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 피칭포럼 수상작

2021-08-30
조회수 15805


김현정 감독 <빛의 미래>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피칭포럼 심사평


제 22회 대구단편영화제 피칭포럼에 참여한 작품은 15편이었습니다. 지난 피칭포럼에 비해 참여 작품의 수가 2배가량 늘었습니다. 단순히 작품의 수만 늘어난 것만이 아닌, 개별 참여 작품의 기본 완성도가 상향평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형식에 도전하는 대구경북 영화인들의 작품을 피칭포럼 심사를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영화제작활동이 활발하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실증사례인 동시에 지역 영화창작 생태계 활성화 전망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영화 창작에 입문한 지역 영화인들의 존재와, 그들이 선보인 작품의 다양한 결들은 이제 영화가 수도권 중심으로 전문교육을 받아야만 가능한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이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창작의 다양성이 개방될 것이라는 미래를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지금껏 지역 독립영화 ‘판’ 이 상상해온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지형이 펼쳐지려는 전조에 직면한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독 전원이 참여한 15편의 후보 작품 피칭을 다 마친 후 심사위원단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 최종 선정 작품을 결정하기까지 장시간의 논의가 있었습니다. 선정과정에서 심사위원 간에 입장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만 고민은 퍽 깊었습니다. 외형적으로 논의의 핵심은 단일 작품을 뽑을 것인가 복수의 작품을 뽑을 것인가로 집약되었습니다. 일련의 고민은 그저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히려 합니다. 단수/복수 작품 선정의 결정적 차이는, 전자의 경우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놓았으며, 후자의 경우는 지역영화생태계의 발전 전망과 연결되는 고민을 반영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창작자들의 경험치나 아이템 등에서 일정한 편차치는 존재하지만 그 상이함은 작품의 우열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의 백화제방에 가까운 것이기에, 어느 작품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대구단편영화제가, 넓게는 지역 영화생태계가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유추 해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사위원단은 노심초사를 거듭했다는 점을 확실히 밝히고자 합니다. 최종적으로 몇 편의 작품이 남았고, 서로 간에 차별화된 장점과 기대치가 뚜렷했으며 그 중 22회 대구단편영화제 피칭포럼이 무엇을 취하려 하는지를 최종 선정 결과를 통해 편협하게 해석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입장으로 드러낸다는 건 정말 난이도 높은 과정이었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1차 심사를 거쳐 올라온 15편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지지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지극히 한정적 조건, 1,000만원이라는 지원금액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더욱 신중히 최종 결정에 고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더 풍부했다면 심사위원단의 고민은 한결 수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처한 조건을 돌파하기 위한 도약의 기대와 모두가 당연시하는 한계를 깨뜨리겠다는 의지가 미세한 무게추로 작동한 끝에 겨우 결론에 모두가 합의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22회 대구단편영화제 피칭포럼 선정 결과는 김현정 감독의 <빛의 미래>입니다. 본 작품은 ‘우리의 빛과 시선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영화의 형식에 있어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스타일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공존하며 서로 영향력을 교환해 견고한 지층을 형성하는 실험을 야심차게 기획하는 시도로 파악했습니다. 또한 소재 측면에서도 당대에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단면을 녹여내려는 노력과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쇠락한 노동의 풍경이 펼쳐지는 ‘지역’의 초상 아래, 그럼에도 강인한 삶의 의지와 너른 품을 선보이는 여성노동자들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갈등과 소통을 경유하며 각기 다른 영화 장르 전통을 상호 이해해가며 교류를 통해 각자가 처한 위기를 ‘영화의 힘’으로 극복해 나갑니다. 심사위원 개개인의 의견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완성이 기다려지는 영화’라는 점에선 일치했던 <빛의 미래> 입니다. 감독의 실험이 결실을 맺고 영화적 성취를 이루길 바라며,   완성된 작품이 내년 23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지역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즐겁게 ‘파괴’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들은 대구경북 독립영화인들의 다양한 창작 시도를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우리는 늘 가난할뿐더러, 현재 눈앞에 닥친 코로나를 비롯한 악조건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련에 상처받을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영화’, 현실을 반영하고 극복하는 영화를 선보여 주시길 기대하며, 다시 한 번 피칭포럼에 참여해주신 15편의 감독님 모두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함께 전합니다.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 피칭포럼 심사위원 일동

김상목 김진유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