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의 수다 한 잔


인터뷰 <One Day> 남인건 감독

Q.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쓰게 되었나?

학교에서 학회를 하고 있는데, 학회의 친구의 사정을 알게 된적이 있다. 그 친구가 돈이 없어 교회에서 잠을 자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하더라. 그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일단 부모님 용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었다. 그래서 ‘이 친구 입장에서 보면 내가 금수저처럼 나를 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때 그 감정이 계속 남아서 이 이야기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Q. 캐릭터 구성과 상황 설정은 어떻게 하였나?

‘그때 그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다. 여기 나오는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고 살고 있지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 그러면서 사회에는 불만은 많고 취업하기 힘들고 그러니까. 그래서 그런 캐릭터를 만들게 된 것 같다.



Q.하루에 일어난 일을 다루어 ‘One Day’라는 제목을 지은 것 같은데, 또 다른 의미가 있는가?

원래 제목을 ‘감사’라는 제목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어떤 하루라는 게 내가 이 시나리오의 바탕이 되는 경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고 해야하나,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이런 하루도 그런 어떤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보는 사람들에게 각자 느낌은 다르지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Q.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라고 해야 하나.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실 그걸 경험해보지 못하면 결국에는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주인공이 겪으면서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저도 달라졌다고 스스로 이야기(형편으로 인해  교회에서 지냈던 친구 이야기)를 하니까. 저 또한 그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못사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내가 아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경험을 겪게 되어 너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 같은 게 생기더라.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이고 환경만 다를 뿐인데, 나는 아래를 보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 주인공도 그런걸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조금이나마 하루를 통해서 이 주인공이 겪었다고 생각을 했다.



Q. 그럼 남편 ‘민성’을 통해서 주인공 ‘하진’이 간접경험을 하려고 그런 설정을 한 건가?

그렇다. 이야기 텍스트는 이런 맥락이 아닐 수 있는데, 결국에 보여주고 싶었던 맥락은 이거다. 



Q. 영화 내에서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 동질감과 유대감이 느껴졌던 부분은 연출에 염두에 두었던 부분인가?

그렇다. 그래서 카메라 잡을 때 아이레벨(eye-level)로 잡았다. 둘이 나오는 투 샷을 많이 잡았고. 어떻게 보면 그 시선도 제 입장에서 봤던 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Q. 주인공 ‘하진’이 아내의 비밀을 이야기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이야기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게 하려고 했던 부분이다(웃음). 영화 내에서는 모호하게 만들려고 했다. 나도 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했을까 안했을까.

그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는데, 왜냐하면 말을 하면 결국 이 사람들의 삶에 개입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부담감을 안아야 하고…



Q. 메모지에 메모한 내용들이 두 번 정도 나온다. 그런 메시지를 넣은 이유가 있나?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라는 메시지는 어느 재벌 회장님이 한 메시지인데, 좀 거창한 말인데 결국 돈이 없다. 돈이 없으면 돈이 없는 이데올로기를 사는 게 더 행복할 수 있는데, 무언가 더 돈을 원하고 더 자본가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산다고 해야 하나. 그런 삶이 오히려 더 불행하지 않을까? 사회적 약자라고 계속 말을 해서 걸리긴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꿈꾸는 삶도 결국 재벌 같은 삶이지 않나. 그래서 뭐가 다를까라는,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아내 ‘주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넣은 것이기도 한데, 그 사람이 남편과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그 메모는 아내가 썼다.



Q.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촬영을 하려고 다 준비가 해놨는데, 그때 포항에 지진이 나서 갑자기 같이 찍으려 했던 배우 한 분도 힘들게 되었고, 스케줄이 뒤로 밀리고 로케이션도 다 어긋났다. 3주정도 촬영이 밀린 것 같다. 학교 안에 로케이션 잡아 놓은 게 있는데 학교 출입이 안됐었다. 그리고 사실 로케이션 했지만 찍겠다는 말을 못하겠더라. 지진이 난 상황에서 다들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Q.영화를 찍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원룸에서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이 있다. 그때 가장 맛있는 것도 먹고 따뜻한 실내에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전에 찍었던 장면들이 야외장면이라서 바람 맞고 추웠었다. 그리고 여배우 분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울컥하더라. 그 연기를 보면서, 제가 쓴 대사를 읽고 되게 감정을 잘 표현해주시는 부분이 느껴질 때가 좋았다.



Q. 향후 계획은?

영화 계속 만드는 게 목표다. 대학원을 가서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다음에는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싶다. 모든 영상문법을 파괴시키면서 실험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 올해 겨울에 찍을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