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가 공식 폐막하였습니다.
영화제를 찾아주신 모든 관객분들, 창작자분들,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국내경쟁 32편, 애플시네마 7편, 총 39편의 경쟁작들과 31편의 초청작까지.
총 70편의 훌륭한 작품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경쟁]
대상 <메이 앤 준> 박천현 감독
우수상 <트랙_잉> 이찬열, 조한나,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프
[애플시네마]
대상 <모르게> 박재현 감독
우수상 <새> 김운영 감독
[관객상]
<모르게> 박재현 감독
[애플피칭 제작지원]
- 전국부문
<Untitle> 고승현
<두 번째 기회> 이광재
- 대구경북부문
<커뮤니티> 박유진
<여름나기> 이선우
<밤 산책> 백민정 *Hyundai Outlet Daegu 부문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평
대략 영화 탄생 백 주년을 전후해 태어난 오늘날의 젊은 창작자들은 이중의 부담 속에서 작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덧 더는 신생의 예술이나 매체라고 부르기 힘들게 되어버린 영화의 전체 역사 속에서 자신이 만드는 작품의 자리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그동안 영화가 축적해온 것들 가운데 무엇을 수용할지 혹은 거부할지, 무엇을 개선할지 혹은 폐기할지를 따져보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영화사(史)가 아닌 다른 역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영화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기에 영화라는 것 자체만으로 놀라움을 주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드는 작품으로 과거의 영화가 미처 답사하지 못했던 미지의 경로를 열어 보여야 한다는 것, 심지어 그러한 경로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그래야 한다는 것, 이것이 두 번째입니다.
물론, 이런 부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늘날 한국영화 대부분이 그러하듯 역사적 무지 속에서 운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에 저항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화제의 역할일 것입니다.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대구 지역의 젊은 창작자들이 만든 7편의 작품을 모은 애플시네마 경쟁부문, 그리고 전국적으로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32편을 가려 뽑은 국내 경쟁부문에서 저희는 별다른 이견 없이 네 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애플시네마 경쟁부문 우수상 수상작은 김운영 감독의 <새>입니다. 아주 소소한 일화를 무척이나 소박해 보이는 형식으로 담아낸 이 영화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는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작품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삶을 이루는 개개의 미소한 순간들을 영화가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전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산듯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영화로 세상을 처음 대면할 때의 기분, 그 까마득한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귀한 영화입니다.
애플시네마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은 박재현 감독의 <모르게>입니다.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중학생 주인공이 아빠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을 눈치채고 나서 겪게 되는 일을 감정적으로 세심하게 좇는 영화입니다. 비극적으로 과장된 처참한 영화적 환상을 삶의 리얼리즘으로 간주하고 그런 환상을 낡은 수법으로 담아내는 데 그치곤 했던 독립영화의 오래된 경향을 고려하면, 카메라에 비치는 삶을 조작하기보다 어떤 ‘가능한 삶’을 모색하고 그렇게 모색된 삶을 카메라로 담아낼 방식을 신중하게 고민한 결과인 <모르게>는 더욱 돋보입니다.
국내 경쟁부문 우수상 수상작은 이찬열, 조한나,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프 감독의 <트랙_잉>입니다. 이 영화적 에세이는 영화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열차라는 교통수단을 무대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의 태도는 영화의 역사적 관습을 답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일상으로 파고든 범용한 무빙 이미지의 양식들, 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모되고 있는 언어적 양식들 등을 비판적으로, 또 발랄하게 끌어들여 대단히 매력적인 유사-다큐멘터리적 픽션을 만들어냈습니다. 뤼미에르와 멜리에스 사이에서, 동시에 21세기 오디오비주얼 이미지의 풍경들 가운데서, 어떤 영화가 (그것도 매우 코믹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예증하는 작품입니다.
국내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은 박천현 감독의 <메이 앤 준>입니다. 언뜻 보기에 이 영화는 너무나도 투명해서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에서 촬영되는 영화에 연기자로 지원하려는 커플이 연습하는 모습, 출연한 영화 속에 비친 그들의 모습, 영화 속 영화인 (혹은 영화 속 영화 속 영화인) 다큐멘터리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 등이 교차되는데도, 정작 보고 있는 동안에는 각각의 층위가 스스럼없이 섞여 하나의 친밀하고 단순한 영화적 세계가 형성되는 신기한 작품입니다. 무언가가 갓 생성되는 순간에 입회하는 흥분과 경이를 이처럼 겸허한 방식으로 체험케 하는 영화를 만나는 것은 정말이지 기쁜 일입니다.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영화평론가 유운성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애플피칭 심사평
제 25회 대구단편영화제는 애플피칭의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였습니다. 변화의 취지는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도전적이고 참신한, 소규모 영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지원된 자료를 바탕으로 장시간 논의를 하였습니다. 논의가 길어진 이유는 변화된 취지에 맞는 작품만을 선정하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지원작의 대다수가 작지 않은 규모의 작업이었습니다. 전체 제작비의 일부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서의 지원이 다수였고, 학교 등 교육기관의 과제작 제작비 충당을 위한 지원도 다소 있었습니다. 정작 기대했던 작은 규모의 작품들은 도전적이고 참신한 시도보다 서사의 부피를 줄이는 시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외려 작아진 지원 규모만큼 기획 및 시나리오의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취지에 맞춰 선정을 하자니 완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우려가 있고, 준비된 작품을 선정하자니 취지가 무색하다고 느낄 만큼 작품들의 규모가 컸습니다.
숙고와 긴 대화 끝에 심사위원들은 취지와 맞는 작품들뿐만 아니라, 완성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작품을 고루 선정하였음을 밝히며, 총 다섯 편의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최종 선정작은 전국 부문에 <두 번째 기회>, <Untitle> 두 편, 대구경북지역 부문에 <여름나기>, <커뮤니티>, <밤 산책> 세 편입니다. 최종 선정작과 1차 선정작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밝히며, 선정되지 못한 다른 작품들도 훌륭하게 완성이 되어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시기를 기다립니다.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영화감독 장병기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가 공식 폐막하였습니다.
영화제를 찾아주신 모든 관객분들, 창작자분들,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국내경쟁 32편, 애플시네마 7편, 총 39편의 경쟁작들과 31편의 초청작까지.
총 70편의 훌륭한 작품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경쟁]
대상 <메이 앤 준> 박천현 감독
우수상 <트랙_잉> 이찬열, 조한나,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프
[애플시네마]
대상 <모르게> 박재현 감독
우수상 <새> 김운영 감독
[관객상]
<모르게> 박재현 감독
[애플피칭 제작지원]
- 전국부문
<Untitle> 고승현
<두 번째 기회> 이광재
- 대구경북부문
<커뮤니티> 박유진
<여름나기> 이선우
<밤 산책> 백민정 *Hyundai Outlet Daegu 부문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평
대략 영화 탄생 백 주년을 전후해 태어난 오늘날의 젊은 창작자들은 이중의 부담 속에서 작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덧 더는 신생의 예술이나 매체라고 부르기 힘들게 되어버린 영화의 전체 역사 속에서 자신이 만드는 작품의 자리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그동안 영화가 축적해온 것들 가운데 무엇을 수용할지 혹은 거부할지, 무엇을 개선할지 혹은 폐기할지를 따져보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영화사(史)가 아닌 다른 역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영화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기에 영화라는 것 자체만으로 놀라움을 주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드는 작품으로 과거의 영화가 미처 답사하지 못했던 미지의 경로를 열어 보여야 한다는 것, 심지어 그러한 경로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그래야 한다는 것, 이것이 두 번째입니다.
물론, 이런 부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늘날 한국영화 대부분이 그러하듯 역사적 무지 속에서 운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에 저항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화제의 역할일 것입니다. 올해 대구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대구 지역의 젊은 창작자들이 만든 7편의 작품을 모은 애플시네마 경쟁부문, 그리고 전국적으로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32편을 가려 뽑은 국내 경쟁부문에서 저희는 별다른 이견 없이 네 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애플시네마 경쟁부문 우수상 수상작은 김운영 감독의 <새>입니다. 아주 소소한 일화를 무척이나 소박해 보이는 형식으로 담아낸 이 영화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는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작품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삶을 이루는 개개의 미소한 순간들을 영화가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전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산듯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영화로 세상을 처음 대면할 때의 기분, 그 까마득한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귀한 영화입니다.
애플시네마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은 박재현 감독의 <모르게>입니다.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중학생 주인공이 아빠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을 눈치채고 나서 겪게 되는 일을 감정적으로 세심하게 좇는 영화입니다. 비극적으로 과장된 처참한 영화적 환상을 삶의 리얼리즘으로 간주하고 그런 환상을 낡은 수법으로 담아내는 데 그치곤 했던 독립영화의 오래된 경향을 고려하면, 카메라에 비치는 삶을 조작하기보다 어떤 ‘가능한 삶’을 모색하고 그렇게 모색된 삶을 카메라로 담아낼 방식을 신중하게 고민한 결과인 <모르게>는 더욱 돋보입니다.
국내 경쟁부문 우수상 수상작은 이찬열, 조한나, 삼갈 락힘, 알리 티니베코프 감독의 <트랙_잉>입니다. 이 영화적 에세이는 영화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열차라는 교통수단을 무대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의 태도는 영화의 역사적 관습을 답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일상으로 파고든 범용한 무빙 이미지의 양식들, 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모되고 있는 언어적 양식들 등을 비판적으로, 또 발랄하게 끌어들여 대단히 매력적인 유사-다큐멘터리적 픽션을 만들어냈습니다. 뤼미에르와 멜리에스 사이에서, 동시에 21세기 오디오비주얼 이미지의 풍경들 가운데서, 어떤 영화가 (그것도 매우 코믹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예증하는 작품입니다.
국내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은 박천현 감독의 <메이 앤 준>입니다. 언뜻 보기에 이 영화는 너무나도 투명해서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에서 촬영되는 영화에 연기자로 지원하려는 커플이 연습하는 모습, 출연한 영화 속에 비친 그들의 모습, 영화 속 영화인 (혹은 영화 속 영화 속 영화인) 다큐멘터리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 등이 교차되는데도, 정작 보고 있는 동안에는 각각의 층위가 스스럼없이 섞여 하나의 친밀하고 단순한 영화적 세계가 형성되는 신기한 작품입니다. 무언가가 갓 생성되는 순간에 입회하는 흥분과 경이를 이처럼 겸허한 방식으로 체험케 하는 영화를 만나는 것은 정말이지 기쁜 일입니다.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영화평론가 유운성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애플피칭 심사평
제 25회 대구단편영화제는 애플피칭의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였습니다. 변화의 취지는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도전적이고 참신한, 소규모 영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지원된 자료를 바탕으로 장시간 논의를 하였습니다. 논의가 길어진 이유는 변화된 취지에 맞는 작품만을 선정하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지원작의 대다수가 작지 않은 규모의 작업이었습니다. 전체 제작비의 일부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서의 지원이 다수였고, 학교 등 교육기관의 과제작 제작비 충당을 위한 지원도 다소 있었습니다. 정작 기대했던 작은 규모의 작품들은 도전적이고 참신한 시도보다 서사의 부피를 줄이는 시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외려 작아진 지원 규모만큼 기획 및 시나리오의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취지에 맞춰 선정을 하자니 완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우려가 있고, 준비된 작품을 선정하자니 취지가 무색하다고 느낄 만큼 작품들의 규모가 컸습니다.
숙고와 긴 대화 끝에 심사위원들은 취지와 맞는 작품들뿐만 아니라, 완성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작품을 고루 선정하였음을 밝히며, 총 다섯 편의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최종 선정작은 전국 부문에 <두 번째 기회>, <Untitle> 두 편, 대구경북지역 부문에 <여름나기>, <커뮤니티>, <밤 산책> 세 편입니다. 최종 선정작과 1차 선정작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밝히며, 선정되지 못한 다른 작품들도 훌륭하게 완성이 되어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시기를 기다립니다.
심사위원을 대표하여 영화감독 장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