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 Cells> 박희주 감독 인터뷰
<Bitter Cells>의 연출가이자, 피사체인 박희주 감독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우선 자전적인 다큐멘터리라서, 스스로를 계속 마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한 거짓말을 어떻게 고백할 수 있을까였는데, 점점 양심의 가책이 쌓이면서 이제 더이상 못 담아두겠다 싶을 때 영화로 저를 시험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두려우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싶어 환자들의 연인, 가족들을 만나는 과정을 찍게 되었습니다. GV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렇게 친구로 넘어가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엄마에게 고백하는 과정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구도가 바뀌거나 줌인 되는 게 종종 보였는데, 촬영은 계속 혼자 하셨나요?
네, 촬영은 전부 혼자 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주위에 지병을 숨기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친구분과 전화하는 장면이 그 의문을 해소하는, 또 관객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라고 봐도 괜찮을까요?
그때가 가장 마음을 내려놓고 칭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는, 그래도 체면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친구와 전화할 때는, ‘사실 나 무섭고 힘들어’하면서 감정적으로 날 것을 보여줬던 장면이었습니다.
다이앤을 비롯하여, 작업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다이앤 할머니는 진짜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남편 폴은 과묵한데 되게 다정해요. 사실 다이앤 할머니는 영화 찍기 전에도 미디어에 노출이 되신 분입니다. 영국의 난소암지원단체에서 컨퍼런스가 열리면 동기부여 연설을 하시며 항상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어하는 분이에요. 재밌는 에피소드는, 서로 약을 보면서 ‘나도 이거 있는데.’ ‘어제 먹었는데.’ 하며 계속 그렇게 공감했던 게 웃겼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니까요. 호르몬 블로커를 맞으면 갱년기 증상 같은 게 나오는데, 갑자기 땀이 났다가 추워지고 이런 것의 반복을 서로 인사이드 조크처럼 했어요.
어머니와 전화하는 장면에서, 서로를 걱정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어긋나는 상황과 특수한 관계성이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전화로 고백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영국에 살고 있으니 대뜸 이야기하러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영상통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엄마를 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제가 너무 신경을 쓸 것 같았고, 사실 이 이야기는 엄마의 지분도 있지만 저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 그렇게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짧은 시간 내에 전개되지만, 오래 숨긴 진실을 어머니께 고백한 후 어떤 감정이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는 당시의 표정으로 짐작해볼 뿐이었습니다.
촬영 직후에는 후련했고, 편집을 하면서 다시 힘들어졌죠. 또 다시 봐야하니까요. 그런 감정 변화의 연속이었는데,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는 다시 후련해졌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영화가 아니었으면, 이야기하는 걸 시도하지 않았을 거에요.
오프닝과 엔딩의 수미상관 구조는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자연스럽게 나온 말을 편집의 과정에서 배치하신 건가요?
후자입니다. 조금 슬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곤 하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 슬픈 사람만은 아니거든요. 제 성격을 넣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게 업앤 다운이 있는 것이고, 재밌으면 좋잖아요. 제가 말을 험하게 쓸 때가 많은데, ‘이게 나잖아’ 해서 고민없이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장면과 붙지 않아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음악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음악작업은 작곡가가 있는데, 제가 말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만나는 인터뷰 몽타주에서 저는 웃고 있고 차분해보이지만, 사실 가슴이 요동치고 머리로는 무섭고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 덕분에 처음으로 다른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해봤거든요. 전까지는 숨기거나, 같은 병원에 있어도 말을 안 섞었습니다. 저는 환자임을 거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인터뷰 장면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머리와 심장 박동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길에서 전화하는 장면은, 몽글몽글한 마음과 밤공기를 채우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살짝 불고,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았는데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가슴이 몽글몽글해진 그 공기의 질감을 비눗방울처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작곡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생일파티에서 우연한 계기로 1년 후의 감독님께 남기신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을까요?
저는 당분간 사적 다큐멘터리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게 제 사적 다큐멘터리 3편 중 첫번째 작품인데, 2편이 더 있어 작업을 잠시 쉴 예정입니다. 항상 병원에 갈 때마다 기록용으로 촬영은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영화로 만들 만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 <Bitter Cells>로 만나게 된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웃길 땐 웃고, 울 것 같을 때 우셔도 되고, 웃길 때 우셔도 됩니다. (웃음) 너무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옆집 사람 이야기처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을 환자의 세계로 초대하는 <Bitter Cells>와 그 외 감독님의 두 작품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
<Bitter Cells> 박희주 감독 인터뷰
<Bitter Cells>의 연출가이자, 피사체인 박희주 감독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우선 자전적인 다큐멘터리라서, 스스로를 계속 마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한 거짓말을 어떻게 고백할 수 있을까였는데, 점점 양심의 가책이 쌓이면서 이제 더이상 못 담아두겠다 싶을 때 영화로 저를 시험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두려우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싶어 환자들의 연인, 가족들을 만나는 과정을 찍게 되었습니다. GV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렇게 친구로 넘어가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엄마에게 고백하는 과정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구도가 바뀌거나 줌인 되는 게 종종 보였는데, 촬영은 계속 혼자 하셨나요?
네, 촬영은 전부 혼자 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주위에 지병을 숨기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친구분과 전화하는 장면이 그 의문을 해소하는, 또 관객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라고 봐도 괜찮을까요?
그때가 가장 마음을 내려놓고 칭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는, 그래도 체면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친구와 전화할 때는, ‘사실 나 무섭고 힘들어’하면서 감정적으로 날 것을 보여줬던 장면이었습니다.
다이앤을 비롯하여, 작업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다이앤 할머니는 진짜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남편 폴은 과묵한데 되게 다정해요. 사실 다이앤 할머니는 영화 찍기 전에도 미디어에 노출이 되신 분입니다. 영국의 난소암지원단체에서 컨퍼런스가 열리면 동기부여 연설을 하시며 항상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어하는 분이에요. 재밌는 에피소드는, 서로 약을 보면서 ‘나도 이거 있는데.’ ‘어제 먹었는데.’ 하며 계속 그렇게 공감했던 게 웃겼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니까요. 호르몬 블로커를 맞으면 갱년기 증상 같은 게 나오는데, 갑자기 땀이 났다가 추워지고 이런 것의 반복을 서로 인사이드 조크처럼 했어요.
어머니와 전화하는 장면에서, 서로를 걱정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어긋나는 상황과 특수한 관계성이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전화로 고백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영국에 살고 있으니 대뜸 이야기하러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영상통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엄마를 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제가 너무 신경을 쓸 것 같았고, 사실 이 이야기는 엄마의 지분도 있지만 저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 그렇게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짧은 시간 내에 전개되지만, 오래 숨긴 진실을 어머니께 고백한 후 어떤 감정이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는 당시의 표정으로 짐작해볼 뿐이었습니다.
촬영 직후에는 후련했고, 편집을 하면서 다시 힘들어졌죠. 또 다시 봐야하니까요. 그런 감정 변화의 연속이었는데,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는 다시 후련해졌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영화가 아니었으면, 이야기하는 걸 시도하지 않았을 거에요.
오프닝과 엔딩의 수미상관 구조는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자연스럽게 나온 말을 편집의 과정에서 배치하신 건가요?
후자입니다. 조금 슬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곤 하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 슬픈 사람만은 아니거든요. 제 성격을 넣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게 업앤 다운이 있는 것이고, 재밌으면 좋잖아요. 제가 말을 험하게 쓸 때가 많은데, ‘이게 나잖아’ 해서 고민없이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하고, 장면과 붙지 않아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음악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음악작업은 작곡가가 있는데, 제가 말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만나는 인터뷰 몽타주에서 저는 웃고 있고 차분해보이지만, 사실 가슴이 요동치고 머리로는 무섭고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 덕분에 처음으로 다른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해봤거든요. 전까지는 숨기거나, 같은 병원에 있어도 말을 안 섞었습니다. 저는 환자임을 거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인터뷰 장면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머리와 심장 박동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길에서 전화하는 장면은, 몽글몽글한 마음과 밤공기를 채우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살짝 불고,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았는데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가슴이 몽글몽글해진 그 공기의 질감을 비눗방울처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작곡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생일파티에서 우연한 계기로 1년 후의 감독님께 남기신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을까요?
저는 당분간 사적 다큐멘터리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게 제 사적 다큐멘터리 3편 중 첫번째 작품인데, 2편이 더 있어 작업을 잠시 쉴 예정입니다. 항상 병원에 갈 때마다 기록용으로 촬영은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영화로 만들 만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 <Bitter Cells>로 만나게 된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웃길 땐 웃고, 울 것 같을 때 우셔도 되고, 웃길 때 우셔도 됩니다. (웃음) 너무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옆집 사람 이야기처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을 환자의 세계로 초대하는 <Bitter Cells>와 그 외 감독님의 두 작품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