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 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6]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홍선혜 감독 인터뷰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홍선혜 감독 인터뷰


8월 24일 일요일, 사랑과 이별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홍선혜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각본 쓰고 연출한 홍선혜라고 합니다. 현재 도쿄에서 살면서 영화 제작 준비 중입니다.


감독의 한마디가 인상 깊었어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과거의 사랑에 관한 생각이 어떻게 변하셨나요?

마음속에 갑작스러웠던 이별에 대한 감정이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 감정을 서른이 되기 전에 영화에 담아보자고 생각한 게 시작이어서 현재는 후련합니다. 이 영화를 봐준 레즈비언 관객들에게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상을 들을 때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공유될 수 있는 고민이라는 생각에 되게 기뻤던 것 같습니다.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속 이별은 서로의 길을 존중하는 이별이라고 느꼈어요. 이런 형태의 이별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10대 때 좋아하는 친구가 전학 가고,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갑자기 헤어진 적이 있어요. 제대로 된 이별도 해보지 못하고 헤어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인이 제대로 이별할 기회를 줄 수 있는 단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랑해’라는 표현을 쓰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Kpop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거의 ‘사랑해’라는 말을 알고 있어요. 일본인들은 애정 표현을 잘 안 하는데, 외국어로 하면 낯간지러운 말도 잘하게 되는 것 같아서 둘이 있을 때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썼다고 생각해요.


히토미보다 나호의 서사를 더 풍부하게 볼 수 있었어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나호와 달리 히토미는 남겨진 인물로 느꼈습니다. 히토미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나호와 히토미가 거주하는 시골 마을을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시골 마을이 이바라키라는 마을인데, 장소 조사하러 갔을 때 그곳에 사는 한 할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이 죽기만 하고 태어나질 않는다.’고요. 이 말을 듣고 ‘그러면 이바라키에 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배우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빈 음료수병으로 비행기를 만들어서 날아가려는 모습이 함께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걸 비유했다고 보였어요. 히토미의 진심이 보여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던 장면이에요. 상황이 그들을 갈랐는지 본인들의 선택이 강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비행기를 만든 이유는 같이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 함께 했던 추억을 떠나보내고 싶었던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이별은 두 사람이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장면에 이어서 나호가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잘 몰랐나 봐’라고 말하잖아요. 이 대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실패할 게 뻔한 비행기를 타고 더러운 논밭에 빠지기까지 하면서 자기(나호)에 대해 사랑했던 마음을 표현해 주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논밭에서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논밭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시나리오는 수영장이었는데 논밭(또는 진흙탕)이 청춘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 바꿨어요. 제가 생각하는 청춘은 조금 쪽팔리고 간지(멋짐)도 안 나고 생각한 대로 잘 안되는 수렁 속에서 울고 웃는 모습이 그려져요.


딱 한 번 빼고 신발 끈을 묶어주는 걸 기다려주잖아요. 신발 끈을 묶어주는 것에 대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연인 관계에서 신발 끈 묶어주는 걸 심상치 않게 보는데 일본은 없어요. 신발끈 묶어주려고 무릎을 꿇는 행위가 과하다고 보거든요. 


나호는 신발끈을 못 묶나요?

아뇨. 손이 많이 가고 챙겨줘야 하는 귀여운 여자애를 등장시키고 싶어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영화 현장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해서 감정이 올라왔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저희 스태프들이 제 주위로 원을 만들어주더니 같이 춤을 춰서 그게 재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구단편영화제에 오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대구단편영화제가 정말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기대한 만큼 재밌고 자원봉사자분들이나 스태프분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영원한 사랑해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아직 이 영화와 사요나라 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홍선혜 감독의 섬세한 사랑 영화와 일본 활동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글 / 데일리팀 이다영

사진 / 기록팀 하다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