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존 GV 현장
올해의 로컬존은 이른바 '달빛동맹' 으로 맺어진, 광주 지역의 단편영화들과 그 창작자들을 조명했다. 8월 24일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로컬존 관객과의 대화에는 <굿투씨유>의 홍주원 배우, 조정훈 배우, <베이비!>의 이예은 감독, <슬기다운>의 김소영 감독, <혼자>의 이경호 감독이 참석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권현준 센터장이 진행을 맡았다.


M) 네 작품 모두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경호 감독) 장애 인식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를 기획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제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촬영과 편집을 배웠고 강사 활동도 했었는데 그때 장애인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당시의 생각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혼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예은 감독) <베이비!>는 제가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입니다. 저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아직 결혼도, 임신도 안 해본 제가 다루기에는 아직 미숙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의 입장이었던 그 사람을 보러 달려가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M) <굿투씨유>는 반전이 있는데, 마지막에 줌인 들어갈 때 통쾌함도 느껴졌습니다. 배우님들은 결론을 알고, 연기를 하셨을텐데 어떠셨나요?
홍주원 배우) 저는 연기를 할 때, 가면을 쓰고 산다기보다 일반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택배기사분들이 열심히 일하시지만, 하대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다 싶었거든요.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엔 개인적으로 민망해서 어려웠습니다.
M) <슬기다운>의 김소영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관객들의 선택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개인적으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론은 감독님의 선택인지, 바람인건지 궁금했습니다.
김소영 감독) 저는 슬기가 애매하게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극히 선에 서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다운이를 바라보지 않았을 거고 지혜 앞에서 뒤돌아 서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슬기가 소리치며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슬기가 자해를 하는데 자해이면서, 스스로 정신 차리려는 행위 같아서 저도 그 장면을 못 보겠더라고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정근을 고소하지 않고 힘 대 힘으로 정근과 부딪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M) <혼자> 기획의도에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연출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경호 감독) 제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미디어센터에서 일했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만 생기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더라고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대하는 마음의 장벽 자체가 접근하기 힘든 본질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도, 형식도 다르게 해석해보고 싶었습니다.
Q) <혼자>를 보면서, 극중 말 못하시는 분이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닐까 두근두근 하면서 봤습니다. 결국 관계성을 밝히지 않고 끝내셨는데, 어머니가 맞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이경호 감독) 영화가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20분 버전과 27분 버전이 있는데, 엄마임이 밝혀지는 장면, 화해하는 장면, 대화하는 장면 등이 다 담겨있습니다. 주제가 독립인데, 엄마의 마음에 너무 집중되면 안 될 것 같아 완성도를 위해 7분을 잘라내게 되었습니다. 배리어프리버전은 27분 영화로 상영됩니다. 이입이 쉬우면서,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오늘 버전은 선택과 집중을 한 편집본입니다.
Q) <베이비!>의 제목 뒤에 느낌표가 붙어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예은 감독)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입니다. (웃음) 저는 단어 뒤에 느낌표를 붙이면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서 재밌는 것 같았습니다. 베이비 뒤에 느낌표를 넣으면 아가라는 뜻도 있지만, 자기야라고 부르는 의미도 되는 것 같아서 만족했습니다.
Q) 감독님이 무슨 일을 겪으셨길래,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찬 영화를 만드셨는지 질문해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배우님들이 아시는 바가 있을까요?
이예은 감독) 제가 <굿투씨유> 제작부를 같이 해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실제 겪으신 일이 맞고, 깨지기 쉬운 매니큐어를 택배로 받으셨는데 택배 기사분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M) 기태경 배우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음식을 받고 복도를 쳐다보는데, 그 찰나에 결심을 하잖아요.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태경 배우) 너무나 오랜만에 본 복도의 풍경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쳐다봤던 것 같습니다. 그 뒤에 발이 현관의 선을 밟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 일련의 트라우마로 계속 집에서 지내게 된 인물이지만, 한 사람으로서 사회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을텐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선을 밟게 되며 마음이 약간 풀어졌던 것 같습니다.
Q) 저도 <베이비!>에 대한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주인공과 친구가 같이 동거를 하다가 한명이 나간 설정으로 보였습니다. 서사를 과감하게 생략하면서도 두 여성의 연인 관계로 그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예은 감독) 처음부터 퀴어 영화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성별의 이야기를 써보자 해서 이런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후에 확신이 들었을 때는 조금 더 과감해져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인 서사를 과감히 생략한 이유는, 로맨스적인 장면을 넣으면 작업의 계기가 조금 달라질 것 같아서 담백한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Q) <슬기다운> 보면서 엔딩에 버려진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빈 봉투가 나오는데, 장면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김소영 감독) 슬기가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곳이 육지에서 흘러가는 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데, 물고기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봉지를 들고 가는 게 물고기를 놓아주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잘 살아보려고 넓은 곳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슬기는 계속 실내에 갇혀있었는데, 민물고기 같이 바다로 가면 분명 죽는 걸 알지만 어항 밖에도 물은 있으니 ‘헤엄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를 보여주려고 그런 엔딩을 선택했습니다.
<혼자>의 이경호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의 대구의 힘을 잘 안다며, 그런 지역에서 본인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마무리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섹션이 대구와 광주의 영화적인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로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GV 기록을 모두 마친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
로컬존 GV 현장
올해의 로컬존은 이른바 '달빛동맹' 으로 맺어진, 광주 지역의 단편영화들과 그 창작자들을 조명했다. 8월 24일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로컬존 관객과의 대화에는 <굿투씨유>의 홍주원 배우, 조정훈 배우, <베이비!>의 이예은 감독, <슬기다운>의 김소영 감독, <혼자>의 이경호 감독이 참석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권현준 센터장이 진행을 맡았다.
M) 네 작품 모두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경호 감독) 장애 인식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를 기획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제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촬영과 편집을 배웠고 강사 활동도 했었는데 그때 장애인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당시의 생각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혼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예은 감독) <베이비!>는 제가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입니다. 저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아직 결혼도, 임신도 안 해본 제가 다루기에는 아직 미숙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의 입장이었던 그 사람을 보러 달려가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M) <굿투씨유>는 반전이 있는데, 마지막에 줌인 들어갈 때 통쾌함도 느껴졌습니다. 배우님들은 결론을 알고, 연기를 하셨을텐데 어떠셨나요?
홍주원 배우) 저는 연기를 할 때, 가면을 쓰고 산다기보다 일반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택배기사분들이 열심히 일하시지만, 하대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다 싶었거든요. 마지막 장면 같은 경우엔 개인적으로 민망해서 어려웠습니다.
M) <슬기다운>의 김소영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관객들의 선택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개인적으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론은 감독님의 선택인지, 바람인건지 궁금했습니다.
김소영 감독) 저는 슬기가 애매하게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극히 선에 서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다운이를 바라보지 않았을 거고 지혜 앞에서 뒤돌아 서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슬기가 소리치며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슬기가 자해를 하는데 자해이면서, 스스로 정신 차리려는 행위 같아서 저도 그 장면을 못 보겠더라고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정근을 고소하지 않고 힘 대 힘으로 정근과 부딪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M) <혼자> 기획의도에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연출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경호 감독) 제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미디어센터에서 일했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만 생기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더라고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대하는 마음의 장벽 자체가 접근하기 힘든 본질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도, 형식도 다르게 해석해보고 싶었습니다.
Q) <혼자>를 보면서, 극중 말 못하시는 분이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닐까 두근두근 하면서 봤습니다. 결국 관계성을 밝히지 않고 끝내셨는데, 어머니가 맞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이경호 감독) 영화가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20분 버전과 27분 버전이 있는데, 엄마임이 밝혀지는 장면, 화해하는 장면, 대화하는 장면 등이 다 담겨있습니다. 주제가 독립인데, 엄마의 마음에 너무 집중되면 안 될 것 같아 완성도를 위해 7분을 잘라내게 되었습니다. 배리어프리버전은 27분 영화로 상영됩니다. 이입이 쉬우면서,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오늘 버전은 선택과 집중을 한 편집본입니다.
Q) <베이비!>의 제목 뒤에 느낌표가 붙어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예은 감독)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입니다. (웃음) 저는 단어 뒤에 느낌표를 붙이면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서 재밌는 것 같았습니다. 베이비 뒤에 느낌표를 넣으면 아가라는 뜻도 있지만, 자기야라고 부르는 의미도 되는 것 같아서 만족했습니다.
Q) 감독님이 무슨 일을 겪으셨길래,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찬 영화를 만드셨는지 질문해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배우님들이 아시는 바가 있을까요?
이예은 감독) 제가 <굿투씨유> 제작부를 같이 해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실제 겪으신 일이 맞고, 깨지기 쉬운 매니큐어를 택배로 받으셨는데 택배 기사분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M) 기태경 배우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음식을 받고 복도를 쳐다보는데, 그 찰나에 결심을 하잖아요.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태경 배우) 너무나 오랜만에 본 복도의 풍경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쳐다봤던 것 같습니다. 그 뒤에 발이 현관의 선을 밟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 일련의 트라우마로 계속 집에서 지내게 된 인물이지만, 한 사람으로서 사회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을텐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선을 밟게 되며 마음이 약간 풀어졌던 것 같습니다.
Q) 저도 <베이비!>에 대한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주인공과 친구가 같이 동거를 하다가 한명이 나간 설정으로 보였습니다. 서사를 과감하게 생략하면서도 두 여성의 연인 관계로 그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예은 감독) 처음부터 퀴어 영화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성별의 이야기를 써보자 해서 이런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후에 확신이 들었을 때는 조금 더 과감해져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인 서사를 과감히 생략한 이유는, 로맨스적인 장면을 넣으면 작업의 계기가 조금 달라질 것 같아서 담백한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Q) <슬기다운> 보면서 엔딩에 버려진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빈 봉투가 나오는데, 장면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김소영 감독) 슬기가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곳이 육지에서 흘러가는 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데, 물고기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봉지를 들고 가는 게 물고기를 놓아주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잘 살아보려고 넓은 곳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슬기는 계속 실내에 갇혀있었는데, 민물고기 같이 바다로 가면 분명 죽는 걸 알지만 어항 밖에도 물은 있으니 ‘헤엄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를 보여주려고 그런 엔딩을 선택했습니다.
<혼자>의 이경호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의 대구의 힘을 잘 안다며, 그런 지역에서 본인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마무리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섹션이 대구와 광주의 영화적인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로 CGV 대구한일에서 열린 GV 기록을 모두 마친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