아올린 관계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불안한 존재에 감정을 담고, 의미를 입혀 그럴싸하게 만들어놓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럴싸한 소중한 것은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인 주제에, 서로에게 기대아닌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그 기대가 관계의 끝을 결정짓는다.
쉽게 깨지지 않을 관계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기 힘들다. 서로가 각자 만들어 놓은 기준 속에서 우리는 소중하고 친밀한 관계지만, 그 관계가 깨지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고작 우리의 동의, 그 뿐이기 때문이다. 나의 동의, 상대의 동의.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것. 사소한 질투와 무관심, 오해 따위의 것들로도 부서지고 심지어 산산조각이 나 버릴 수 있는 관계.
영화가 민경과 민영이 공유한 많은 것들을 애써 설명하지 않은 데에는 그것들이 모두 일일이 설명되지 않을, 보이지 않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지만 그래서 더욱 불안정한 사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정의였다고 한들 ‘친한’ 사이의 두 사람의 관계가 고작 사소한 어긋남에 조용히 사라지고 마는 것은 그래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울고불고 싸우며 조각나는 관계보다 오히려 설득력 있는 전개다. 우리가 늘 주위에서 보고, 듣고 또 겪는 그것들처럼 말이다. 가까울수록 우리는 자꾸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전하지 않아도 전달 될 것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주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