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05] <I’m fine thank you and you?> 류영우, 고서진 감독 인터뷰

8월 22일 목요일, 대구단편신작전의 상영 전 <I’m fine thank you and you?>의 류영우, 고서진 감독을 만나보았다.

 

 

우선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I’m fine thank you and you> 감독을 맡은 고서진, 류영우 입니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영화 <I’m fine thank you and you?>를 상영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 선택된 거니까 기쁜 마음이 커요. 사실 저희 영화를 큰 곳에서 상영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불러서 상영하긴 했지만 결국 대부분 그 영화에 참여한 사람이거나 지인들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게 되어서 기대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풋풋한 21살 대학생이 100일 기념으로 여자 친구와 럭셔리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영어 학원 알바를 하는데, 학원 원장이 원어민인 척 하라는 당황스러운 조건을 제시한다는 설정이 다소 독특하고 흥미롭습니다. 혹시 어떤 발상에서 시작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첫 시작은 류영우 감독님 형의 실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로 영어 학원 강사였고, 원어민인 척 속이라는 원장 선생님의 지시가 있었고, 그러다 학생들에게 한국인이라는 걸 들키게 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해요. 그곳에 할아버지, 군인 등으로 일상생활에서는 서로 겹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학생으로 함께 있었대요. 이 지점이 너무 흥미로워서 “영화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 캐릭터들을 ‘학원’이라는 장소가 아니었으면 만날 일이 없었을 인물들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세대 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캐릭터들이 선명해진 듯합니다.



영화를 볼 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준수, 효진, 봉팔이라는 캐릭터들이 굉장히 선명하고 특징적이라는 생각 들었습니다. 캐릭터를 구상하시거나 연출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나 의도하신 부분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첫날밤을 위한다는 설정은 원래 기존 이야기에는 없었습니다. 원래 주인공이 돈을 버는 이유가 너무 평범했어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나 원장의 캐릭터는 재밌고 독특한데, 주인공이 너무 평면적인 인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은 이 이야기를 이끌어야 하는 친구인데 이 부분이 너무 애매했습니다. 그럼 뭘 해야 재밌을까 고민한 결과로 촬영 시작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첫날밤을 위해 돈을 번다는 독특한 설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게 가장 마지막에 추가된 설정이에요.


실제 에피소드에서 가져온 건 그런 만남이 있었다는 게 전부고요. 학생들은 저희가 구상한 거예요. 사실 모든 할아버지들이 영화 속 캐릭터와 같은 건 아니고, 모든 20대나 10대가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극한에 있는 인물들로 설정해야 인물들 간의 시너지나 그 속에서의 액션들이 더 흥미로울 것 같아서 일부러 각 세대가 생각하는 서로의 스테레오 타입과 같은 인물들을 구상했어요. 영화에 원래는 30대 주부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세대를 완전히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구상해서 찍으려 했어요. 그런데 그 주부의 캐릭터가 10대 친구와 겹치기도 했고 인물이 너무 많기도 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돋보였던 점이 보는 즐거움 가득한 영화의 색감이었는데요. 미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타일을 오마주 했어요. 감독님께서는 동화 같은 색감을 많이 사용하시잖아요. 카메라 기법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그 기법을 오마주 하면서, 약간의 비현실적인 느낌을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주인공은 굉장히 낭만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순수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 전체의 색감을 그렇게 맞춰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첫날밤을 위해서 일한다는 게 잘못하면 음흉해 보일 수 있잖아요. 저희는 이 인물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리면서 이 인물이 보는 세상과 느끼는 감정을 이 영화의 스타일로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어딘가 아름다워 보이고, 동화처럼 보이는 색감을 사용했어요. 주인공이 만약 정말로 음흉한 친구라면 그냥 ‘그 애랑 자면 된다.’가 될 수 있잖아요. 근데 이 친구는 ‘나는 내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그런 아름다운 밤을 위해서 열심히 나아가겠다’라는 자기 나름의 낭만이 있는 친구입니다. 이런 인물을 보여주는 영화를 그려내기에는 이런 연출이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저희가 다룬 부분이 어쩌면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그대로 풀어내면 너무 진지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볍게 풀어내면서도 그 차이를 잘 보여주는 약간의 블랙코미디 성격을 띠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모자를 벗고 하는 말이 ‘I’m fine, thank you and you?‘이고 또 이 대사가 곧 제목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이 말에 큰 의미를 두셨을 거 같은데, 혹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류 사실은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그냥 너무 이 대사를 쓰고 싶었고 엔딩에 무조건 이 대사로 갈 거라고 정했어요. 명확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이 각자 느끼는 그 의미가 맞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굳이 좀 정리를 하자면, 과거 학생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했던 상황 속 “how are you?”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고, 혹은 지금 주인공 입장에서는 망한 현실이잖아요. 돈도 못 받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틀어졌으니까요. 그렇게 최악의 상황 속에서 현실 도피하는 느낌으로, 본인도 복잡해서 툭 나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영어를 배운다기보다 외우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비판도 될 것 같아요. 미국인들은 아무도 그런 말을 안 쓰지만 한국인들은 대부분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를 명령어처럼 붙여 쓰잖아요. 그 말을 주인공이 뱉음으로써 풍자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싶었습니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당신은 안녕하신가요?”를 물어본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많은 걸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실 때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 취준생이 달리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위해 연출부 친구들끼리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발현이 잘 안됐어요. 촬영이 너무 지연되니까 카메라 감독님이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면서 현장에서 즉석으로 보여주신 게 너무 잘 담길 수 있게 된 거예요. 정말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무드가 있구나 생각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하늘 배우님이 모자를 벗는 게 본인 아이디어거든요. 그때 그냥 툭 하고 모자 벗고 하는 거 어떨까요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더 많은 것을 뜻하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뒤돌아보니 결국은 미리 계획했던 것을 고집하지 않고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것들이 오히려 영화에 제일 좋았던 점이 된 것 같습니다.



곧 <I’m fine thank you and you>가 상영될 텐데,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을까요?

따로 없어요. 영화 찍으면서 되게 많이 느꼈던 게, 감독의 역할은 영화에 담기는 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이전에 학교에서 작은 영화제를 경험했을 때 저희의 의도를 봐달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그게 안 보였다고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 순서가 이게 아니구나. 우리의 의도는 이제 영화에서 끝났고 봐주는 건 관객들의 몫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객분들께서 재밌게 봐주시면 그걸로 감사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의도를 넣는 순간 너무 많은 게 망가지는 것 같고 오히려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게 훨씬 많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무언가를 말해주는 순간 이미 그 의미는 반감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냥 즐겨주시는 게 다인 것 같습니다. 굳이 어떤 걸 집중해서 봐주시기보다 그냥 느끼고 싶으신 걸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 영화를 본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면 만족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25회 대구단편영화제를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요즘 쇼츠도 많이 나오고, 영화를 소비하는 게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잖아요. 그럼에도 영화제에 직접 와서 영화를 보려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감사하고, 영화를 지켜주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저도 같습니다. 사실 갈수록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잖아요. 그런 와중에 단편영화제까지 찾아주시는 분들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 넘어서 실천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이런 현장이 있고, 작은 영화들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는 거 같아 좋습니다. 계속해서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데일리팀 박지원

사진 / 홍보팀 정태경