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8] 2일차, 경쟁 7 GV


경쟁 7 GV 현장



경쟁 7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너와 나 사이의 바다> 유승헌 감독과 하성국 배우, <모기> 황세인 감독, <창경> 이장욱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진행은 영화 <수연의 선율>을 연출한 최종룡 감독이 맡았다. 다양한 빛깔의 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궁금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본격적으로 GV를 시작했다. 



M) <너와 나 사이의 바다>는 연애의 끝맺음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영화인데, 수민이 쓴 소설의 이름도 너와 나 사이의 바다입니다. 소설 속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유승헌 감독) 소설 속 이야기는 수민이 생각한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은 깊고 그것을 건너갈 수 없는,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M) 하성국 배우님께 여쭙고 싶은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캐릭터에 대하여 어떤 해석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성국 배우)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 상대방의 외도를 알고 있는 것 등 설정이 의외로 많은데 하나 하나 도전같은 느낌으로 재밌게 준비했습니다.


M) 이어 <모기>의 황세인 감독님께 질문 드리자면, 주인공의 반응, 행동과 표정으로 끝까지 밀고 가는 영화인데 이렇게 생활밀착적인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역할을 구축한 방식이 궁금합니다.

황세인 감독) 여러분도 흔히 겪어보셨을 모기 때문에 잠들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기의 상징성이 불안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캐릭터는 또래 친구들이 불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잡아갔습니다.


M) 모기에 대한 강박이 과연 환상인지, 현상인지 그 모호한 경계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창경>의 이장욱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창경이 성대한 경사라는 뜻인데, 그 공간의 역사적인 맥락들로 이어지는 영화를 작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장욱 감독) 제가 어릴 때, 창경궁은 놀이 시설도 있고 동물원도 있어 누구나 즐겼던 공간인데, 나이가 들고 궁정 기록을 우연히 알게 되며 그 공간을 대하는 감정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찍으려고 갔을 때,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서 은유적으로 표면을 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땅 속에 묻힌 동물들을 양분으로 컸던 것이니, 그곳에서 식물을 수집하고 필름 위에 얹어 썩어가도록 놓아둔 과정을 담았습니다.


M) 과거 공간에 대한 복원 작업을 아주 미시적인 관점으로 들어가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장욱 감독) 개인적으로 그런 공간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공간에 많은 서사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애도하고 싶다는 차원으로 접근했는데, 작업 과정에서 애도라기보다 생명이 썩어서 죽고 태어나는 과정을 말로 쓰지만, 경험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영화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Q) <너와 나 사이의 바다>의 유승헌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 은영이 차 안에서 어젯밤 다른 남자와 있었는데 일 핑계를 댑니다. 순간 멈칫하는데, 그때 포커스가 수민에게 옮겨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 디테일이 좋았습니다.

유승헌 감독) 포커스가 옮겨 간 부분은 처음에 시큰둥하던 은영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며 점점 몸이 앞으로 나오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이동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테이크가 좋아서 넣은 건 맞습니다.


Q) <너와 나 사이의 바다>의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차 안에 시계가 고장나있는데,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2번 정도 맞듯이 두 인물이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어 잘 살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헤어집니다.

유승헌 감독) 정확히 봐주셨습니다. 섬으로 가는 길도 하루에 2번 정도는 열리고, 완전히 끝난 것 같은 관계에서도 소통이 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M) <모기>의 황세인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 마지막 챕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모기를 떠올리지 말자’라고 생각을 할수록 모기와 주인공의 크기가 역전됩니다.

황세인 감독) 잘 알려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처럼, 모기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집착하게 되고 스스로 짓눌려져 버린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M) <창경>에서 후반부로 가면 날카로운 가위가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공간은 민족의 아픔도 있지만, 더 확장해 동물과 인간 간의 고통의 관계도 있잖아요. 그 장면으로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셨나요?

이장욱 감독) 가위질은 새를 박제하는 과정을 찍은 것입니다. 처음에 기록을 보면 동물 학살도 있었지만, 일부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기도 했는데 그래서 박제가를 섭외해서 부분적으로 넣은 장면입니다.


M) <너와 나 사이의 바다>에서 빛의 영역에는 은영이라는 캐릭터, 어둠의 영역에는 수민이라는 캐릭터로 나누어 연출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유승헌 감독) 어둠 속에 있다기보다 은영이가 빛을 잘 보지 못하는 설정인데, 손으로 가리고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이 결국 그것을 직면하는 결말을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M) <모기> 감독님께 질문 드리자면, 주인공이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대사도 없는데.

황세인 감독) 어쩌면 애니메이션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배우님을 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형으로 생각하고 연출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걷거나, 병사처럼 씩씩하게 움직여 달라고 요청을 했던 것 같습니다.


M)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한 감독님들과 배우님 한 번씩 찾아봐주시고, 남은 기간동안 대구단편영화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글 / 데일리팀 박송주

사진 / 기록팀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