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9] 3일차, 경쟁 3 GV


경쟁 3 GV 현장



8월 23일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경쟁 3 관객과의 대화는 <오른쪽 구석 위>의 이찬열 감독, 정다민 배우, 고국희 배우, <꽃과 뱀>의 안현정 감독, <뮤트>의 윤은경 감독, <모과>의 백소혜 감독, 오지후 배우와 나눌 수 있었다. 진행은 영화제 예심위원인 한창욱 평론가가 맡았다.



M) 우선 감독님들은 어떤 계기로 영화를 기획하게 되셨는지, 배우님들은 어떤 계기로 영화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소혜 감독) 저는 <모과>를 2024년 여름 밤에 떠올렸습니다. 그때는 제작 지원에 모조리 떨어져 온전히 사비를 털어 영화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지망생으로 살 수 있을까’를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년의 나이에도 지망생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윤은경 감독) 항상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나라를 가도 도시가 너무 일관된 모습이어서, ‘이 도시라는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라는 계속 제 안에 있던 질문들로 <뮤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안현정 감독) 저는 감독이자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하늘 - 이상, 대지 - 현실 사이에 서 있는 한 명의 인간을 어떻게 화면 안에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꽃과 뱀>을 작업했습니다.


고국희 배우) <오른쪽 구석 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려워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극중 오월이 하는 생각과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당시의 제 고민이 맞닿아 있어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찬열 감독) 영화를 만들려고 생각했을 때, 관심 가졌던 몇 가지 테마가 있었습니다. 그 테마들이 기하학적인 형태로 유사성을 가진다는 느낌이 있어 모아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중심과 구석이라는 테마였습니다. 그것에 부합하는 그림들, 이야기를 모아보며, 역사, 지리, 동시대 우리 혹은 나, 스스로의 자의식 등을 끌어왔던 것 같습니다.


M) 이찬열 감독님은 작년에도 <트랙_잉>으로 대구에 오셨는데 공동 연출이자 국제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단독 연출한 작품으로 다시 대구를 찾으셨는데, 두 작업의 경험적인 차이가 궁금합니다.


이찬열 감독) 공동 연출은 사소한 결정을 할 때도 혼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제 머리 속에서 출발한 이야기라 오히려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이 결과적으로 영화 작업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배우님들과 작업을 하면서도, 디렉팅을 많이 드리지 않았는데 혼자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했던 것 같습니다. 


M) <뮤트>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것 저것들이 연결됩니다. 연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정리하셨나요?

윤은경 감독) 편집에 대한 질문인 것 같은데 저는 평소에 리서치를 워낙 많이 하고, 그것들을 기록해야 하는 강박이 있습니다. 다시 들춰보진 않는데, 가끔씩 기록했던 것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상반된 요소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오늘날의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잖아요. 편집을 할 때도, 어떤 그림을 생각하지 않고 몽타주 실험을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Q) <모과>라는 작품은 아직 감독님께서 경험해보지 않은 나이의 인물들이 나옵니다. 왜 중년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소혜 감독) 저는 오지 않을 것 같던 30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중년의 나이로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배우님들과도 인물의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Q) 상영된 영화들의 장르와 색감이 다양하던데, 감독님들은 장르를 선택하신 이유, 배우님들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들 말씀해주시면 더 재밌게 후기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지후 배우) 연기자는 대부분 물리적인 나이에 맞게 제안이 들어옵니다. 저는 40대라서 엄마 역이 많이 들어오는데, 여성의 서사가 없는 캐릭터 제안이 들어오면 개인적인 무브먼트로써 정중히 거절합니다. <모과>는 우선 희지의 온전한 삶이 느껴졌고, 무명배우인데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에서 매체 연기를 시작했던 시절의 제가 보였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하려 했고, 참고로 저는 현장에서 정말 수건을 사랑했습니다.


고국희 배우) 감독님께서 계속 자연스럽게 해달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그 자연스러움이 어렵거든요. 오월과 제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하는 고민이 다르지 않아서 ‘나답게 표현하자’ 생각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경청하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극중 독서 모임 때나 A와의 대화에서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정다민 배우) A라는 인물은 자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런 미성숙한 부분에 집중하며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안현정 감독) 저도 애니메이션이 정확히 어떤 매체인지 잘 모르는 채로 시작했는데, 그때 ‘하나의 죽어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애니메이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는 말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나도 처음엔 전시 당하는 피사체로서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수 있을까’ 죽어있는 고민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삶이란 게 때론 추함도 있고 그 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살아있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정체성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제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얻은 수확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백소혜 감독) 저는 장르보다 대사의 낭만과 유머에 집중하며, 재밌는 말들을 하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건은 글보다 말에 가까운, 가장 쉬운 시를 쓸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극중 나무 사이에서 쓰는 시는 박종환 배우님이 쓰신 시입니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 결국 영화라는 공통된 언어로 이어진 작품들을 만나며, 남은 여름의 끝맛을 음미하면 좋겠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