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공지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선정작 발표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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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선정작과 심사평을 다음과 같이 공지합니다.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주신 모든 창작자들과 제작에 참여하신 스탭, 배우 등 작품 관련자분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선정작의 감독님, 또는 배급사에는 이메일로 개별 안내드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국내경쟁 (총 31편, 가나다순)


01 2인 1실 (송예찬/극)

02 Bitter Cells (박희주/다큐멘터리)

03 건투 (신유석/극)

04 고슴도치의 꿈 (이다영/극)

05 공항으로의 수법 (석지윤/애니메이션)

06 꽃과 뱀 (안현정/애니메이션)

07 너와 나 사이의 바다 (유승헌/극)

08 두:시간 (이재원/극)

09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남소현/극)

10 로타리의 한철 (김소연/극)

11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 (이현빈/극)

12 모과 (백소혜/극)

13 몬스트로 옵스큐라 (홍승기/극, 실험)

14 뮤트 (윤은경/실험, 다큐멘터리)

15 사랑하는 그대, 이제 순댓국을 먹는가? (윤주영/극)

16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홍선혜/극)

17 산의 뱃속 (윤재원/극)

18 산책자들 (임이랑/극)

19 소리의 소리 (한소리/다큐멘터리)

20 소양강 소녀 (윤오성/극)

21 스포일리아 (이세형/극, 애니메이션)

22 어느새 부는 바람 (박지윤/극)

23 없는 산 (정진아/실험, 다큐멘터리)

24 오른쪽 구석 위 (이찬열/극)

25 유니폼 (강다연/극)

26 일렁일렁 (김예원/극)

27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어오면 하루를 보내 (고승현/극)

28 창경 (이장욱/실험)

29 첫여름 (허가영/극)

30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 (김국희/다큐멘터리)

31 (임다슬/극)



국내경쟁 심사평


영화를 만드는 일은 여러 가지 관습과 전형 속에서 자신만의 경로를 찾아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 편의 단편 영화가 완성되기 위해, 연출자는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며 영화를 위해 옳다고 느껴지는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 안전한 선택을 취하고 익숙한 영화의 문법을 따르게 된다는 사실은 단편 영화의 제작 환경을 둘러싼 여러 강박을 노출합니다. 한편 영화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심사하는 일 또한 영화에 대한 정의를 둘러싼 강박과 싸워나가는 작업일 것입니다. 심사는 익숙한 영화의 형태와 조건에 안주하지 않고 바깥의 시도를 눈여겨봄으로써 영화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주류적인 것들의 인력으로부터 가능한 멀어지는 것. 단편영화제는 그러한 모험을 약속하는 곳이라는 태도를 되새기며 심사에 임하고자 했습니다.

 

단편 영화를 둘러싼 가장 두드러진 강박은 영화의 끝을 맺는 방식에서 드러났습니다. 극영화의 경우, 대다수의 영화가 기승전결을 통한 전개를 추구하며 이야기를 어떻게든 결론짓거나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단편의 묘미를 보여주는 영화들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극적인 비약과 과감한 생략처럼 단편이라는 형식에서 구현할 수 있는 특유의 운동성을 갖춘 영화 대신 장편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축소된 규모로 재현하는 단편 영화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서사의 완결을 추구하다 보니 영화의 러닝타임은 자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고, 어떻게든 결론을 내어야 한다는 강박은 에필로그와 같은 인위적인 형식을 통해 영화를 끝맺는 패턴으로 이어졌습니다. 특정한 방식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이처럼 사소하고 무의식적인 강박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본과 조건이 따로 존재한다고 여기는 제작 환경의 실질적인 한계와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닌지, 제도와 제도를 둘러싼 인식의 문제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올해 출품작의 경향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공통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논제로 향하는 영화보다는 연인 간의 만남과 이별처럼 사적인 관계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영화들이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또한 플랫폼 노동,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청년 세대의 고민과 노동의 현실을 투영했던 영화가 줄어들고 개인의 무기력과 회피와 같은 증상을 통해 신자유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피로를 암시하는 영화가 늘어났습니다. 약자, 사회적 소수자를 조명하는 영화들이 드문 것은 아니었지만 이 또한 공적인 의제로 확장되기보다는 사적 관계 안에서 갈등과 이별, 상실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향해 도약하는 내면의 성장 서사로 풀어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이처럼 개인과 그 주변의 지리로 세계를 해석하는 경향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겨냥하기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과의 관계를 작은 보폭으로 서서히 탐색하는 사적 다큐멘터리의 경향이 주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나 가족 구성원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전형성에서 벗어나는 가족 내부의 특수함에서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하는 시도들이 많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고민을 통해 내부의 특수함을 외부와의 마찰로 끌고 나가는 집요함을 갖춘 영화는 드물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 재개발과 철거, 지역 발전 불균형 등 소외된 공동체를 향해 카메라를 들고 바깥으로 향하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극영화에서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해당 지역의 특수한 조건과 생활상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역을 익명의 공간이나 자연의 무대로 뭉뚱그리기보다는 지역의 실질적인 생활상을 조명하는 영화에 심사위원들이 지지를 보냈습니다. AI로 제작된 이미지를 활용하는 등 효과나 기술적인 면에서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올해 출품작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허나 그럴듯해 보이는 것에 치중하기보다 연기 연출처럼 기술 스태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연출자의 고민이 드러나는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선정된 31편의 영화는 각기 다른 장르적 스타일과 특색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는 눈에 띈 개성을 지닌 영화도 있지만, 인상을 남기려는 야심보다 묵묵히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끝내 마음이 동하게 되는 영화적 체험을 성립시키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 심사의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 중 하나였습니다. 단편영화제가 영화에 대한 강박을 잠시나마 해소하고 영화의 역량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출품해 주신 모든 창작자께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애플시네마 (총 8편, 가나다순)


01 72번지를 찾아서 (박재현/다큐멘터리)

02 가족의 요소 (양지은/극)

03 모기 (황세인/극)

04 셋업 (박지수/극)

05 여름, 아빠 (김가은/극)

06 월드 프리미어 (김선빈/극)

07 잠수금지 (장현빈/극)

08 커뮤니티 (박유진, 진현정/극)



애플시네마 심사평


올해 애플시네마에는 총 8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이 중 7편은 극영화, 1편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선정작은 심사위원들의 큰 이견 없이 고른 지지를 받았고, 공통적으로 지역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지역성’ 자체를 주제로 삼기보다는, 그 안에서 더 작고 섬세한 단위의 공동체를 발견하고 그 지속과 보존 가능성에 대해 성찰하는 시선이 돋보였습니다. 또한 장르와 형식 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대사 없이 전개되는 구성의 영화까지, 각기 다른 방향성과 감각이 지역 영화의 유연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작과 실험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회


김예솔비 평론가

이란희 감독

장병기 감독

최창환 감독

한창욱 평론가 (이상 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