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처음엔 마냥 예뻤는데, 보다 보니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민이 같이 뽀뽀를 하고도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잖아’한다든지 동성애자인 윤성에게 남자와 결혼하라는 것은 큰 폭력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A. 어떻게 보면 그게 사실이고 맞다. 정민은 막무가내로 말도 툭툭 뱉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캐릭터를 그렇게 잡았고, 그런 인물이 있어야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정민은 이성애자이지만, 윤성을 통해 양성애자가 되었다는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길 바랐다. 디렉팅할 때도 정민이 그럼 전 이 남자를 사랑하나요? 그럼 이건 가짠가요? 라 물었는데 이 남자도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 안에서 어머니와 통화할 때도 정말 결혼할 남자의 엄마라 생각하고 다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으면 했다. 이태경 배우가 연기를 잘해주셔서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데, 저는 오히려 정민이라는 캐릭터가 더 어렵진 않았겠냐는 생각도 한다. 디렉팅도 더 공들였다. 촬영 전날 항상 안선영 배우 집 앞에 가서 내일 할 연기를 짚어주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Q. 영화 안에서 계절이 많이 바뀌었다. 긴 프로젝트였던 것 같은데 어떻게 조율했나.
A. 겨울에 현재를 먼저 찍었다. 다음으로 가을에 봄을 찍고, 마지막으로 7월에 환상 신과 나머지를 몰아서 만들었다. 계절을 나눈 첫 번째 이유는 둘의 감정 상태를 계절별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이별을 앞둔 것처럼 보이는 현재는 추운 겨울이었으면 했고,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고 증폭되는 과거는 싱그러운 봄이었으면 했다. 계절감을 준 또 다른 이유는 아역이나 중년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혀놓은들 20대 중반 친구들이라 관객이 현재와 과거를 헷갈릴까 걱정돼 차이를 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제작비가 많이 들었는데 한 번에 그 돈이 없었다. 그래서 겨울에 찍고 몇 개월 있다 중국 가서 열심히 돈 벌어서 또 찍었다. 그런데 과거까지 찍고 환상 신을 찍어야 하는데 진짜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거 찍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멈추게 됐다고 지금까지 찍은 분량을 강원문화재단에 보냈다. 운 좋게 500만 원을 지원해 주셔서 나머지 장면을 다 찍을 수 있었다. 배우들 페이도 일부 밀려있었는데 지원금을 받자마자 주었다. 길게 준비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Q. 이번 영화를 찍으며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A. 관객들이 너무 질타하지 않았으면 했다. 예상은 했지만, 평점 매기는 어플에 악플도 달렸다.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GV 하는 날 정말 무서웠다. 가장 많이 떨었다. 관객 중 20~30%는 실제 동성애자인데 프로그래머인 김승환 대표와 김조광수 감독이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거로 GV가 살짝 공격적일 수 있으니 너무 예민해지지 말라 하셨는데 더 걱정됐다. 실제로 그런 질문이 있었다. 이들의 사랑이 납득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찍는 과정도 길었지만, 준비하는 기간도 길었다. 그러면서 사랑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더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영화에 잘 담겼으면 좋을 텐데, 이들의 사랑이 좀 더 진정성 있게 보였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래서 웨딩숍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 ‘결혼 잘해’하며 이별하는 장면이 제가 생각한 중점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Q.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수자가 아닌 사람이 그걸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안에서 보는 사람들은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준비할 때부터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A. 그래서 시나리오를 가지고 많이 찾아뵀다. 그분들의 의견도 나뉘더라. 한 커플을 만났는데 아기가 너무 갖고 싶다고 하시면서 이게 말은 안 되지만, 마음 자체는 알겠다고 하셨다. 소재는 다른 분께 받았는데 꼭 하고 싶었다. 초고 단계에 과거는 없었다. 성인이 된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납득이 안 된다고, 성인들은 머리가 다 커서 이런 얘기를 못 한다고 조언해주신 게 있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여고생이 하면 좀 귀엽게 넘어갈 수 있겠다 싶어서 과거를 넣고 엔딩을 만들었다. 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 본다. 물론 말이 안 되고 질타 받을 수 있는 소재지만, 이건 영화고, 특히 단편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니까 이 안에서만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미장센 명예심사위원이었던 소지섭 배우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찍은 거냐며, 영화는 잘 봤는데 사실 좀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계속 빙빙 돌지 말고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동성결혼인데, 영화에서만큼은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여기서만큼 표현도 못 하면 이 사회가 너무 척박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갔다.
Q.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있는지.
A. 아직은 없다. 단편은 많이 찍어서 이제 그만 하고 싶다. 장편을 준비하는데 아직 쓰지는 못했다. 쓰게 된다면 또 사랑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영화는 전반적으로 좀 우울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위트 있고, 가족이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환상 장면을 좋아해 <어바웃 타임>, <패밀리 맨>, <her>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영화를 하고 싶다.
Q. 언제 처음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나.
A.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이나 PD, 매체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신방과, 영화과에 다양하게 지원했다. 그런데 영화과에 붙어서 가게 됐다. 지금 열심히 나오는 안재홍 배우나 배유람 배우, 고경표 배우가 같이 학교 다니며 영화를 찍었던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과 학교를 너무 재미있게 다녀서 당연히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니 너무 걱정됐다. 상업영화 스태프도 해보며 이곳의 생리가 너무 안 좋고, 힘들단 걸 알게 됐다. 결혼도 못 할 것 같고. 그래서 3학년 때 <흔적>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어린 마음에 그래 난 이제 됐어 공부해야지 하고 열심히 방송국을 준비했다. 졸업하고 1년 반 정도 PD 일을 했는데 잘 안 맞았다. 처음에는 좀 재밌게 했다. 돈도 많이 받고, 프로그램 덕에 홍콩도 가고. 근데 다시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영화했던 친구들이 전부인데 끼질 못했다. 내 얘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방송국은 그 안의 플랫폼을 따라야 하니까 그러질 못했다. 너무 답답해서 퇴사했고, 바로 준비해서 이 작품을 찍게 됐다.
Q. 결혼이 감독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A. 예전엔 컸었다.
Q. 지금은 아닌가.
A. 지금은 포기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모두의 고민인 것 같다.
Q. 영화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만드는 즐거움도 있는데, 결국 영화라는 게 혼자 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이렇게 대구단편영화제 같은 영화제를 통해서 상영할 수 있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게 정말 기쁘다. 함께 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같이 대구면 대구라는 도시에 가서 영화를 보고 피드백도 받고 술 한잔하는 그 순간이 매번 행복하다. 어제도 성남아트센터에서 7분이 보신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대구도 처음 가보는데 정말 기대된다. 맛집도 많다고 하더라. 막창, 납작 만두, 수요미식회에 나온 콩국수 집도 꼭 가보려 한다.
Q. 감독으로서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혹은 주변에서 말하는 장점은.
A. 장점이자 단점이 배려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조금 시원시원하게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한다. 배우들은 좋아한다. 배우가 스태프들과 호흡하고 얘기 나누고 웃고 떠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어려운 신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따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고 분리를 많이 시켰다. 배우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랬는데, 스태프들은 조금 아쉬워했다. 특히 조명, 촬영 등 기술파트에서 다른 분이 가이드를 서는 거로 조명과 무빙을 맞추지만, 실제 배우가 섰으면 또 달라지기 때문에 그랬다. 배우를 생각하다 보니까 이쪽엔 배려를 못 했다. 인정한다. 제가 스태프라도 너무 감싸고 도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법한 행동이었는데 그때는 그 선택을 했다.
Q. 디렉팅을 할 때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
A. 다른 감독도 똑같이 얘기할 것 같은데 대화를 많이 한다. 현장에서는 주로 배우와 있다. 기술적인 것들은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프리 때 다 준비한다. 콘티를 정확하게 짜서 들어가는 편이라 현장에서 수정을 거의 안 하고 그 시간에 배우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런 것을 촬영감독, 조명감독이 다 동의하고 서로 믿고 한다. 강민우 촬영감독은 <흔적>도 같이 했었고, 이미 다섯 작품 이상 함께 해서 정말 잘 맞는다. 앞으로도 같이 할 것이다. 얘기해놓은 게 있어서 현장에서는 맡긴다. 저는 배우랑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많은 현장에서 촬영감독이랑 상의하느라 자칫 연기 디렉팅을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런 것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많이 투덕거린다. 그런데 그랬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런 일이 없다는 게 참 좋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A.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천만 관객 이런 것은 바라지도 않고,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꿈이다.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니까.
글/취재 이슬이
Q. 처음엔 마냥 예뻤는데, 보다 보니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민이 같이 뽀뽀를 하고도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잖아’한다든지 동성애자인 윤성에게 남자와 결혼하라는 것은 큰 폭력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A. 어떻게 보면 그게 사실이고 맞다. 정민은 막무가내로 말도 툭툭 뱉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캐릭터를 그렇게 잡았고, 그런 인물이 있어야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정민은 이성애자이지만, 윤성을 통해 양성애자가 되었다는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길 바랐다. 디렉팅할 때도 정민이 그럼 전 이 남자를 사랑하나요? 그럼 이건 가짠가요? 라 물었는데 이 남자도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 안에서 어머니와 통화할 때도 정말 결혼할 남자의 엄마라 생각하고 다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으면 했다. 이태경 배우가 연기를 잘해주셔서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데, 저는 오히려 정민이라는 캐릭터가 더 어렵진 않았겠냐는 생각도 한다. 디렉팅도 더 공들였다. 촬영 전날 항상 안선영 배우 집 앞에 가서 내일 할 연기를 짚어주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Q. 영화 안에서 계절이 많이 바뀌었다. 긴 프로젝트였던 것 같은데 어떻게 조율했나.
A. 겨울에 현재를 먼저 찍었다. 다음으로 가을에 봄을 찍고, 마지막으로 7월에 환상 신과 나머지를 몰아서 만들었다. 계절을 나눈 첫 번째 이유는 둘의 감정 상태를 계절별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이별을 앞둔 것처럼 보이는 현재는 추운 겨울이었으면 했고,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고 증폭되는 과거는 싱그러운 봄이었으면 했다. 계절감을 준 또 다른 이유는 아역이나 중년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혀놓은들 20대 중반 친구들이라 관객이 현재와 과거를 헷갈릴까 걱정돼 차이를 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제작비가 많이 들었는데 한 번에 그 돈이 없었다. 그래서 겨울에 찍고 몇 개월 있다 중국 가서 열심히 돈 벌어서 또 찍었다. 그런데 과거까지 찍고 환상 신을 찍어야 하는데 진짜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거 찍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멈추게 됐다고 지금까지 찍은 분량을 강원문화재단에 보냈다. 운 좋게 500만 원을 지원해 주셔서 나머지 장면을 다 찍을 수 있었다. 배우들 페이도 일부 밀려있었는데 지원금을 받자마자 주었다. 길게 준비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Q. 이번 영화를 찍으며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A. 관객들이 너무 질타하지 않았으면 했다. 예상은 했지만, 평점 매기는 어플에 악플도 달렸다.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GV 하는 날 정말 무서웠다. 가장 많이 떨었다. 관객 중 20~30%는 실제 동성애자인데 프로그래머인 김승환 대표와 김조광수 감독이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거로 GV가 살짝 공격적일 수 있으니 너무 예민해지지 말라 하셨는데 더 걱정됐다. 실제로 그런 질문이 있었다. 이들의 사랑이 납득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찍는 과정도 길었지만, 준비하는 기간도 길었다. 그러면서 사랑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더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영화에 잘 담겼으면 좋을 텐데, 이들의 사랑이 좀 더 진정성 있게 보였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래서 웨딩숍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 ‘결혼 잘해’하며 이별하는 장면이 제가 생각한 중점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Q.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소수자가 아닌 사람이 그걸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안에서 보는 사람들은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준비할 때부터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A. 그래서 시나리오를 가지고 많이 찾아뵀다. 그분들의 의견도 나뉘더라. 한 커플을 만났는데 아기가 너무 갖고 싶다고 하시면서 이게 말은 안 되지만, 마음 자체는 알겠다고 하셨다. 소재는 다른 분께 받았는데 꼭 하고 싶었다. 초고 단계에 과거는 없었다. 성인이 된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납득이 안 된다고, 성인들은 머리가 다 커서 이런 얘기를 못 한다고 조언해주신 게 있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여고생이 하면 좀 귀엽게 넘어갈 수 있겠다 싶어서 과거를 넣고 엔딩을 만들었다. 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 본다. 물론 말이 안 되고 질타 받을 수 있는 소재지만, 이건 영화고, 특히 단편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니까 이 안에서만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미장센 명예심사위원이었던 소지섭 배우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찍은 거냐며, 영화는 잘 봤는데 사실 좀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계속 빙빙 돌지 말고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동성결혼인데, 영화에서만큼은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여기서만큼 표현도 못 하면 이 사회가 너무 척박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갔다.
Q.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있는지.
A. 아직은 없다. 단편은 많이 찍어서 이제 그만 하고 싶다. 장편을 준비하는데 아직 쓰지는 못했다. 쓰게 된다면 또 사랑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영화는 전반적으로 좀 우울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위트 있고, 가족이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환상 장면을 좋아해 <어바웃 타임>, <패밀리 맨>, <her>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영화를 하고 싶다.
Q. 언제 처음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나.
A.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이나 PD, 매체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신방과, 영화과에 다양하게 지원했다. 그런데 영화과에 붙어서 가게 됐다. 지금 열심히 나오는 안재홍 배우나 배유람 배우, 고경표 배우가 같이 학교 다니며 영화를 찍었던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과 학교를 너무 재미있게 다녀서 당연히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니 너무 걱정됐다. 상업영화 스태프도 해보며 이곳의 생리가 너무 안 좋고, 힘들단 걸 알게 됐다. 결혼도 못 할 것 같고. 그래서 3학년 때 <흔적>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어린 마음에 그래 난 이제 됐어 공부해야지 하고 열심히 방송국을 준비했다. 졸업하고 1년 반 정도 PD 일을 했는데 잘 안 맞았다. 처음에는 좀 재밌게 했다. 돈도 많이 받고, 프로그램 덕에 홍콩도 가고. 근데 다시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영화했던 친구들이 전부인데 끼질 못했다. 내 얘기를 너무 하고 싶은데 방송국은 그 안의 플랫폼을 따라야 하니까 그러질 못했다. 너무 답답해서 퇴사했고, 바로 준비해서 이 작품을 찍게 됐다.
Q. 결혼이 감독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A. 예전엔 컸었다.
Q. 지금은 아닌가.
A. 지금은 포기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모두의 고민인 것 같다.
Q. 영화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만드는 즐거움도 있는데, 결국 영화라는 게 혼자 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이렇게 대구단편영화제 같은 영화제를 통해서 상영할 수 있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게 정말 기쁘다. 함께 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같이 대구면 대구라는 도시에 가서 영화를 보고 피드백도 받고 술 한잔하는 그 순간이 매번 행복하다. 어제도 성남아트센터에서 7분이 보신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대구도 처음 가보는데 정말 기대된다. 맛집도 많다고 하더라. 막창, 납작 만두, 수요미식회에 나온 콩국수 집도 꼭 가보려 한다.
Q. 감독으로서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혹은 주변에서 말하는 장점은.
A. 장점이자 단점이 배려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조금 시원시원하게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한다. 배우들은 좋아한다. 배우가 스태프들과 호흡하고 얘기 나누고 웃고 떠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어려운 신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따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고 분리를 많이 시켰다. 배우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랬는데, 스태프들은 조금 아쉬워했다. 특히 조명, 촬영 등 기술파트에서 다른 분이 가이드를 서는 거로 조명과 무빙을 맞추지만, 실제 배우가 섰으면 또 달라지기 때문에 그랬다. 배우를 생각하다 보니까 이쪽엔 배려를 못 했다. 인정한다. 제가 스태프라도 너무 감싸고 도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법한 행동이었는데 그때는 그 선택을 했다.
Q. 디렉팅을 할 때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
A. 다른 감독도 똑같이 얘기할 것 같은데 대화를 많이 한다. 현장에서는 주로 배우와 있다. 기술적인 것들은 촬영감독, 조명감독과 프리 때 다 준비한다. 콘티를 정확하게 짜서 들어가는 편이라 현장에서 수정을 거의 안 하고 그 시간에 배우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런 것을 촬영감독, 조명감독이 다 동의하고 서로 믿고 한다. 강민우 촬영감독은 <흔적>도 같이 했었고, 이미 다섯 작품 이상 함께 해서 정말 잘 맞는다. 앞으로도 같이 할 것이다. 얘기해놓은 게 있어서 현장에서는 맡긴다. 저는 배우랑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많은 현장에서 촬영감독이랑 상의하느라 자칫 연기 디렉팅을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런 것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많이 투덕거린다. 그런데 그랬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런 일이 없다는 게 참 좋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A.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천만 관객 이런 것은 바라지도 않고,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꿈이다.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니까.
글/취재 이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