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9] 4일차, 경쟁 4 GV


경쟁 4 GV 현장



8월 24일,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경쟁 4 관객과의 대화에는 <72번지를 찾아서>의 박재현 감독, <스포일리아>의 이세형 감독,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의 임꽃신 배우가 참석했다. 진행은 이용주 영화평론가가 맡았다. 진행자는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모이게 된 것 같다며 본격적인 GV를 시작했다.



M) 감독님들은 영화를 기획하게 된 의도와 작업 과정을, 배우님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재현 감독)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과 기관을 매치해주는 사업이 있었는데, 저는 복현동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나게 되었고 그 기관에서 피란민촌에 대한 컨텐츠를 원하셨습니다. 저도 원래 극영화를 만들긴 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서 현숙경 피디님과 아카이빙한 영상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영화를 기획한 건 아니었는데, 인터뷰와 촬영을 다니면서 시간이 지나더라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만들어볼까 생각이 들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이세형 감독) <스포일리아>는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을 오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에서 고도란 대상을 끝없이 기다린다면, ‘기다리는 해답이 갑자기 나타나면 어떨까’ 그런 재해석으로 시작했습니다. 영화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삶의 의미로 대입해본 것도 있습니다. 5회차 동안 실사 분량을 크로마키로 촬영하고, 해당하는 배경이나 애니메이션들을 미니어처로 촬영해서 합성한 영화입니다.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들어가있습니다.


임꽃신 배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비록 제안받은 것은 윤정이었지만 은하에게 이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베를린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이 들고 새로 시작했는데 막상 이룬 건 없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공감을 했습니다. 윤정은 제가 처음 베를린에 갔을 때,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로운 마음과 닮아서 그 설렘을 떠올리며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Q) <72번지를 찾아서>에 나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다큐멘터리가 결국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예술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건, 소멸해가는 공간이 나올 때, 자막의 폰트가 삐뚤빼뚤한데 그런 자막을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재현 감독) 기본적으로 저의 취향이 담겨있고, 오래된 공간이다 보니 오래된 글씨체에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연결지어 보자면, 저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지만, 그 기관에서 그림을 그리시거나 글을 쓰신 분도 계셨는데, 그 중 동시를 쓰신 분의 글씨체가 폰트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M) 다큐멘터리에서 자막은 감독의 개입이 될 수 있는데, 자막의 내용도 에세이 같은 느낌이 납니다. 자막을 넣게 된 이유와 감독이 느끼는 감정을 나열하고 장면이 따라 붙게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재현 감독) 우선 기획할 때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할지 고민했는데, 저희 피디님께서 그 공간에 대한 다큐를 이미 만드신 적이 있어 참고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막이나 나레이션 없이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데, 제가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주민분들이 많이 안 계시고, 재개발을 둘러싼 경계심 때문에 직접적인 촬영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의 생각을 넣게 되었는데, 처음엔 나레이션도 시도해봤지만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빼고 자막으로 바꿨습니다.


Q) 임꽃신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베를린에 살고 계신 이방인으로서 그 제목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꽃신 배우) 처음에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누굴 위해 꽃을 사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떠나려는 사람이 남겨진 사람을 위해 꽃을 주는 걸까, 아니면 떠나는 사람이 자신에게 꽃을 주는 걸까 생각을 해봤는데, 두가지 의미가 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저는 박재현 감독님과 <72번지를 찾아서> 를 촬영한 현숙경 감독이라고 합니다. 오늘 특별히 어르신들께서 와주셨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소감 함께 들어보고 싶어서 손을 들었습니다.


어르신) 오늘 영화를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좀 슬프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모두 수고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Q) <스포일리아> 감독님께 영화 제작의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세형 감독) 촬영에서 CG까지 능력자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애니메이션 작업은 혼자 했습니다. 작업 기간이 길었다 보니 시간 자체에 압도되는 것도 있었고, 한 컷의 움직임이 적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14시간 정도가 걸렸거든요. 행성의 반짝임은 식용유로 작업한 건데, 2년 동안 제 방에서는 항상 기름 쩐내가 났습니다. 돌아보면 힘들긴 했지만,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Q) 이세형 감독님의 <스포일리아>를 보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인간 수명이 100년인데, 500년을 돌아다닌다는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 또 뇌라는 행성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세형 감독) 과학적으로 따지면 말도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애매하게 말이 안 되는 것보다 화끈하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500년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뇌행성은 온전한 저의 아이디어가 아니고, 몇몇 SF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이 뇌행성만의 특징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생각했습니다.


M)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임꽃신 배우) GV 전에 통화를 했는데, 감독님은 외국에서 촬영되었고 외국으로 떠난 사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집을 떠난 사람, 떠날 사람, 떠났던 사람 모두 공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으셨다고 해요. 저의 바램은 이 영화가 더 많은 공간에서 상영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M) 사실 객석에 같이 앉아서 관객분들의 반응을 보게 되는데, 세 영화 안에 위트가 있어 한번씩 웃으실 때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감독님들과 배우님의 영화 앞으로도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고, 대구에서 독립 단편 영화 많이 상영하고 있으니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