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 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5]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 김국희 감독 인터뷰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 김국희 감독 인터뷰


8월 24일 일요일, 자신의 이야기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담아내는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 김국희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퍼니스트 홈비디오, 코리아>를 연출한 김국희입니다. 원래는 극 영화 위주로 제작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이번에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는데, 대구단편영화제에 오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월드 프리미어로 대구단편영화제에 온다는 것 자체에 기대감이 컸어요. 대구단편영화제는 제가 알고 있는 지역 단편 영화제 중에 확장성이 큰 영화제라고 느꼈거든요. 대구 내에 있는 지역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영화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봤어요. ‘언제 이 영화제에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하다가 개막작이자 월드 프리미어로 오게 되어서 떨리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영화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여러 사진과 영상이 담겨 있잖아요. 그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다면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과 이유 부탁드립니다.

할머니의 얼굴 사진을 가장 좋아해요.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럼에도 할머니의 삶은 기록되어야 했다’라는 말이 나오고 바로 뜨는 할머니의 단독 얼굴 컷입니다. 평소에 할머니한테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인데, 그 사진에서 할머니의 원래 유머러스한 모습이 잘 포착되었더라고요. 영상은 마지막 동영상을 좋아해요. 그 영상은 제가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탈 때 할머니와 인사를 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에요. 서울로 올라갈 때마다 할머니가 항상 ‘조심히 가’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보여서 기억에 남아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듣고 싶은 질문이나 어떤 질문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체로 질문을 잘 안 해요. 상대방의 질문에 꼬리를 물고 가는 편인 것 같아요. 질문하는 상황이 오면 날씨나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같은 일상적인 질문을 해요.


AI 영상을 사용한 게 신박하고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그중에 걸려 있던 옷들이 사람처럼 뛰어다니는 영상은 무엇을 의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할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공장에 가서 수 놓는 일을 했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어릴 적에 할머니의 삶이 옷걸이에 걸린 스웨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AI로 구현된 가상의 이미지 속에서라도 할머니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기에, 스웨터가 갑자기 날뛰면서 거리에 돌아다니고 나부끼는 걸로 표현했습니다. 그게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되어서 하늘로 날아가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필사적인 마음을 할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 내리고 싶어졌다.’라는 대사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 말을 쓰실 때 어떤 감정을 가장 떠올렸는지, 어떻게 전해졌으면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저와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미리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런 대사를 썼어요. 10대 때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너무 필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삶에 대한 사랑,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싶었어요.



무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고향은 어떤 곳을 뜻할까?’, ‘맡겨졌다는 표현이 맞을까?’라는 표현을 보고 무언가를 곱씹으면서 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질문을 던지고 새롭게 정의 내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언제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하나의 단어나 정의가 다른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화할 때 상대방의 뜻을 왜곡하고 싶지 않아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서로의 온도나 주파수가 맞는지 알아보자는 의미이기도 해요.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릴 때 음악, 글쓰기, 독서, 영화관 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당시에는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게 영화라고 생각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감독님이 사랑하고 기록할 것들이 벌써 기대돼요.

제가 다음에 좋아하거나 꽂히게 될 요소는 상황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새롭고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김국희 감독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따뜻하고 퍼니스트합니다. 삶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이 앞으로 어디에 닿고 어떻게 기록될지 기대하고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글 / 데일리팀 이다영

사진 / 기록팀 하다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