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28] <8월의 크리스마스>, <야식금지클럽> 김연교 배우 인터뷰


8월 23일 금요일, 경쟁5 섹션 <8월의 크리스마스>와 <야식금지클럽>의 김연교 배우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연하신 두 작품 <야식금지클럽>과 <8월의 크리스마스>가 대구단편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섹션에 두 개의 작품을 상영한 게 처음이에요. 배우로서 마치 1타 2피처럼 다른 두 명의 캐릭터를 한 번에 관객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굉장히 뜻깊고 기쁩니다.



우선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질문 먼저 드리고 싶은데요. 은수는 어린시절 헤어진 아버지와 처음에는 아버지인줄도 모른채로 택시에 타서 시간을 보내잖아요. 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굉장히 섬세하고, 복잡했을 것 같은데요. 연기를 하실 때 신경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굉장히 복잡했고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제가 닿을 수 없는 감정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도대체 어떤 식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굉장히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은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휘말려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매 순간 집중하려고는 했지만 사실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무슨 연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몰랐어요. 편집이 다 된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은수라는 인물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은수라는 인물은 정말 그냥 이 상황에 휘말린 존재로서만 역할을 다하면 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나중에서야 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영화가 인물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은수가 강릉에서 택시 기사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중간에 아버지인 걸 알게 됩니다.그럼에도 바로 털어놓지 않잖아요. 은수 역할을 연기하셨으니까, 개인적으로 해석하시기에는 은수가 왜 아버지에게 직접, 그리고 바로 자신을 알리지 않았을까요?

 

은수는 사실 알았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이 과거로 돌아온 것이고 자신이 과거의 아빠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빠의 죽음까지 예상을 했다기보다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순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본인을 알아주는 게 은수의 목적이라기보다 아빠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로 은수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을 알리는 것은 은수에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을 것 같고, 굳이 알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은수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사실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님의 전 작품을 함께 찍었는데, <광장>이라는 단편영화였어요. 그 작품에도 새벽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은수와 마찬가지로 결혼을 앞두고 어렸을 때 헤어진 아빠를 찾으러 가거든요. 하지만 새벽은 결국 아빠를 만나지 못하고 끝이 나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은수는 결국 아버지를 만나잖아요. 그래서 은수가 묵은 보따리 하나를 내려놓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은수는 새 출발을 앞두고 있잖아요. 결혼을 하고 새 가정을 꾸릴 텐데, 남은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챕터로 가는 거니까 남아있는 감정을 후련하게 털고 이제는 새롭게 맞이한 챕터 안에서 충실히 살아가라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위로를 받았던 거 같아요.

 

 

이번에는 <야식금지클럽>에 관한 질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세 인물은 야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알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감정적 고통으로 야식을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이 야식을 먹는 거잖아요. 그런데 배우님이 연기한 지유는 영화의 초반에서 남자친구와의 이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늘 야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나중에는 남자친구 앞에서도 의연하게 야식을 참아낼 수 있게 됩니다. 이 장면이 주는 메시지를 꼭 ‘야식’에만 한정할 수 있을까요? 이 장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아무리 무언가로 채워도 부족한 결핍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어디에 갈증이 있는지 생각했을 때 지유는 연인 간의 애착에 대한 갈증이 있는 인물 같았어요. 이러한 허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고 사실 지유에게는 그게 음식이 아닌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옆에 ‘야식금지클럽’을 만들어서 함께하는 다른 멤버들이 있지 않았다면 지유는 아직까지 허기를 채우는 중독적인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지유에게 사람이 가장 힘이었을 것 같아요. 지유가 마지막에 남자친구에게도 그런 말을 하잖아요. “그래도 나는 하고있어. 이사람들이랑!”하고요. 저는 이 말이 결국에는, ‘이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내가 나아갈 수 있었으니 너도 너의 삶 안에서 너가 행복할 수 있는 걸 찾았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유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이 영화를 찍을 때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깨져가는 얼음판 위에 있는 기분이었고, 이 얼음판은 점점 깨져서 작아지는데 갈수록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내 옆에도 이런 존재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또 지유가 결국 얼마간의 시간 동안 잘 참았더니 결국 마지막에 남자친구에게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잖아요. 그게 정말 위로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유한테는 해주고 싶은 말보다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의 성장과 변화를 보니 나도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 당시 들었다. 덕분에 잘 헤쳐나갔다. 고맙다.”


배우님께 있어서 각각의 작품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경우는 오랜 기간 촬영한 영화였어서 떠나보내는 데에도 촬영한 기간만큼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짧은 단편이지만 저를 한동안 은수로 살게 해준 영화이기에 지금까지도 저에게 남아있어요. 그만큼 각별한 마음이 드는 작품이고요. <야식금지클럽>은 <더 납작 엎드릴게요>라는 장편영화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너무 잘 맞아서 저희끼리 짧게 단편을 하나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만들게 된 작품이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배우님께 단편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연기를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을 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였어요. 저는 처음 몇 년을 주로 단편영화만 주로 했거든요. 그래서 ‘단편영화가 없었으면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25회 대구단편영화제를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영화를 보러 와주시는 애정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제를 준비하기까지 많은 분들이 숨어있는 곳에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시는데, 결국 관객분들이 찾아주셔야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와 영화제는 관객분들이 있어서 빛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영화제 안에서 영화를 많이 즐기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데일리팀 박지원

사진 / 홍보팀 정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