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1] 3일차, 경쟁 1 GV


경쟁 1 GV 현장



8월 23일,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경쟁 1 관객과의 대화에는 <고슴도치의 꿈>의 이다영 감독, <퍼니스트 홈비디오,코리아>의 김국희 감독, 박휘노 음악감독, 이지나 음향감독, <어느새 부는 바람>의 박지윤 감독, 한혜지 배우, <셋업>의 박지수 감독, 박규태 배우, 이연진 배우가 참여했다. 서성희 영화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게스트들의 간단한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 본격적인 GV가 시작되었다.



M) <고슴도치의 꿈> 연출하신 이다영 감독님께 자매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다영 감독) 자매는 걱정이 되고, 사랑하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애증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M) <퍼니스트 홈비디오,코리아>의 김국희 감독님, 작품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국희 감독) 제가 이제 서른 즈음에 있는데, 아직도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방을 청소하고 음식을 해먹고 나를 돌보는 일이 너무 어려웠는데, 그에 비해 저희 할머니는 저와 엄마, 아래로 동생 다섯을 먹여 살리고 지금까지도 본인의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십니다. 그래서 저와 할머니의 삶을 공간적으로 대조하여,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M) 박지윤 감독님은 <어느새 부는 바람>의 감정선을 어떻게 찾아내고,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지윤 감독) 정효처럼 저도 영화를 하기 위해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우연히 청년 고독사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다시 찾아보려고 했는데, 쉽사리 꺼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기사 속 청년 A씨의 삶이 저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작은 방 안에서 청년임에도 고독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의 현상처럼 느껴지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이 주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청년의 시선을 담고 싶어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한혜지 배우)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화면 속 청년 A씨를 옆에 두고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제가 그 마음을 잘 담고 싶었고, 실제로 연기하며 천장을 바라봤을 때 ‘이 만큼이 나에게 허용된 공간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큰 노력 없이 주어진 것을 받아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M) <셋업>의 박지수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어디까지 롱테이크로 가시나’ 긴장하며 봤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지수 감독) 저도 예술가로 전업을 살고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처럼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본업은 배우이고, 두 번째 본업이 연극연출가와 극작가입니다. 연극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겪었던 일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롱테이크를 선택한 이유는, 예전에 제 첫 단편에서 촬영 감독님과 콘티를 짜며 많이 다퉜던 적이 있습니다. 촬영 감독님이 나중에 대화를 할 때, “감독님은 연극을 오래해서 동선으로 콘티 짜는 것을 잘 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원테이크 같은 영화 <셋업>을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M) 동선을 잘 짜시는 감독님 덕분에 배우님들의 고생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박규태 배우) 고생했습니다. (웃음) 오전에 한 컷, 오후에 한 컷씩 촬영했고, 한 컷당 기본적으로 15 테이크 이상은 갔던 것 같습니다.

이연진 배우) 저는 연극 작업은 꽤 했었는데, 영화에서 이렇게 비중있는 인물로 촬영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영화가 롱테이크라서, 한명이 잘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심했습니다. 조연출이 음향감독 재경에게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장면에서 부담감이 가장 심했어요. 대사를 틀릴까봐 불안한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데, 하필 서러움을 토해내는 감정선과 맞아떨어져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M) <고슴도치의 꿈>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선우 입장에 이입했던 것 같습니다. 공무원을 지향하는 선주와 예술을 하려고 하는 선우, 자매의 색이 완전히 다른데, 감독님은 누구에게 더 마음을 썼나요? 


이다영 감독) 아무래도 선주가 주인공이니 마음이 더 많이 갔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가까운 인물은 영화를 하고 있으니 선우겠죠. 갖고 있는 자격지심도 공감하는 부분이라서 저는 선우에 가깝지만, 선주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골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자료조사나 실제 촬영지에 내려가서 머물며 오랫동안 어르신들과 지내기도 했습니다. 


M) <퍼니스트 홈비디오,코리아>의 김국희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지역 영화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역시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AI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국희 감독) 영화에서 AI 작업은 총 2파트로 진행되었는데, 나레이션과 영상 푸티지입니다. 우선 나레이션에 사용한 이유는, 한 없이 무거울 수 있는 내용 자체가 관객으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AI 안내를 많이 듣는데, 그런 음성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상 푸티지 같은 경우에, 기본적으로 영상이 깔리고 그 뒤 공백은 사진을 활용했는데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과거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습니다. 최대한 실사와 비슷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조금 조악한 AI 영상을 넣으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M) 일반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가져가는데, 음악 감독님께서는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휘노 음악감독) 일단 감독님께서 음악이 관객으로 하여금 내용에 깊이 빠져드는 느낌보다 오히려 해소해주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요청하셨습니다. 처음에 제가 핸드폰으로 작업한 스케치를 보내드렸는데, “이런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좋다”고 하셔서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잘 포착해주시고 재밌게 사용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지나 음향감독) 디지털 카메라로 수음된 깨진 소리와 칼 같은 AI 목소리 등 사운드의 여러 레이어가 있었는데, 어떻게 균형감 있게 작업할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습니다.


Q) <어느새 부는 바람>의 한혜지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소수자나 약자를 표현하신 작품을 많이 봤는데,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나 궁극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배우의 방향이 궁금합니다.


한혜지 배우) 사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서정적이고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인물들이 주어졌습니다. 시작은 당연히 저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연기하다보니 더 마음 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 비슷한 정서만 연기한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코로나 때부터 연기의 방향을 약간 바꿨는데, 새롭게 시도한 작품들이 아직 공개가 안 됐습니다. 앞으로 주어지는 역할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습니다.



진행자의 이야기처럼, 관객들과 함께 대구가 계속 뜨거운 영화의 현장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