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대한 사랑을 거칠지만 자신의 방식 안에서 고백하고 있는 영화를 만났다. 오히려 이 투박함이 영화에 대한 쓸쓸함마저 불러오는 듯하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영화에 대한 사랑이 의심스러울 때마다 이 영화를 한 번씩 꺼내먹을 수 있지 않을까. 〈소리, 공간, 영화에 대한 나름의 연출론〉(2018)을 연출한 이병기 감독을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병기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곳은 ‘다큐이야기’라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집단이다. 지금 까지 만들어오거나 참여했던 작업들은 전부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극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제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됐다.
Q. 어떤 영화인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생각보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를 좋아 하고 영화 만드는 일도 좋아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 야기하고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인 것 같다.
Q. 이 영화의 시작은 무엇인가. 장률 감독님과 관련이 있을까.
사실은 그렇다. 일단 장률 감독님 영화를 좋아했다.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이번 학기까지 장률 감독님이 계셨다.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셨다. 대학원에 가게 된 계기가 할 이야기가 없어서였다. 장률 감독님께도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다. “감독님,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당연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할 거라고 믿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장률 감독님은 원래 극영화를 하시는 분이니까 지금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극영화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정말 힘이 됐다. ‘그런가?’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칠게나마 했던 게 이렇게 된 거다.
Q. 이 영화 자체가 자기 반영처럼 다가오는 지점이 있다. 카메라의 시선이 다큐멘터리적이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정치외교학과라는 설정이나 ’나름의 연출론’이라는 제목도 그렇다.
복수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 원래 전공이 잘 안 맞아서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다. 북한 관련된 수업을 좋아했다. 영화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나의 상황들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촬영도 처음에는 카메라를 고정해서 찍으려고도 했다. 그런데 찍다 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 내가 가장 편하고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헬드(handheld)로 하니까 편하게 됐다. 영화라는 게 내가 가장 자신 있고 익숙한 것들을 할 때 잘 되는 거라는 생 각도 많이 했다. 또 그냥 연출론 하면 대단한 것 같지 않나(웃음). 그래서 ‘나름의’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욕을 덜 먹겠다 싶었다.
Q. 이 영화가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시작하지만 어쨌든 영화를 찍게 되지 않나.
영화 안에서 보면 다 어설픈 사람들이다. 저는 항상 극영화를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화를 찍으려면 붐 마이크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설프게 붐 마이크를 들고 누구는 삼성 휴대폰 카메라 들고 한 명은 노래하는 것들이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를 편집하면서 내가 뭘 찍었는지 알게 됐다. 영화 만드는 데 외롭고 쓸쓸한 감정들이 있었다. 특히 독립영화라는 건 더 그렇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편집했다.
Q. 왜 소리와 공간인가.
여자 주인공인 ‘예은’이라는 친구가 장률 감독님 특강을 들었는데, “소리, 공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감독님이 수업 때 이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서울의 도시소리가 너무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어폰 같은 걸 꽂고 노래를 들으셨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감독님이 ‘영화하는 사람은 이게 아니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계속 강조하셨던 게 ‘소리를 우리가 감각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또 ‘작가라는 건 영화를 찍을 때 이 공간에서 뭔가 일어날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공간 자체를 사유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큰 자극이 되었다.
Q. 그렇다면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면 세팅되어 있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찍은 느낌이 강하지 않나.
어렵다(웃음). 사실 내 촬영을 좋아한다. 다큐멘터리를 다른 감독님들과 작업할 때도 내가 찍은 것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게 있다. 자기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찍을 때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찍은 촬영들에 대해서 뭐가 좋고 어떤 걸 특별하게 봐야 할지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극영화를 하면서 연출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디렉팅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사람들을 세워놓고 그 사람들이 연기라는 걸 할 때 그 순간에 봐야 할 것 같은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위주로 ‘촬영’을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조금 난감한 질문인데 영화에서 “이렇게 하면 영화가 나오냐”는 말이 여러 번 나오는데,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같은데서 많이 나오는 말인 것 같다(웃음). “감독님, 영화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 말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 영화라는 건 편집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할 수 있는 거라서 자기표현의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 같다.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이번 영화도 만듦새가 안 좋지 않나. 너무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장률 감독님은 좋아해 주셨다. 만듦새도 거칠고 장난처럼 찍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부끄럽더라.
Q. 소리가 고르지 못하거나 그림자가 걸리는 장면이 있다. 편집 과정에서 왜 걷어내지 않았나?
소리 같은 부분은 저에게는 익숙한 부분이다. 노이즈도 그렇다. 다큐멘터리 하면서 저에게는 익숙한 소리들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림자가 나오는 장면은 어떡할지 고민했다. 이게 NG컷이지 않나. 예전에 김동원 감독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다. “다큐멘터리 좋지 않냐? NG컷도 쓸 수 있다”. 편집을 하면서 이게 NG컷인데 전체적으로 보니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카메라의 존재가 시작할 때부터 드러나고,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할 때 카메라가 쿵쿵거리면서 가서 앉는다. 거기서 어쨌든 카메라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갔을 때 영화 안에서 보다 보면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Q. 혼자 한 작업인가?
남들한테 부탁하는 걸 잘 못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대학원 동료들이다. 비전문 배우들인 거다. 한 분은 연극하시는 분이긴 한데, 같이 공부하고 있는 분이다. 우선 내가 그 사람들 작품에 뭔가 도움을 주고, 그 다음에 어렵게 부탁을 한 거다. 영화의 내용을 쓸 때도 그 사람들을 많이 봐 왔으니까 쓸 수 있었다. 사람이 바뀌었으면 내용도 바뀌었을 것 같다. 아는 사람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썼다. 촬영이나 편집이나 색보정 같은 건 혼자 했다. 그게 익숙하다. 다큐멘터리도 사실은 거의 혼자 한다. 익숙한 방식이었다.
Q. 이 영화를 보면 쇼트도 많지 않고, 들고 찍고, 많이 움직인다. 이런 것들은 시나리오나 콘티 같은 것들을 작업하지 않고 즉흥적이고 우연성을 강조해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극영화를 처음 찍다 보니 걱정이 들었다. 대본이나 계획 없이 찍으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다. 어쨌든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래서 글이나 상황들은 다 썼다. 재밌었던 건 극영화는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 막상 가니까 상황이 생각했던 것과 같지 않았다. 그때그때 배우들이 제안을 했을 때 바뀌는 것도 있었다. 영화라는 건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극영화가 더 같이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개인적으로 오이를 못 먹는다. 오이 못 먹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래도 오이 못 먹는 사람들보다 잘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실 제 삶이 정말 평탄했다. 굴곡이 없었다. 오이가 인생의 유일한 장애물이다(웃음). 누군가가 “나이 먹어서 왜 오이를 못 먹어? 편식하지 마”라고 하는데 열이 받는 거다. 그래서 나의 오이 못 먹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이다. 어쨌든 오이를 키울거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린다.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걸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알아주셔서 상영할 수 있게 된 거라 정말 고맙다. 사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이 영화를 좋아했다. 어떤 분이 알아주셨을까. 굉장히 많이 싸우셨을 것 같다. 감사하다.
취재/글 김민기
영화에 대한 사랑을 거칠지만 자신의 방식 안에서 고백하고 있는 영화를 만났다. 오히려 이 투박함이 영화에 대한 쓸쓸함마저 불러오는 듯하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영화에 대한 사랑이 의심스러울 때마다 이 영화를 한 번씩 꺼내먹을 수 있지 않을까. 〈소리, 공간, 영화에 대한 나름의 연출론〉(2018)을 연출한 이병기 감독을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병기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곳은 ‘다큐이야기’라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집단이다. 지금 까지 만들어오거나 참여했던 작업들은 전부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극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제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됐다.
Q. 어떤 영화인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생각보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를 좋아 하고 영화 만드는 일도 좋아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 야기하고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인 것 같다.
Q. 이 영화의 시작은 무엇인가. 장률 감독님과 관련이 있을까.
사실은 그렇다. 일단 장률 감독님 영화를 좋아했다.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이번 학기까지 장률 감독님이 계셨다.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셨다. 대학원에 가게 된 계기가 할 이야기가 없어서였다. 장률 감독님께도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다. “감독님,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당연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할 거라고 믿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장률 감독님은 원래 극영화를 하시는 분이니까 지금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극영화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정말 힘이 됐다. ‘그런가?’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칠게나마 했던 게 이렇게 된 거다.
Q. 이 영화 자체가 자기 반영처럼 다가오는 지점이 있다. 카메라의 시선이 다큐멘터리적이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정치외교학과라는 설정이나 ’나름의 연출론’이라는 제목도 그렇다.
복수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 원래 전공이 잘 안 맞아서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다. 북한 관련된 수업을 좋아했다. 영화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나의 상황들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촬영도 처음에는 카메라를 고정해서 찍으려고도 했다. 그런데 찍다 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 내가 가장 편하고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헬드(handheld)로 하니까 편하게 됐다. 영화라는 게 내가 가장 자신 있고 익숙한 것들을 할 때 잘 되는 거라는 생 각도 많이 했다. 또 그냥 연출론 하면 대단한 것 같지 않나(웃음). 그래서 ‘나름의’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욕을 덜 먹겠다 싶었다.
Q. 이 영화가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시작하지만 어쨌든 영화를 찍게 되지 않나.
영화 안에서 보면 다 어설픈 사람들이다. 저는 항상 극영화를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화를 찍으려면 붐 마이크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설프게 붐 마이크를 들고 누구는 삼성 휴대폰 카메라 들고 한 명은 노래하는 것들이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를 편집하면서 내가 뭘 찍었는지 알게 됐다. 영화 만드는 데 외롭고 쓸쓸한 감정들이 있었다. 특히 독립영화라는 건 더 그렇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편집했다.
Q. 왜 소리와 공간인가.
여자 주인공인 ‘예은’이라는 친구가 장률 감독님 특강을 들었는데, “소리, 공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감독님이 수업 때 이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서울의 도시소리가 너무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어폰 같은 걸 꽂고 노래를 들으셨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감독님이 ‘영화하는 사람은 이게 아니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계속 강조하셨던 게 ‘소리를 우리가 감각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또 ‘작가라는 건 영화를 찍을 때 이 공간에서 뭔가 일어날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공간 자체를 사유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큰 자극이 되었다.
Q. 그렇다면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면 세팅되어 있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찍은 느낌이 강하지 않나.
어렵다(웃음). 사실 내 촬영을 좋아한다. 다큐멘터리를 다른 감독님들과 작업할 때도 내가 찍은 것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게 있다. 자기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찍을 때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찍은 촬영들에 대해서 뭐가 좋고 어떤 걸 특별하게 봐야 할지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극영화를 하면서 연출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디렉팅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사람들을 세워놓고 그 사람들이 연기라는 걸 할 때 그 순간에 봐야 할 것 같은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위주로 ‘촬영’을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조금 난감한 질문인데 영화에서 “이렇게 하면 영화가 나오냐”는 말이 여러 번 나오는데,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같은데서 많이 나오는 말인 것 같다(웃음). “감독님, 영화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 말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 영화라는 건 편집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할 수 있는 거라서 자기표현의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 같다.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이번 영화도 만듦새가 안 좋지 않나. 너무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장률 감독님은 좋아해 주셨다. 만듦새도 거칠고 장난처럼 찍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부끄럽더라.
Q. 소리가 고르지 못하거나 그림자가 걸리는 장면이 있다. 편집 과정에서 왜 걷어내지 않았나?
소리 같은 부분은 저에게는 익숙한 부분이다. 노이즈도 그렇다. 다큐멘터리 하면서 저에게는 익숙한 소리들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림자가 나오는 장면은 어떡할지 고민했다. 이게 NG컷이지 않나. 예전에 김동원 감독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다. “다큐멘터리 좋지 않냐? NG컷도 쓸 수 있다”. 편집을 하면서 이게 NG컷인데 전체적으로 보니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카메라의 존재가 시작할 때부터 드러나고,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할 때 카메라가 쿵쿵거리면서 가서 앉는다. 거기서 어쨌든 카메라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갔을 때 영화 안에서 보다 보면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Q. 혼자 한 작업인가?
남들한테 부탁하는 걸 잘 못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대학원 동료들이다. 비전문 배우들인 거다. 한 분은 연극하시는 분이긴 한데, 같이 공부하고 있는 분이다. 우선 내가 그 사람들 작품에 뭔가 도움을 주고, 그 다음에 어렵게 부탁을 한 거다. 영화의 내용을 쓸 때도 그 사람들을 많이 봐 왔으니까 쓸 수 있었다. 사람이 바뀌었으면 내용도 바뀌었을 것 같다. 아는 사람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썼다. 촬영이나 편집이나 색보정 같은 건 혼자 했다. 그게 익숙하다. 다큐멘터리도 사실은 거의 혼자 한다. 익숙한 방식이었다.
Q. 이 영화를 보면 쇼트도 많지 않고, 들고 찍고, 많이 움직인다. 이런 것들은 시나리오나 콘티 같은 것들을 작업하지 않고 즉흥적이고 우연성을 강조해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극영화를 처음 찍다 보니 걱정이 들었다. 대본이나 계획 없이 찍으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다. 어쨌든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래서 글이나 상황들은 다 썼다. 재밌었던 건 극영화는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 막상 가니까 상황이 생각했던 것과 같지 않았다. 그때그때 배우들이 제안을 했을 때 바뀌는 것도 있었다. 영화라는 건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극영화가 더 같이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개인적으로 오이를 못 먹는다. 오이 못 먹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래도 오이 못 먹는 사람들보다 잘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실 제 삶이 정말 평탄했다. 굴곡이 없었다. 오이가 인생의 유일한 장애물이다(웃음). 누군가가 “나이 먹어서 왜 오이를 못 먹어? 편식하지 마”라고 하는데 열이 받는 거다. 그래서 나의 오이 못 먹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이다. 어쨌든 오이를 키울거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린다.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걸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알아주셔서 상영할 수 있게 된 거라 정말 고맙다. 사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이 영화를 좋아했다. 어떤 분이 알아주셨을까. 굉장히 많이 싸우셨을 것 같다. 감사하다.
취재/글 김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