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의 수다 한 잔


인터뷰 <나만 없는 집> 김현정 감독



Q. 반갑다. 개인적으로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활동을 하는지라 오오극장에서 하는 특별전을 자주 찾아간다. 오오극장 2주년 영화제 때 <나만 없는 집>을 보고 김예은 배우전 때 <은하비디오>를 보면서 감독님의 스타일에 반했고 이렇게 진행할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다.

A. 고맙다. 나도 프로그래머님을 본 기억이 난다.


Q. 그 두 번 다 GV(Guest Visiting,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감독님께 질문을 드렸었다. 아마 그래서 제 얼굴이 낯익을 것이다.

A. 알겠다. 프로그래머님이 쓴 대구단편영화제 홈페이지에 실린 <나만 없는 집> 리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다 인터뷰도 해주시고 감사하다. 인터뷰어로 초청되어 신기하다.


Q.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얼마 전에 영화제에서 수상했다고 들었는데 이전에도 영화제 출품 많이 했는지 궁금하다.

A.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인디포럼, 인천여성영화제에 상영했다.


Q. 축하한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일단 가장 먼저 왜 영화를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작의에 대해 좀 알려주기를 부탁한다.

A. 영화를 한지 5년차다. 영화를 시작했을 때 잘하고 싶다는 의욕은 있었지만, 성과도 없고 좋은 반응들이 없어서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어릴 때 집에 혼자 있고 외로웠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고, 그렇게 <나만 없는 집>이 탄생했다.


Q. 그렇다면 자매가 굉장히 대립관계를 이루는데 그것도 실제로 겪은 것인지 알고 싶다.

A. 그렇다. 나는 실제론 3살 터울의 언니가 있고, 어린 시절엔 언니와 많은 갈등을 겪었다.


Q. 배우들에 대해 얘기하자면 다들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캐스팅이 잘 됐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주연배우들인 자매들을 포함해 캐스팅 과정과 연기를 이끌어 낸 과정이 궁금하다.

A. 주연, 조연 캐스팅을 위해 대구 부산 서울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했다. 지역이 다양한 만큼 많은 오디션을 진행했다. 당시 세영의 최종 후보로 부산에 있는 친구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서울의 김민서 양을 보는 순간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 캐스팅했다. 민서 양은 소 같은 눈을 가지고 있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 모습이 세영과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선영의 경우, 박지후 양의 이미지가 민서와 다소 상반되었고 특히 야무진 면이 좋아서 캐스팅 했다. 아역배우의 연기 연출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역을 쓴 다른 감독들 인터뷰도 찾아보고 직접 자문도 구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하지만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쫓기면서 결과적으로 성인 연기자들과 작업하는 방식 그대로 진행한 것 같다. 배우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분석하며 유사 경험을 떠올리도록 노력했고, 그 와중에 연기 표현이 내 생각과 다른 방식은 직접적으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Q. 그런 노력들을 통해서 참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제가 대구단편영화제 홈페이지에 올라간 관객리뷰단 리뷰를 통해서도 언급했듯 감독님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 그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은 아련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고증에 철저히 신경을 쓰시는데 그 이유와 방법, 그 과정에서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나 어려움 등이 궁금하다.

A. 고증에 철저히 신경을 썼다기보다는 98년에 실제로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할 수 있었다. 당시를 재현하는데 도움을 준 소품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엄청난 수집을 했다. 가구들은 버리는 것들을 주워왔고, 자잘한 소품들은 문방구나 온라인을 통해 구했다. 또한 학교 책걸상을 교체했고,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걸스카우트 옷도 당시에 맞게 실제 제작했다.


Q. 듣기만 해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영화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를 썼다고 했는데 이 가족들한테 보여드렸는지 봤으면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A. 딱 한 분, 어머니가 시나리오를 보셨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공장 컴퓨터를 잠깐 쓰다가 파일을 지우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보시고 말았다. 어머니는 나에게 시나리오를 읽다가 슬퍼서 울컥했다고 고백하셨다.


Q. 이번 영화제 때 가족 분들을 초청 할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A. 안 할 거다. 언젠가 보여드릴 건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여드릴 것이다.


Q. 작품에 대해 충분히 얘기한 것 같다. 이제 감독님의 삶이 궁금하다. 영화감독을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에 대해 알고 싶다.

A. 아직 직업으로서 영화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29세 때 시나리오를 배우면서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물이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고 시나리오를 좀 더 잘 쓰고 싶어 현장으로 가보자 생각이 들었다. ‘판’이라는 대구 영화계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오성호 감독님의 <소나기>라는 작품으로 영화스텝활동을 시작하여 대구 영화 워크숍에서 최창환 감독님을 만나 여러 현장을 다닌 뒤 2015년 제작지원을 받아 <은하비디오>를 연출하고 2016년 <나만 없는 집>까지 연출하게 되었다. 작업은 많이 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있지만 전문 직업인으로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전 작업들을 통해 여러 인연이 닿아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Q.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하기는 했는데 시나리오처럼 스토리텔링의 형식은 아니었다. 대학도 영화나 문학이 아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전공에 맞게 직장생활까지 하다 갈증 같은 것을 느끼고 고민을 하다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후 글을 좀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Q. 차기 작업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생각은 하고 있지만 예정된 것은 없다. 이미 완성된 단편시나리오의 경우 제작지원이 잘 안 돼 아껴두고 있다. 제작지원을 빨리 받기를 기다리고 있고 장편시나리오도 조만간 쓸 계획이다.


Q. 오늘 말씀 정말 감사드린다. 좋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대구단편영화제를 찾으시는 관객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린다.

A. 대구에서 성장했는데 대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영화를 하면서 대구를 더 많이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대구에 활동하는 훌륭한 감독님들이 많다. 그런 훌륭한 감독님들이 영화제를 통해 다른 지역 감독님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글/취재  정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