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24] 영사팀 자원활동가 인터뷰


영사팀 자원활동가 인터뷰



누군가는 영화를 선보이고 누군가는 영화를 기다리는 그 설렘의 순간에, 마치 영화를 짝사랑하듯 뒷 모습만 보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의 영화들을 직접 상영한 4명의 영사팀원과 이야기 나눠 보았다.



대구단편영화제 자원활동에 지원하게 된 계기와 특별히 영사팀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안현주) 저는 시처럼 함축된 단편영화가 좋습니다. 방학 중에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대구단편영화제를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영사팀은 제가 영사기사 일에 관심이 있어서 배워보고 싶었고 극장 뒤에 있지만, 가장 앞에 있기도 한 일이라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박애진) 저는 사실 상업영화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일하던 곳에서 영화 감독님의 지인을 만나게 되어 단편영화 자체를 처음 봤습니다. 대구에서 단편영화제를 한다고 소개해줘서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영사팀은 영화를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김수연) 저는 대구에서 하는 영화제란 이유가 가장 컸고, 대학생이기 때문에 방학 때 참여할 수 있어 부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사팀에 지원하게 된 건, 열심히 만들어진 단편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순간이 가장 빛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류지원) 저는 예전에 대구단편영화제를 온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번엔 자원활동가로 영화제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극장에 가면 영사실에서 영화를 상영해주는데, 그 공간이 궁금했고 하는 일도 배워보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영사팀으로 활동하신 소감 한 말씀해주세요.


안현주) 사실 제가 일한 CGV는 상영작 검수를 맡으신 상진 감독님과 극장에 계셨던 영사기사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저희가 하는 일은 얼마 없었습니다. 영사실에 작은 창이 있는데, 고개를 내밀면 관객분들이 영화에 열중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보통 영화관에서 그렇게 많은 뒤통수를 볼 일이 없으니까요.

박애진) 저는 원래 영화관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중인데 영사 관련 일을 하니 옛날 생각도 나고 보람찼습니다. 일하는 동안 영화를 잘 안 보게 되었는데, 영화와 다시 만나니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김수연) 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평소에 영화를 접할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특히 오오극장은 저희가 불도 켜야하고, 에어컨도 조절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극장을 만드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제를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나 느끼게 된 것이 있나요?


안현주) 저는 이번에 대구단편영화제를 처음 오게 되었는데 요약하자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웃음).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할 일이 많구나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구단편영화제에 애플피칭이라는 부문이 있는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지원해주는 곳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애진) 저는 면접 볼 때, 영사실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데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상영하는 시간을 스스로 맞추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음 상영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팀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다 같이 일한다는 느낌을 받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류지원) 영사실에 총 책임자분이 계시고 저희는 도와드리는 역할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책임감이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관객으로 올 때는 영화와 감독님만 보고 가는 느낌이었다면, 자원활동으로 오니 게스트분들 준비도 도와드리고 사운드 체크나 에어컨 온도, 환풍기 조절 등 세심한 부분을 신경써야 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안현주) 저는 토요일 네트워킹 파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용한 영사실에서 영사기 소리만 듣다가, 오랜만에 큰 데시벨을 느껴 조금 놀랐습니다. 모든 영화가 동시재생되는 공간에 온 것 같았거든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오오극장의 활동가들과도 재밌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수연) 저희가 보는 화면에는 문제 없이 잘 나갔는데, 오오극장 관리자분께서 두번째 작품이 잠깐 끊겼었다고 하셔 당황했습니다. 내부 프로그램의 문제였기 때문에 잘못한 건 아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정신차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


제27회 대구단편영화제 자원활동가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박애진) 알고 있는 기술이나 영화관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더라도, 영화 자체에 관심이 있고 꼼꼼한 분은 지원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류지원) 저는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메모하는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고, 모르는 점은 바로 극장 관계자분들께 여쭤보면 다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저마다의 세상을 짧지만 강렬하게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론 ‘내가 이 말을 들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준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리며, 다 기록하지 못한 부분은 마음에 오래 담아두겠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