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단편영화 <바운더리> 관련 공식입장 및 사과문 공지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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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단편영화제 사무국장 최은규입니다.

단편영화 <바운더리>와 관련된 경과 및 입장을 전달드립니다.


<바운더리>는 작년 제25회 영화제 애플시네마 부문에 출품된 작품으로, 당시 39분의 러닝타임으로 출품되었습니다. 그리고 출품접수가 마감된 후, 감독으로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상영본을 수정할 수 있겠냐는 문의가 당시 사무국에 전달되었고 해당 수정본의 러닝타임은 29분이었습니다. 당시 이승우 사무국장은 러닝타임이 10분 이상 줄어든 점, 그리고 출품접수 후 추가촬영을 진행해 심사 때 없던 새로운 장면이 덧붙여진 점 등을 고려해 두 상영본이 같은 버전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 수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하였고 감독과 논의 끝에 상영이 취소되었습니다.


이승우 전 사무국장의 퇴사에 따라 제가 올해 사무국장을 맡게 되었고, 작품과 관련된 정황을 알고 있었기에 영화제 운영위원회를 통해 본 사안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였습니다. 논의 내용은 <바운더리>의 상영 취소가 출품 취소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였습니다. 대구단편영화제 출품규정에는 '같은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두번 접수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해당 작품은 자동 탈락 처리된다' 는 규정이 있습니다. 출품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된다면, 올해 다시 출품할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창작자의 권리 보장을 위하여 꼭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운영위에서는 '작품의 심사가 완료된 시점에서 상영본을 수정할 수 없고, 따라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한 출품 취소보다는 출품자 본인의 의사를 반영한 상영 철회로 보인다' 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 내용을 감독에게 연락하여 공유하였고, 이에 감독이 개인 SNS에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하여 그에 대한 영화제의 입장 또한 전달하려 합니다. 여기까지가 작년과 올해에 걸쳐진 전체 경과입니다.


올해 이야기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운영위를 통한 논의를 진행하고, 해당 내용을 감독에게 공유했던 것은 전적으로 현 사무국장인 저의 판단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바, 혹여 재출품을 진행할 권리가 출품자에게 보장될 수 있고 그를 위한 합당한 논의를 거칠 수 있다면 관련된 최선의 절차를 밟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의 경우 해당 논의가 어디까지나 감독과 전 사무국장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던 만큼, 저 또한 엄연히 당시 영화제의 스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일에 대해 충분히 전후관계를 인지하지 못했고 당시의 의사 결정에 저의 의견을 반영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나간 일을, 마냥 지나갔다고 여기며 현재의 정적인 상태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여 <바운더리>가 올해 다시 출품이 된 것도, 감독으로부터 그에 대한 문의가 온 것도 아닌 상황이었음에도 먼저 연락하여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저의 과실이었습니다. 좋은 의도라 했더라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더라도 감독 입장에서는 출품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연락을 받은 것은 출품에 대한 마음을 단념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자 영화제의 월권으로 비쳐질 수 있겠다, 라고 뒤늦게 생각이 듭니다. 감독이 SNS를 통해 명시한, 운영위와의 논의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진행했다고 알렸던 부분 또한 상대방 입장에선 충분히 최선을 다하지 않은 형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해당 논의 불과 이틀 전에 실제 운영위원회가 개최되어 대면 회의 및 만남이 있었기에, 짧은 시간을 두고 6인의 위원들을 다시 소집하는 것에 주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좀 더 빠르게 생각해냈더라면 훨씬 정돈된 형태의 논의를 진행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첫 연락 당시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감독에게는 확실한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또한 반드시 이야기되어야 할 것은 작년의 정황에 대한 것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1. 명확하지 않은 출품규정    2. 그로 인한 당시 사무국의 자의적인 판단 및 조치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품작의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면 그것을 허용하는지 불허하는지, 허용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일시는 언제까지 가능한지, 그 판단은 누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하며 납득 가능한 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올해는 출품요강이 이미 공지되었고 공모도 거의 마무리 단계라 현 시점의 조치는 어렵습니다만, 내년에 올라갈 출품공모 요강에 대해서는 그 전까지 운영위의 논의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제정을 진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비단 이러한 공적 차원에서의 조치뿐 아니라, 영화제와 창작자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고 관련 논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 또는 프로그램을 올해 영화제 개막 전까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이번 건 뿐 아니더라도 애플피칭 지원작의 상영 및 출품에 대한 부분 등, 저희가 함께 이야기해야 할 내용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결정된 부분에 대한 안내와 결정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 청취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대구단편영화제가 진행된 지도 어언 26년이 되었습니다. 상영작은 70편 가까이 늘어났고 출품편수는 1200편에 달하며, 매년 3000명 이상의 관객과 영화인들이 방문하는 이른바 대형 행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를 만들고 출품하는 창작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면 그 모든 성과는 빛이 바랜다고 믿습니다. 저 또한 공적 기관의 영화 교육을 거쳤고 몇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프로듀서 출신이기도 합니다. 대구단편영화제가 좀 더 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동의 논의를 통해 모두의 기쁨이 되는 행사가 되어 나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