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 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4] <스포일리아> 이세형 감독 인터뷰


<스포일리아> 이세형 감독 인터뷰


8월 22일 금요일, 신선하고 재치 있는 색깔이 돋보이는 <스포일리아> 이세형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포일리아>를 연출한 이세형입니다.


제작하는데 2년 3개월이 걸렸다는 말에 정말 놀랐습니다. 촬영하시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합성한다는 기획 단계부터 제 역량을 넘어서는 기획이었습니다. 움직임이 있는 컷은 한 컷을 찍는데 적게는 6시간에서 길게는 14시간까지 걸려서 그걸 이제 연속으로 해야 했었어요. 미끌미끌한 행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매번 식용유를 바르고 진행했었습니다. 집에서 온통 기름 냄새가 나거나, 에어컨을 틀 수 없어서 더웠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보다는 촬영하는 재미와 많은 분들의 도움에 대한 감사함을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촬영 감독님이랑 같이 공부하고 테스트한 점이 기억에 남고, 조연출 맡으셨던 분이 CG를 잘하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톱 모션을 사용해서 촬영했다고 하셨는데, 스톱 모션을 촬영 방식으로 선정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스톱 모션을 좋아해서 스톱 모션을 적용한 영화를 찍게 된 것 같습니다. 2년 3개월이나 걸릴 줄 몰랐지만, 시작한 일은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래 걸리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사용한 영화를 찍은 것 같아요.



500년 동안 우주를 떠돌며 해답을 찾는 설정이 독특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영감이 있으신가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희곡에서 주인공들이 고도라고 하는 어떤 모호한 대상을 완전 기약 없이 기다려요. 이런 구성을 좋아해서 언젠가 재해석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만약 어느 날 그들이 기다리던 대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해 답을 찾아서 우주를 떠도는 설정으로 착안한 것 같습니다.


뇌 행성이 나오는데, ‘뇌’ 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SF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뇌’라는 소재에 초점을 두기보다 ‘뇌 행성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 또는 ‘골든 레코드랑 뇌 행성을 어떻게 연결시키지’처럼 ‘뇌 행성’이라는 클리셰에서 벗어나 어떤 방식으로 영화에서 작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었습니다. “나도 저 입을 없애버릴 수만 있었다면 아직 우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무지를 동력 삼아 살아갈 의미를 붙잡고 있었겠지” 혹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말 자체인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게 삶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다 알아버리면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거나 재미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재미도 나름대로 알아가고 싶습니다.


감독님의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를 무언가가 해준다면 들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예 듣지 않을 것 같아요. 미래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다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웃기는 장면에서 빵 터지는 것보다 속으로 피식하는 느낌을 좋아해서, 그런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스포일리아>처럼 도전적인 영화도 또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구단편영화제에 오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영화제를 계기로 대구에 처음 와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특히 관객분들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세형 감독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하는 작품 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글 / 데일리팀 이다영

사진 / 기록팀 하다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