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12] 셋째 날, 경쟁 9 현장


셋째 날, 경쟁 9 현장


8월 23일 토요일, 오오극장에서 진행된 경쟁 9 GV 현장에서 <여름, 아빠>의 김가은 감독, 한재은 배우, <사랑하는 그대, 이제 순댓국을 먹는가>의 윤주영 감독,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의 홍선혜 감독이 참석했다. 김예솔비 모더레이터가 함께했다.



M <여름, 아빠> 제작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가은 감독 귀여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귀엽게 바라볼 수 있는 관계가 부녀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빠를 귀엽게 바라보는 것을 재밌게 풀어내고 싶었어요.



M 배우님은 여름이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한재은 배우 개인적으로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한 편이기는 한데 표현에 있어서 서툰 부분이 있어요. 평소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면 작품에 애정이 간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아빠를 바라보는 시선과 여름의 시선이 맞닿아있다고 느꼈어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서로한테 뜻깊었다고 생각해요.


M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통적인 멜로 방식을 표현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고민이 묻어있다고 보았어요. 지난 연애에 대한 미련과 집념이 저작권이라는 실질적인 문제랑 연관되는 게 아이러니하면서 코믹한 요소라고 느껴졌습니다.

윤주영 감독 사실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영화 준비를 시작해서 마감기한을 지키려는 강박이 강했습니다. 문득 남의 시나리오를 훔치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 생각을 떼어내서 시나리오를 만들어냈습니다. 두 연인 사이에 저작권 문제가 얽히게 되면 흥미로운 전개가 이뤄질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M 마지막 장면을 울다가 웃으면서 봤어요. 이별의 절차이자 히토미의 성장이라고도 보였어요. 히토미의 성장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홍선혜 감독 멋있는 이별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어요. 히토미가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 나호와의 관계를 잘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Q 영화의 상세한 사항을 알고 싶어요. 히토미가 <다시 만난 세계> 점프슈트를 나호를 위해 입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나호의 성 지향성을 소속사에서는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느꼈는데, 어머니도 알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나호와 히토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홍선혜 감독 개인적으로 소녀시대 태연 팬이라 파일럿 옷을 입힌다면 태연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호가 춤출때 나오는 노래도 2세대 아이돌 노래 느낌으로 작곡했어요. 성 지향성에 대해서는 나호의 어머니도 알고 있어요. 사실 소속사도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이성’이라는 대사를 많이 사용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두 인물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나호는 데뷔를 못할 것 같고 히토미는 학원에 다니면서 예전과 비슷한 일상을 지낼 것 같아요.



Q 요즘 단편 영화는 단편 영화라고 하지만 긴 작업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1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강렬하게 와닿았어요. 길게 풀 수도 있었지만 짧은 시나리오를 쓴 이유가 궁금합니다. 

윤주영 감독 요즘은 장편을 위한 단편이 많아지는 시대라고 느낍니다. 저의 경쟁력은 단편에서 매력을 이끌어 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이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원래 15분의 분량이었는데 11분으로 많이 걷어냈어요.


Q 걷어낸 장면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윤주영 감독 오프닝 시퀀스가 될 뻔한 장면들을 지웠습니다. 쓰레기 같은 집에서 아픈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정보를 미리 주는 걸 숨기고 상상에 맡기고 싶었어요.



Q 딸이 어떤 고민을 가졌는지 나오지 않아서 좋았어요. 해결책이 아니라 부녀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연기자를 섭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가은 감독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에요. 여름이의 아빠는 찐 아저씨 분위기를 가지신 분을 원했어요. 열심히 찾아보면서 연락 드리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배우님의 모습에서 여름이가 보여서 캐스팅 했습니다.


Q <여름, 아빠>에서 딸이 대구로 온 목적이 궁금해요. 고민을 털어놓을 것 같다고 보였어요. 

김가은 감독 여름이는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어요.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상태가 지속되기도 했어요.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워서 대구로 내려간 설정입니다. 어떤 말을 하려고 망설였다기보다는 위로를 받으러 갔다가 위로를 받고, 돌을 주면서 아빠를 위로(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어요.




Q 추후 작품 계획 궁금합니다.

윤주영 감독 올해 졸업해서 졸업 작품을 촬영했어요. 언젠가 홀사모(목사가 죽은 후 혼자 남은 목사 아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써보고 싶고, 사랑 없는 분노로 가득찬 세상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김가은 감독 종교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믿을 수 없는 것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무엇을 믿어야 될지 고민하는 어떤 남매 얘기를 쓰고 싶어요.

홍선혜 감독 일본에서 작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경쟁9 작품들이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으실까요?

홍선혜 감독 영화에서 두 인물이 사랑한다는 관계를 짧게 보여줘야 했어요. 오랜 연인 관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떠올렸어요. 그러한 사소한 디테일을 많이 넣으려고 했습니다. 

김가은 감독 돌을 주고 포옹하고 끝나는 장면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떨 때는 표현 안하면 안할 수록 담백해진다고 생각해요.

윤주영 감독 사랑을 얘기하려면 다른 얘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세상이 필요 이상의 분노로 가득 차 있다고 느껴요. 왜 분노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오 소라 감독님의 인터뷰 내용을 보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떤 걸 사랑하기 때문에 (갈구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라는 말을 들은 후 선한 분노를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그대, 이제 순댓국을 먹는가?>에서 공동작가로 남기는 것도 선물이자 영원한 분노라고 생각해요.

한재은 배우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주면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M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윤주영 감독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선배, 동료, 배우분들한테 10년 뒤에 갑자기 만나더라도 ‘전 아직 영화를 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녀요. 관객분들도 계속 영화에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가은 감독 GV가 처음이라 설레고 떨렸지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재은 배우 작년 여름에 찍은 영화인데, 되게 뜻깊게 올해 여름에 다시 대구에서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더위 뚫고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데일리팀 이다영

사진 / 기록팀 하다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